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의 방관하는 건 불의"..민주당, 대여공세 수위 높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외교를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펴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의(義)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는 문구를 SNS에 올려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귀국한 지난 24일 밤 페이스북에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며 이 같은 글을 적었다.
이 글에 이 대표 측근인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다 바이든 좋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대통령실이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부른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걸 고려하면 ‘다 날리면 좋겠다’고 해석될 수 있는 문구다. 또 한 지지자가 “오늘 불의를 참을 수가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는 댓글을 달자, 이 대표는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독려 답글을 달았다.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선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요구하는 ‘제7차 촛불 행동’ 집회가 열렸다.
이 대표는 직후 트위터에도 “할 수만 있다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라고 하셨던 김대중(DJ) 선생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 했다”고 썼다. 그러자 45분 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같은 글을 올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요일인 25일 당초 2명이 근무할 예정이던 당직 대변인을 4명으로 늘려 화력을 강화했다. “윤 대통령은 실패한 순방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라. 외교라인에 대한 전면적 교체를 추진하라”(박성준 대변인) 등 정부 비판 논평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또 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캐나다와의 정상회담 후 페이스북에 “캐나다의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 AMAT는 용인에 대규모 R&D센터 투자를 결정했다”고 썼다가 1시간 만에 수정한 해프닝도 쟁점화했다. AMAT는 캐나다가 아닌 미국 회사고 국내 R&D센터 건립 계획은 지난 7월 공식화돼 경기도와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영국 조문 취소 외교 결례와 욕설만 남은 국제 망신, 캐나다 실적 부풀리기 거짓 홍보까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는 삼진아웃”이라며 “민주당은 박진 외교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그리고 김은혜 홍보수석 경질을 요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 대표까지 나서 정부를 압박하는 건 순방 외교를 공격 소재로 삼아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또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이 대표가 정부 실정을 부각하며 DJ처럼 ‘탄압받는 야당 지도자’ 이미지를 챙기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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