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정국 경색 심화.. 정기국회 가시밭길

박세환 2022. 9. 2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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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가뜩이나 꽉 막힌 여야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뉴욕에서 회의장을 나서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미국 의회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한 발언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정국 경색이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정기국회 기간 주요 법안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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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외교라인 전면적 교체 촉구
국힘 "대통령 외교활동 폄훼" 반발
與 일각 "국감 이전 野 설득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영국과 미국, 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2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가뜩이나 꽉 막힌 여야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뉴욕에서 회의장을 나서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미국 의회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한 발언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정국 경색이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당장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외교라인 전면 교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폄훼하면서 국익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맞섰다. 여야의 신경전이 지속될 경우 시급한 민생 법안을 논의해야 할 이번 정기국회가 난항을 겪고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부의 순방 외교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전면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은 총체적 무능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외교 참사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거짓말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논란만 남긴 이번 순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외교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의 경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인사 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집을 주장하며 추가 공세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이재명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이어지는 국정감사에서도 외교 논란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비속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대한민국 외교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순방 내내 외교 참사를 외치며 대한민국의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었다”며 “무차별적인 깎아내리기는 그만 멈춰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과장하며 이번 순방의 성과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적보다 당적이 우선인 민주당은 국가의 외교마저 폄훼해 반사이익을 얻어내려고 했다”며 “민주당과 좌파 언론이 만든 조작과 선동의 티키타카, 이것이 바로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조수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의 형수 욕설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것이 진짜 욕설”이라고 강조했다. 유상범 배현진 박수영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아예 ‘이 XX들’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정기국회 기간 주요 법안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169석인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일하는 여당과 정부가 되기 위해선 야당을 설득해 민생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하는데 비속어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며 “여당 지도부나 대통령실이 나서서 국감 전에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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