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ERA 1.34' 놀린, 호랑이 가을행 이끈다
[양형석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스 외국인 투수 션 놀린 |
ⓒ KIA 타이거즈 |
김종국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4-3으로 승리했다. 23일 6위 NC에게 반 경기 차이로 쫓기며 5위 자리가 위태로웠던 KIA는 NC와의 3연전 위닝시리즈에 이어 삼성까지 꺾으면서 이날 KT 위즈에게 1-9로 패한 NC와의 승차를 다시 2.5경기로 벌렸다(65승1무70패).
KIA는 안방마님 박동원이 5회에 터트린 선제 솔로 홈런이 결승타가 됐고 나성범이 3안타1타점, 박찬호가 2안타2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마운드에서는 마무리 정해영이 9회에 등판해 1이닝2실점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시즌 31번째 세이브를 챙겼고 올 시즌 유난히 승운이 없었던 외국인 투수가 6번째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 19번의 등판에서 12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는 션 놀린이 그 주인공이다.
'외국인 투수 맛집' KIA, 좌완은 글쎄
KIA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수를 잘 선발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KIA에는 2002년의 마크 키퍼와 2009년의 아킬리노 로페즈, 2017년의 헥터 노에시까지 KIA 소속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던 선수만 3명이나 된다. 2007년 정규리그 MVP 다니엘 리오스와 2008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17승을 따냈던 세스 그레이싱어도 KIA에서 동양야구를 처음 시작했다. 하지만 KIA를 거쳐간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은 모두 우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물론 KIA가 좌완 외국인 투수 영입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다. 2001년에는 루이스 안두하의 대체 선수로 개리 레스가 합류해 팀명이 해태에서 KIA로 바뀌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153이닝을 던지며 7승9패 평균자책점4.34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리오스와 키퍼를 영입한 KIA는 레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레스는 두산 베어스로 이적해 2002년 16승,2004년17승을 거두며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윤석민이 투수 부문 4관왕을 차지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2011년 KIA 유니폼을 입었던 호주 출신의 트레비스 블랙클리 역시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KIA의 좌완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이다. 트레비스는 2011년 25경기에 등판해 126.2이닝을 던지며 7승5패1홀드3.48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는데 사실 성적보다는 다혈질의 성격으로 더욱 유명했다. 트레비스는 KIA 퇴단 후 2012년과 2013년 다시 빅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트레비스 이후 2012년의 호사리오 라미레즈와 2013년의 듀웨인 빌로우,2014년의 저스틴 토마스까지 좌완 외국인 투수로 재미를 보지 못한 KIA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7년 다시 좌완 외국인 투수 팻 딘을 영입했다. 팻 딘은 2017년 정규리그에서 KIA의 3선발로 활약하며 176이닝을 소화했고 9승을 올리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그 해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로 등판해 7이닝3실점으로 승리를 거두며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KIA 구단과 팬들은 KBO리그에 적응이 된 팻 딘이 2018 시즌 더 좋은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팻 딘은 36경기에서 6승7패2홀드6.26으로 부진하면서 한국생활을 2년 만에 마감했다. KIA 입장에서는 나아질 듯 끝내 나아지지 않았던 팻 딘의 구위회복을 기다리다가 한 해 외국인 농사를 망친 셈이다. 그래도 팻 딘은 재계약 결렬이 확정된 후 개인 SNS를 통해 구단과 동료 선수들,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훈훈하게 KIA와 작별했다.
부상 복귀 후 11경기 2.23-9월 5경기 1.34
팻딘을 끝으로 KIA는 다시 3년 동안 좌완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KIA에는 양현종이라는 리그 최고의 좌완 에이스가 있었다. 그리고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자리를 비운 작년 시즌에는 이의리라는 유망주가 등장해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따라서 KIA는 양현종까지 미국에서 돌아와 이의리와 함께 '토종 좌완 원투펀치'를 결성한 올 시즌엔 더더욱 좌완 외국인투수를 영입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KIA는 지난 1월 재계약 협상이 여의치 않았던 다니엘 멩덴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좌완 놀린을 총액 90만 달러의 조건에 영입했다. 놀린은 빅리그 4년 동안 1승5패5.74의 성적을 올렸고 2020년엔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활약했지만 5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사실 놀린은 커리어가 화려한 투수라고 할 순 없었지만 KIA는 놀린의 변칙적인 투구와 노련한 경기운영능력에 기대를 걸었다.
놀린은 시즌 초반부터 타구에 팔꿈치를 맞기도 하고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으로 74일이나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전반기 성적은 2승5패3.53으로 외국인 투수로서 크게 내세울 게 없었다. 하지만 KIA는 로니 윌리엄스를 교체하면서까지 놀린의 부상회복을 기다렸고 7월27일 NC전을 통해 1군 무대에 복귀한 놀린은 후반기 KIA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8월 5경기에 등판해 31이닝11자책(평균자책점3.19)으로 호투하고도 1승2패에 그쳤던 놀린은 9월 5경기에서는 33.2이닝 동안 자책점 5점만을 기록하며 3승1패1.34의 성적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2자책 이하) 투구를 펼쳤던 놀린은 25일 삼성전에서도 7이닝7피안타2사사구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6승째를 따냈다.
가을야구에서 강력한 원투펀치의 존재는 팀에 엄청난 힘이 된다. 다만 KIA는 이미 4위로 가을야구에 올라사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와일드카드로 올라가면 4위팀과의 2연전에서 연승을 따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KIA에는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통산 159승 투수 양현종과 9월 한정 리그 최고의 투수 놀린이 있다. 5위 경쟁을 통과해 가을야구 티켓만 따낸다면 KIA가 역대 최초로 '5위의 반란'을 노려보기 충분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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