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위협하는 中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7월 청년실업률 19.9% 사상 최고치 기록
알리바바·텅쉰 등 빅테크 규제 등이 요인
올해 대졸자 1096만명 나와 더 나빠질 듯
중국이 청년실업(16~24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을 앞두고 고용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은 중국 정부가 5명당 1명꼴인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으로 체제안정을 위협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르며 매우 심각한 상태로 중국의 청년인구가 1억 7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전체 청년실업 인구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미국 CNN 방송이 지난 19일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말 14.3%에서 올해 3월 16%, 4월 18.2%로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더니 급기야 7월에는 19.9%까지 치솟았다. 8월에는 18.7%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윌리 램 미국 제임스타운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청년들은 40년 만에 최악의 취업 위기를 겪고 있다"며 "경제성장과 안정적 고용은 당의 집권 정당성을 입증하는 핵심 사안인데 높은 청년실업률로 중국 공산당이 큰 도전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실업 급증은 중국 정부의 빅테크(기술 대기업) 규제와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20년 말부터 주요 테크기업을 겨냥해 규제를 강화했다. 최대 e커머스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을 시작으로 최대 정보기술(IT)기업인 텅쉰(騰訊·Tencent)그룹, 중국판 우버인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이 표적이 됐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는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 기업인 마이(螞蟻·Ant)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인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창업자가 2020년 10월 당국의 금융정책을 공개 비판한 직후 11월 예정된 마이그룹의 상하이와 홍콩증시 상장을 중단되면서 본격화했다. 지난해 4월엔 알리바바그룹이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182억 위안(약 3조 6000억원)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2008년 중국 반독점법 도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텅쉰그룹은 지난해 11월 중국 국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웨이신(微信·Wechat) 신규 사용자 가입과 업데이트가 중단됐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텅쉰뮤직은 정부 명령으로 글로벌 음원 라이선싱 판권을 모두 포기했다. 텅쉰그룹이 주요 주주인 비디오게임 스트리밍 사이트 후야(虎牙)와 더우위(斗魚)의 합병도 시장 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무산됐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6월 중국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중국 당국은 상장 직후부터 디디추싱에 대해 1년여간 강도 높은 사이버안보 조사에 나섰다. 조사기간 동안 디디추싱의 신규 회원 모집이 중단토록 하고 회사가 운영하는 모바일앱 25개를 중국 앱스토어에서 제거하는 등의 규제를 가했다. 이 때문에 디디추싱은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이 90% 이상에서 70%대로 급락했다.
디디추싱에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자회사 디디즈푸(滴滴支付)도 12건의 규정 위반 혐의로 427억 위안의 벌금을 매겼다. 결국 디디추싱은 뉴욕증시 상장 1년이 채 안 된 지난 6월 스스로 상장 폐지를 하며 백기를 들었다.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내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확산하는 등 내우외환으로 경제가 고꾸라지자 류허(劉鶴) 부총리가 지난 5월 “플랫폼 경제와 IT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규제완화 모양새를 보이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강력한 봉쇄정책과 경기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청년 고용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해온 테크기업들의 역할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알리바바그룹이 상반기에만 1만 3000명 이상의 인력을 해고했다. 알리바바그룹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이다. 텅쉰그룹 역시 2분기에 직원 5500명을 내보냈다. 텅쉰에서 해고된 모바일게임 개발자 아만다(27)는 “텐센트조차 경기불황을 헤쳐 나갈 수 없다면 다른 기업은 어떻겠냐”며 “내가 다음에 어디로 갈 수 있을까”라고 한탄했다.
중국 내 청년실업 문제는 코로나19 극단적인 방역정책인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 탓도 크다. 상하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근로자들이 집에 갇혀 생산이 마비되고 도시 내, 도시 간 이동 역시 사실상 끊겨 물류가 멈췄다. 경제지표는 모두 곤두박질치고 일자리 안정성에 대한 불안으로 지갑을 닫았다. 도시 봉쇄가 풀렸지만 소비가 예전과 같지 않다보니 기업들은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는다. 상하이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인 이달 초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와 기술도시 선전 등 주요 도시 30여 곳이 전면 또는 부분 봉쇄가 단행됐다.
여기에다 미국의 대중제재도 한몫했다. 미국 규제당국이 19일 홍콩에서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조사를 개시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회계 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 조사관들이 이날 홍콩 센트럴에 있는 회계·컨설팅업체 KPMG 차이나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홍콩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를 시작했다. 미 당국의 첫 조사대상 기업에는 알리바바그룹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청년실업 해소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두 팔 걷고 나섰다. 그는 지난 5월 ‘고용안정 업무 회의’를 주재하고 “고용 안정은 많은 가정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자 경제가 합리적인 구간에서 운영되도록 하는 중요한 버팀목”이라며 “각 부처는 고용안정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연내 일자리 1100만개를 늘리고 도시실업률을 5.5%에서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당국도 주요 부처를 동원해 청년들을 농촌, 공장 등으로 보내는 ‘20세기판 하방(下方)’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교육부와 재정부, 인적자원사회보장부 등 정부부처는 공동성명을 통해 지방정부가 대졸자들을 마을 공무원으로 채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부처는 또한 “농촌 지역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창업하는 대졸자에는 세금 인센티브와 대출 혜택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장려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이 중국을 경제를 강타한 2020년 7월에도 중국 당국은 대졸자들이 도시에서 제한된 취업 기회를 얻기 위해 싸우기보다 농촌 지역으로 이주할 것을 권장했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실시했던 농촌 하방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마오쩌둥은 도시 청년을 농촌에 내려 보내 그들에게 민중의 삶 속에서 직접 배우라고 했지만 사실상 도시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15살 때 산시(陝西)성 옌촨(延川)현 량자허촌(梁家河)촌으로 하방돼 7년간 ‘지식청년’ 시절을 보냈다.
이런 와중에 올해 중국의 노동시장에는 1076만명의 대학졸업생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청년고용의 젖줄’ 역할을 하던 테크기업들이 더는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청년실업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뤄원(羅文)은 AFP통신에 “내 목표는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일하는 것이었지만 넉 달 넘게 구직을 하면서 더 작은 도시에서 더 적은 임금을 받고도 일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고용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높은 청년실업률은 시진핑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은 "20차 당대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런 정리해고 사태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심각한) 청년실업 사태는 장기적으로 중국경제와 체제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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