합창 편견 깬 오디션, 박진영 날카로움 빛났다
[김상화 기자]
▲ SBS '싱포골드'의 한 장면. |
ⓒ SBS |
지상파 오디션 명가 SBS가 이번엔 색다른 음악 경연 예능을 들고 나왔다. < K팝스타 > 시리즈, <더 팬>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케이팝 기반 오디션으로 KBS, MBC의 연이은 실패와는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준 SBS의 야심작은 <싱포골드>다.
여기에 오디션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JYP' 박진영이 전면에 등장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냥 < K팝스타 >의 또 다른 변형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엔 놀랍게도 합창단 경연이다.
JYP와 합창단이 과연 어울리는 조합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싱포골드>는 <청춘합창단>(KBS), <뜨거운 씽어즈>(JTBC) 같은 정적인 구성이 아닌,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합창대회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하는 '퍼포먼스' 합창단 선발이라는 점에서 잠시 가졌던 의구심은 해소되었다.
일반 시청자들에겐 살짝 생소할 수 있겠지만 국내외에선 웬만한 아이돌 그룹 이상의 화려한 춤과 율동을 곁들인 합창단들의 활동이 활성화된 지 오래다. 3편까지 제작된 할리우드 음악 코미디 영화 <피치 퍼펙트>만 하더라도 대학생 합창단 경연 대회를 소재로 큰 인기를 얻었고 고교생 소재 TV 시리즈 <글리> 등의 제작 또한 이러한 합창 문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케이팝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의 등장은 충분히 이해되는 선택이었다.
▲ SBS '싱포골드'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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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포골드>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총 5명이지만 심사에 참여하는 건 박진영, 작곡가 김형석, 안무가 리아킴 뿐이다. 배우 한가인, 가수 이무진은 매니저로서 향후 합창단들의 도우미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예선 통과 기준은 '메달'이다. 금을 포함한 3개를 획득해야 지역 예선을 통과,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금 없이 은-동메달만 얻게 되면 아쉽게도 탈락하게 된다.
참가 자격에 특별한 제한을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7-8세 어린이부터 70대 이상 노년층 까지 폭넓은 인적 구성의 하모니를 들을 수 있는 건 <싱포골드>만의 풍성한 특징이 되어 준다. 첫 번째 팀으로 소개된 제주도 울림 뮤지컬 합창단은 기존 어린이, 청소년부, 청년부 조합으로 있던 단원들을 하나로 모아 비교적 다양한 연령대의 인원 구성을 자랑했다. <아틀란티스 소녀>(보아 원곡)를 어린 친구들의 목소리에 맞게끔 신나고 경쾌한 화음으로 선사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박진영, 김형석 등 전문가들의 심사는 날카로웠다. 박진영은 멤버 구성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어린 참가자, 여성 참가자 비중이 많아서 청량하고 맑아서 좋았지만 남성 숫자가 적어서 중저음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들린 게 아쉬웠다"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결국 이 팀은 은-은-동메달 3개로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 SBS '싱포골드'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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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공자 등으로 구성된 20-30대 청년들의 조합 꽥꽥이 합창단은 '내 꿈은 파티시엘'(TV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선곡해 눈길을 모았다. 안정된 가창력과 절도 있는 율동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리아킴, 김형석의 칭찬에 비해 박진영의 심사평은 날카로웠다. 과거 < K팝스타 > 때 노래를 잘했는데 떨어뜨린 참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열 번 불러도 똑같이 부를 것 같다. 정말 다른데 한 사람 같길 바라는데 다 똑같아서 한 사람 같다"라는 지적으로 그의 음악 스승 김형석과 잠시 대립하기도 한다. 일단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의견 속에 어렵게 합격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모인 취미 차원으로 결성된 합창단들은 빼어난 기량, 깊은 울림을 선사하면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포기한 단원부터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지역 합창단에 지원 기회조차 얻지 못한 어머니 등 다양한 여성들로 구성된 은여울 합창단은 원더걸스 '노바디'를 웅장한 성악 발성과 나이를 무색케 하는 화려한 동작으로 원곡자 JYP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60대 이상 단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 J콰이어는 '꽃송이가'(버스커 버스커 원곡)를 연륜에 걸맞은 서정적인 편곡과 하모니로 선보여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사연으로만 심사할 순 없다... 근데 진짜 잘했다"라는 박진영의 말은 이 팀을 평가하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었다.
이밖에 CCM, 합창에 관심있는 분들에겐 친숙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같은 '스타' 합창단도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결성된 지 20년 이상된 이 분야 최강 팀 답게 영화 <시스터 액트> 속 한 장면 처럼 흑인 가스펠 음악의 진수를 맘껏 뽐내 박진영 및 5명 전원의 기립박수를 이끌어 냈다.
▲ SBS '싱포골드'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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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지역 예선전 주요 내용을 담은 <싱포골드> 첫회는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된 합창단원들의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심사평을 들려주는 것도 아니었고 잘하는 것과 부족함에 대해 꼭 짚어 언급하는 박진영, 김형석의 평가는 큰 이질감 없이 보는 이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합창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학교, 혹은 교회 정도 한정된 이미지를 벗어난 것 역시 <싱포골드> 1회의 좋은 수확 중 하나였다. 동요 발성이 중심이 된 어린이들부터 뮤지컬, 성악, 가스펠 등 각기 다른 개성과 장르를 아우르는 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단순할 것 같았던 합창 경연의 예상된 범위를 뛰어 넘었다. 전문 프로팀으로 간주될 만한 인지도 있는 참가팀은 이름값에 걸맞은 기량으로 귀와 눈을 즐겁게 만들어줬다면 취미·아마추어들로 구성된 합창단들은 풋풋하지만 "저런 실력자들이 숨어 있었다니..."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한 한 사람만 잘해서도 안 되고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때론 자신을 낮춰야하는 합창 특유의 미덕을 오디션이라는 도구를 통해 담아내는 등 <싱포골드>는 의외의 볼거리, 감동을 동시에 만들어 준다. "합창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라는 참가자의 말처럼 7살 꼬마 부터 칠순의 할아버지에겐 멋진 화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모처럼 순한 맛과 감칠 맛이 공존하는 괜찮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하나 등장 한 것이다. 다음주 일요일 오후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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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j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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