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미 연합훈련 하루 전 동해로 SRBM 발사했다
북한이 25일 또다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쐈다. 26일부터 나흘간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동원한 대규모 한·미 해상 연합훈련이 벌어질 동해상을 향해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6월 5일 이후 112일 만이다. 지난달 17일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이후로는 39일 만의 도발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오전 6시53분쯤 평안북도 태천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한 발을 시험발사했다.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약 600㎞, 고도는 약 60㎞, 속도는 마하 5 정도로 탐지했다.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일본 방위상은 “미사일이 변칙 궤도로 높이 날아갔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NSC “북 선제 핵공격 법제화 뒤 첫 도발”
NSC 상임위 참석자들은 “이번 발사는 지난 9월 8일 북한의 전술핵 선제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정책 법제화 발표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임에 주목하고 미국 및 우방국들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북한의 행동은 일본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관한 것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계열 미사일을 쏜 것으로 추정된다. KN-23은 목표물 가까이에서 높게 솟구쳤다가 내리꽂듯 비행하는 변칙 기동이 특징이어서 요격이 까다롭다.
일각에선 이번 발사가 지난 23일 부산에 들어온 미 해군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을 겨냥한 시위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번 훈련에는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공격형 핵잠수함인 애나폴리스함(SSN-760)까지 참여해 북한 입장에선 매우 위협적인 상황이다.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미 항모강습단이 26~29일 동해 공해상에서 해군과 대규모 연합훈련을 할 예정인 만큼 훈련 장소로 미사일을 쐈다는 얘기다.
하지만 KN-23은 지상 군사시설과 같은 고정 표적이 아닌 항모 등 이동하는 해상 표적을 공격하기엔 부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금까지 북한은 KN-23의 정확도를 파악하기 위해 함경북도 길주군 무인도인 알섬을 향해 시험발사해 왔다. 다만 무인항공기(UAV)로부터 표적 정보를 받는다면 이동하는 항모를 공격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KN-23을 항모 타격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 이미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역시 ‘항모 킬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KN-23이나 극초음속 미사일은 모두 변칙 비행을 하기 때문에 현재의 이지스 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이지스함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SM-6 함대공 미사일 개량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군 당국은 2025년부터 실전 배치하는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SM-6 미사일을 탑재할 계획이다.
한편 북한 내에서 또 다른 수상한 군사적 움직임이 잇따라 나타나 군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신형 잠수함 진수를 준비 중인 정황이 나타났다.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민간 위성사진을 토대로 신포조선소 주변에 바지 등 선박 6대가 집결했다면서 새 잠수함 진수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38노스는 이어 “지난 1년간 신포조선소 인근 차량의 교통량 등을 분석한 결과, 신형 잠수함 건조와 관련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 SLBM 장착 가능한 잠수함 개발했나
북한은 그간 여러 차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지만, 이를 실전 운용할 잠수함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현재 운용하는 잠수함 중 SLBM 장착이 가능한 것은 고래급 잠수함(8·24 영웅함)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또한 수중 이동 중 발사능력이 검증된 바 없고 발사관이 1개뿐이어서 SLBM 실전 운용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해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현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신형 잠수함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SLBM 기술을 확보할 경우 역내 핵 방어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분단을 넘어서’는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으로 부르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22일 전했다. 지난 6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비공개 지하시설 건설 작업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면서다. 인공위성 발사에 사용되는 장거리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로 전용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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