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무솔리니' 멜로니, 총리 되나..伊총선, 우파연합 승리

이탈리아 첫 여성총리
과거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정권
출구조사, 우파연합41∼45% 득표 예측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 대표가25일(현지시간) 로마에 있는 당 선거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탈리아에서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조기총선에서 강경우파로 알려진 조르자 멜로니(45)가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가 확정되면 이탈리아 최초 여성 총리이자 과거 독재자 무솔리니 정권 이후 가장 극우적인 성향의 지도자가 취임하게 된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파 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로 인정되는 40%를 넘어서는 수치로 당선이 확정된 바나 다름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우파 연합은 하원 400석 중 227∼257석, 상원 200석 중 111∼131석 등 상·하원 모두 넉넉하게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파 연합은 세계2차대전 이후 파시스트 정당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극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이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당 별로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Fdl이 22∼26%, Lega는 8.5∼12.5%, FI는 6∼8%를 기록했다. 이들 세 정당은 지난 7월 27일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하며 멜라니 대표의 총리 선출이 유력해졌다.

반면 총리를 지낸 엔리코 레타 민주당(PD)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은 25.5∼29.5% 득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17∼21%로 Fdl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세력 규합에 실패하면서 우파 연합의 집권을 막지 못했다. 범좌파로 분류되는 오성운동(M5S)은 13.5~17.5%를 득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정치·경제위기 속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오던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지난 7월 사임을 발표한 데 따라 실시됐다. 남유럽 재정위기 때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위기를 무난하게 관리했다는 평을 받은 드라기 내세워 출범된 중립 거국 내각이 1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멜로니 대표는 우파연합을 이끌며 반(反) 이민 정책과 반 유럽연합(EU) 정책을 주장해왔다. EU 관계자들은 EU 탈퇴를 지지한 멜로니 대표를 주축으로 극단적인 '우경화' 정책이 이뤄지며 내부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진 멜로니 대표가 EU의 대(對)러 제재를 지지하고 있지만, 언제든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는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인 헝가리에 공공 조달 과정에서 법치 위반과 부패 등을 이유로 수십억 유로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편들기도 했다. 앞서 헝가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내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