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③ 황선우 인터뷰] "한국 수영 단거리 세계챔피언은 불가능? 편견 깨고 싶어 더 욕심 난다"

이은경 2022. 9. 2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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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 사진=연합뉴스

황선우는 지난해 18세 나이에 수영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박태환의 한국기록을 갈아치웠고,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 처음 나가서 자유형 100m 아시아신기록을 새로 썼다. 경기장 밖에서 미디어 앞에 설 때의 그는 ‘신기하고 즐겁다’는 듯한 표정으로 소년처럼 이야기한다. 황선우는 이달 초부터 3주간 소속팀 선수들과 튀르키예 고산지대 훈련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와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어린 시절 박태환의 금메달을 보며 수영 선수의 꿈을 키웠을 거 같다. 박태환처럼 중장거리를 선택하지 않고 단거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먼저 자유형 영법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유형에는 두 가지 영법이 있다. 양쪽에 동일하게 힘을 실어주는 정박자(기본) 영법과 한쪽에 힘을 더 실어주는 로핑 영법이 있다. 로핑 영법은 정박자 영법과 비교했을 때 단거리에 더 적합하다. 어릴 때부터 로핑 영법이 내 몸에 더 맞다고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훈련했다. 계속해온 로핑 영법이 몸에 익어서 그런지 100m와 200m가 더 맞는 것 같다.”

-‘한국 수영에서 단거리 세계 챔피언이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거기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없었는지.

“그런 편견을 깨고 싶어서 단거리 종목에 더 욕심이 난다. 한국에서 단거리 세계 챔피언이 나오기 힘들다는 선입견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하다 보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여섯 살 때 수영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수영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무엇이었나.

“스피드다. 물속에서 느껴지는 스피드가 지상과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황선우의 역영. 사진=연합뉴스

-스스로 돌아봤을 때 실력이 확 늘었다고 느낀 시점이 있다면.

“중학교 3학년 때 출전했던 맥도날드 챔피언십인 것 같다(이 대회는 2018년 12월 호주 퀸즐랜드에서 열렸다. 황선우가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까지 유일하게 참가했던 해외의 국제대회였다). 평소와 느낌이 조금 달랐다. 페이스 조절 능력과 레이스 운영, 그리고 후반 지구력이 향상된 느낌이었다. 이 대회에서 당시 자유형 200m 개인 최고기록인 1분51초를 2초 앞당겼다.”

다비드 포포비치. AFP=연합뉴스

-지난 6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와 100m를 석권한 포포비치의 성장이 놀랍다. 자유형 200m에서 황선우는 포포비치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둘의 체격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던데.

“세계선수권이 끝나고 유럽선수권대회에서 포포비치 선수가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46초86), 자유형 200m에서 1분42초대를 기록하는 등 정말 엄청난 기량을 보여줬다. 도쿄 올림픽 때만 해도 나와 기록이 비슷했는데, 1년간 기록을 놀라울 만큼 단축했더라.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 피지컬을 보면, 포포비치 선수는 기존의 세계적인 단거리 선수들처럼 큰 근육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 말랐지만 탄탄한 근육을 보유한 선수다. 그리고 나보다 리치(팔 길이)가 10㎝정도 더 긴 이점이 있다. 하지만 물을 잘 타는 내 장점을 살려서 급하지 않게 나만의 레이스를 운영하며 포포비치와 경쟁하고 싶다. 포포비치 역시 계속 발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속도에 뒤처지지 않게 나도 훈련에 매진해서 기록을 단축해 가겠다.”

-어릴 때 ‘넘사벽’으로 보였던 라이벌을 넘어선 기억이 있나.

“어릴 때는 딱히 라이벌을 두지 않았다. 굳이 라이벌을 만든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최고기록이 내 라이벌이다. 그래서 나는 옆 레인의 누군가를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 항상 내 기록을 깨려고 노력했다. 가장 좋은 기록을 세웠을 때 수영했던 느낌을 살려 매번 그 기록을 깨야겠다는 생각으로 레이스를 펼쳐왔다.”

-자신의 기록과 싸워가는 수영 선수는 훈련하는 내내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도록 다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거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게을러지지 않고 마음을 다잡는 습관이 되어있어야 (나태함을) 극복할 수 있는 거 같다. 수영은 개인종목이기 때문에 내가 훈련을 소홀히 하면 나만 뒤처진다. 그래서 훈련에 더 집중하고 기록 관리를 신경 써야 한다. 혼자 노력하는 부분 외에 연습은 동료들과 다 같이 하다 보니 서로 경쟁도 하고 응원도 해준다. 나태해지지 않게 도와준다.”

-코로나19 탓에 최근 2~3년간 국제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아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했다.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첫 올림픽을 치렀는데, 멘털 관리는 어떻게 했나.

“여러모로 걱정이 많이 되긴 했다. 그래도 너무 욕심내지 않고 내가 가진 모든 기량을 보여 주자라는 생각이었다. 자유형 200m 결승 레이스에서 경험 부족으로 오버페이스를 했다. 후반부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조금 아쉬운 등수(7위)를 받았다. 그래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개인기록을 경신했고, 많은 경험을 얻어와서 만족한다. 도쿄 올림픽 때는 멘털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 했다. 첫 세계 메이저 무대였기 때문에 열심히 훈련했던 날만 생각하며 경기했다.”

2021년 대표선발전 자유형 200m 한국신기록 뒤 거친 숨 몰아쉬는 황선우. 사진=연합뉴스

-6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선우를 포함한 한국 남자팀이 계영 800m 한국신기록을 경신(7분06초93·2021년 종전 신기록 대비 2초96 단축)했다. 그동안 ‘한국 계영은 그냥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종목’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통쾌한 반전을 줬다.

“세계선수권대회 계영 800m에서 한국신기록을 두 번이나 경신하고, 결승에 진출해 6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계영 800m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의 기록이 자신의 베스트 기록에 못 미치는 기록들이었다.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계속 훈련하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더 보여 줄 수 있는 게 많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일상 속의 평범한 청년 황선우도 궁금하다. 친구들이 평가하는 황선우는 어떤 사람인가.

“그냥 평소에는 계속 수영만 한다. 휴가 때 여유를 잠깐 즐기다 다시 수영만 하는 사람?(웃음)”

황선우. 사진=연합뉴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엄청나게 먹는 양이 많은 거로 유명했다. 혹시 황선우 선수도 ‘대식좌’인가.

“그냥 보통보다 조금 많이 먹는 것 같은데… 대식가 스타일은 아닌 거 같다(웃음).”

-세계신기록 도전에 대해 로드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모든 수영 선수들이 세계신기록을 경신하고 싶어 할 것이다. 세계신기록 보유자라는 타이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영 선수라는 증명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기록을 경신한다는 생각보다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한다는 목표를 잡는다. 조금씩 목표에 다가가면 세계신기록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개인 최고 기록 경신을 목표로 세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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