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니나 시몬과 목소리

2022. 9. 2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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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즈 싱어송라이터 니나 시몬의 일대기를 그려낸 다큐멘터리 '왓 해픈드, 미스 시몬?(What Happened, Miss Simone?)'을 다시 보았다.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는 흑인 여자아이 유니스 웨이먼은 우연히 백인 음악 교사에게 발탁돼 피아노 레슨을 시작한다.

아이가 매일 교사 집으로 향하기 위해 건너는 철길은 백인과 흑인의 거주 지역을 가르는 경계선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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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미국 재즈 싱어송라이터 니나 시몬의 일대기를 그려낸 다큐멘터리 ‘왓 해픈드, 미스 시몬?(What Happened, Miss Simone?)’을 다시 보았다.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는 흑인 여자아이 유니스 웨이먼은 우연히 백인 음악 교사에게 발탁돼 피아노 레슨을 시작한다. 아이가 매일 교사 집으로 향하기 위해 건너는 철길은 백인과 흑인의 거주 지역을 가르는 경계선 역할을 했다. 아이는 최초의 흑인 여성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품고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하지만, 재학 중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악원에 지원했다 낙방한다. 인종차별 탓임이 틀림없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를 위해 필라델피아로 이사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시작했다. 대중가요를 경멸하던 가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사용한 예명이 ‘니나 시몬’이었다.

시몬의 삶은 언제나 흑인으로서 받았던 차별과 억압에 대한 반동에 의해 굴곡을 맞았다. 그는 극심한 조울증 환자였다. 화를 참지 못하고 과격한 행동을 했으며 부지기수로 총을 겨누거나 화를 내는 바람에 음악계의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말년에는 부와 명예를 모두 잃고 300달러를 받는 허름한 클럽에서 공연하며 근근이 생을 이어갔다. 인터뷰에서 그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면 자신의 삶이 이토록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다. 원하던 삶을 살지 못했던 이유는 흑인이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진 차별 때문이었고, 대중가수로서 최고의 자리에서 쫓겨나 외면받기 시작했던 이유 역시 그런 차별에 대해 발언하고 투쟁했기 때문이었다.

‘목소리를 내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누리는 안온한 일상은 차별과 폭력에 대항해 위험을 무릅쓰고 발화됐던 어떤 목소리들의 누적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여전한 차별과 폭력이 있다. 말을 고르고 볼륨을 조절하는 동안 누군가 죽어간다면, 또 누군가의 삶이 망가져야 한다면, 어떤 시급함으로 어떤 말을 먼저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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