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작 리포트⑦] 굳이 서울에서 이 '대작전'을 이렇게 펼쳐야 했나요?
콘텐츠 홍수 시대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는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숫자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가 호평 받진 않는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땀과 별개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낮은 평점을 받기도 한다. 그 가운데 아쉬운 작품들이 존재한다. 연출이, 연기가, 편집이, 음악이 칭찬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뭔가 아쉬운 작품들. ‘아쉬운 작품 리포트’(아작 리포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들의 사심은 어쩔 수 없다. (편집자 주)
유명준 : 일단 작품 전체적인 평부터 들어볼까요?
류지윤 : ‘응답받지 못한 1988’ 서울바이브랄까요. 팝콘 무비 정도?
유명준 : 팝콘 무비 정도라면 후하게 평가한 것 같은데.
홍종선 : 후하다^^. ‘응답하라 1988’만큼의 현실성을 바란 건 아니에요. 당연히 다르게 변주해야죠. 그런데 다르다 정도가 아니라 문현성 감독식 1988년 메타버스를 만든 뒤 거기에 사건과 인물을 가둔 느낌이었어요. 실존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모르겠으나 설정이 이러하다면 이제와서라도 획득하는 반전(그들의 실패)의 현실적 쾌감이 있거나 어떤 판타지적 성취가 있어야 하는데. 후자를 택했으나 거의 빈손인 느낌이에요.
유명준 : 전 영화를 보면서 “이건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배우들을 모아놓고, ‘잡탕밥’을 만들었는데, 재료가 너무 섞여서 아무 맛도 없는 느낌. 시대를 끌고 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다고 액션의 쾌감도 없는. 뭐랄까 배우들의 연기는 생각나지 않고, 색과 속도만 생각나는. 보면서 이상하게 ‘불릿 트레인’이 생각나기도 했죠.
류지윤 : ‘운전은 내가 이찌방’부터 멀티캐스팅 영화 시그니처 선수입장~. 너무 대놓고 외쳤죠. 그런데 까보면 생각나는 건 정말 자동차밖에.
홍종선 : 우리 동욱이가 운전을 끝내주게 한다는 걸 기어 작동법이나 타 인물들의 찬사나 감탄하는 표정만으로 보여줄 일이 아니죠. 배경을 잡고 차를 잡는 카메라가, 감독이 ‘열일’해 주어야 하는데. ‘유아인 혼자 네가 분위기 다 내라’는 심해요.
류지윤 : 유아인이 혼자 ‘열일’하다보니까 오히려 튄다고 할까요. 크루 조합도 어우러지지 못했어요. 개개인으로 보면 선방한 것 같은데(옹성우 제외) 모아놓으니 진짜 잡탕 느낌이 강해서.
유명준 : 게다가 이미 한국 관객들은 드라이빙 액션에 대해서는 그 눈이 너무 높아졌는데. ‘분노의 질주’ 세대에게 저런 식의 자동차 액션은 아무리 과거라 하더라도 허전해 보이죠. 유아인이 ‘열일’하니, 다른 배우들이 잘 안 보였고, 난 옹성우인 줄도 몰랐다는.
홍종선 : 게다가 그 사찰 가시는 분을 잡고 싶어 하는 두 인물, 정도와 평호의 뜨거운 액션을 영화 ‘헌트’로 이미 본 데다. 이번엔 강인숙 회장을 잡는, 그 돈을 허공으로 날리는 영화임에도. 그 방점이 지나치게 잡는 놈에게 부여돼 있는데 이게 검사 역 오정세가 잡고 싶은 것인지 우리 동욱이네가 잡고 싶은 것인지조차 헷갈려요. 캐릭터 영화로 보려해도 각 인물들ᆢ 일테면 인간 네이게이터(이규형), 맥가이버(옹성우)의 롤을 부각시키는 장면도 없는데 어찌 인물이 사나요. 그런데, 정말, 캐릭터 영화라면. 캐릭터가 진정 잘 살았는지 묻고 싶어요.
유명준 : 이건 진짜 “우린 이렇게 캐릭터를 잡았으니, 나머지는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상상해”라니까요. 캐릭터를 잡기만 한 것 같아요. 애는 운전 잘하는, 애는 길 잘 보는. 애는 나쁜 놈, 애는 엉뚱한 놈. 이후 보여주는 장면에서 그 캐릭터를 활용해야 하는데, 적당한 선에서 놓아 버리고 알아서 보라는 식인 듯 해요. 특히 송민호는...하.
홍종선 : 패션으로 멋지게 하면, 외형으로 이미지로 멋지게 하면 다가 아니잖아요. 그 외형을 표현하는 배우가 돋보여야 하는데, 주연들이 아무도 자신의 최고 연기를 하지 않았어요. 아니 말 바꿀게요, 했는데 했을 수 있는데 최고로 보이게 연출하지 못했어요.
유명준 : 그렇죠. 일단 그들이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를 저희는 결과로만 보니까요. 저 결과물이면 연기와 연출 모두 많이 아쉬운 상황이죠. 옹성우와 송민호는 진짜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했는지 보고 싶을 정도였고요.
류지윤 : 송민호는 왜 캐스팅했을까요? 어쩌다?
유명준 : 그냥 ‘신서유기’에서의 엉뚱한 모습만 보고 한 듯.
홍종선 : ‘나혼산’에서도 멋지잖아, 송민호. 그 갬성을 사고 싶었을 듯. 문소리, 유아인, 고경표 다 연기 잘했어요. 그러나 그들의 전작 대비 이게 최고로 멋지냐고요. 매번 인생작, 인생연기를 갱신할 수 없어요. 그러나 최소한 지난번과 다른 색다른 매력을 돋보이게 해 줘야죠. 예를 들어 유아인으로 놓고 얘기해 볼게요. 유아인은 늘 새로운, 최고 연기를 갱신해요. 이번이 최고이고 지난번은 다 아니었다는 게 아니라 때로는 진짜 최고 연기, 때로는 또다른 새로움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요. 그런데 이번엔 그토록 외형을 바꾸었음에도 새롭지 않아요, 그냥 좀 지난번과 다르다 정도. 유아인을 캐스팅해 놓고, 유아인이 이렇게 또 연기를 했는데 그걸 못 살릴 일이냐고요.
유명준 : 그럼 결국 연출의 문제로 다시.
홍종선 : 네, 연출의 문제입니다. 저는 유일하게 박주현 배우 돋보이더라고요. 물론 박 배우가 잘했죠. 그러나 전체적 비율을 높고 볼 때 감독이 어디에 공을 들였느냐가 보이는 건데. 지금 윤희에게 집중할 때냐고요. 문소리 배우도 진짜 강인숙 회장 너무 멋지게 연기했는데, 드라마 자체가 산으로 가니 찬사를 못 보내겠는 거예요.
유명준 : 사실 문현성 감독은 ‘화려한 휴가’ 이후 (제가 본) 영화들은 캐릭터들이 확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요가학원’도 그렇고 ‘임금님의 사건수첩’도 그렇고. 그런데 여기서도 그런 생각이.
류지윤 : ‘임금님의 사건수첩’ 아쉬웠죠. 맞죠. 잊고 있었네.
홍종선 : 그래도 저는 문 감독의 ‘코리아’도 좋았고, ‘임금님의 사건수첩’도 재미있었어요. 작은 지점을 하나 탁 잡아서 재미있게 드라이브를 잘하는구나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진짜 드라이브 영화인데 운전을 못 하신. 이 레트로 감성의 미술과 음악, 이 좋은 배우들의 열연, 재료가 이렇게 좋은데 결과는 왜 이러냐고요. 한정식 차릴 밥상을 비빔밥을 만들었어.
유명준 : 맛이 안 느껴지는 비빔밥.
홍종선 : 우리는 하나 하나 맛보고 싶었다고요, 서양식 코스 요리로 하나씩 내오라는 게 아니라 우리식 한정식으로 촤악 차려 놓아줬어도 우리가 하나하나 입맛대로 취향대로 음미했다고요. 그런데 개성이 너무 강한 고추장을 확, 참기름을 확 부어주셨네요 ㅠㅠ.
류지윤 : 극장에서 봤으면 더 별로였겠죠?
유명준 : 극장이라면 활주로 장면의 드라이브 신이나 시내 드라이브 신은 어느 정도 살았겠지만, 비판의 강도는 더 세졌을 듯.
홍종선 : 저는 좀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건 문 감독에 국한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요. 요즘 감독님들 왜 이렇게 스스로, 먼저 만족해요. 관객이 보기 전에 만들면서 이미. 문소리 배우가 현장에서 멘토 역할해 주고 유아인 배우가 새로워진 비주얼로 날아주니까 너무 좋았을까요. 감독의 소명은 끝까지 의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류지윤 : 저는 ‘수리남’ 보기 전까지 요즘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가 너무 별로라 그렇게 커트라인이 높다고 하는데 ‘이 영화들이 어떻게 투자 받은 거지’ 싶달까요. 이러다가 한국 콘텐츠 신뢰도만 계속 떨어지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유명준 : 저도 감독들이 넷플릭스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유롭게 연출을 하는 것도 좋은데, 관객들이 아닌 ‘자기 만족’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극장처럼 스코어가 매일 나오는 것이 아니니 부담이 줄어든 탓이 있기도 하지만. 너무 다 해보려고 하니 절제력이 떨어지고, 조화로운 면도 생각을 안 하는 것도 같고. 한편으로 해외 OTT가 어느 시점에서 한국 콘텐츠에 과연 계속 투자를 할까 싶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홍종선 : 그러게, 지윤 말대로 ‘수리남’ 보기 전까지 진짜 OTT물에 염증이 나고 있었어. 특히 넷플릭스. 그러다 그 우려를 뒤집는 작품이 또 넷플릭스에서 나왔네, ‘수리남’. 유 부장 생각에 동의하는 바가 있어. 다만 이 하강기가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 아니라 다시 위로 올라가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기를 바라요. 그러자면 넷플릭스 등 OTT의 자금줄이 아직 마르면 안 되는데.
유명준 : 넷플릭스가 분명 한국 콘텐츠의 질을 올리고, 외형도 넓히고 유통도 확실하게 해주긴 하는데, 조금 '질린다'라는 느낌이랄까요. 그 '질린다'의 마지막을 전 ‘서울대작전’에서 본 것 같고요.
홍종선 : 나도 실망감의 정점에 뜻하지 않게 '서울대작전'이 있어요. 진짜 문소리,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좋아하는 배우 다 나와서 기대했는데,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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