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등 돌리게 하는 여야의 '집착'들

2022. 9. 2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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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1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도착, 법정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김호영 기자)
요사이 정치판을 보면, ‘집착’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우선 여당을 보자. 이준석 전 대표와 국민의힘 사이 내홍 과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에 집착하고,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징계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얼마 전 인용된 가처분까지 합해 무려 5개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제 ‘가처분’ 하면 ‘이준석’을 떠올릴 정도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을 축출하려는 세력에 대항하는 수단은 가처분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가처분 신청을 보면서 국민은 ‘가처분 피로증’에 시달린다.

실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9월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0.2%,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는 65%에 달했다. 유력 정치인에 대한 비호감도 중 가장 높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 추세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8%에 달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1%에 그쳤다. 이준석 전 대표와 국민의힘 사이 갈등에서 국민이 국민의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듯 보인다. 현재 갈등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일 수 없다. 또한 이준석 전 대표 비호감도가 1위를 차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유리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런 여론 추세는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더구나 이 전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이미지에 신경 써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월 17일 경찰서에 출석했다.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무마 의혹 진실 여부와 포괄일죄 적용 여부 그리고 가로세로연구소와 관련된 무고죄 성립 여부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포괄일죄와 성상납 의혹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다른 의혹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지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 가처분이 인용돼 이 전 대표가 ‘승리’했을 때, 이를 명분으로 대표직을 스스로 사퇴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이준석 전 대표를 ‘정리’하는 데 상당한 집착을 보이는 것 같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9월 18일 긴급회의를 갖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절차 개시 이전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가 국민의힘에 어떤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국민의힘은 나름대로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했다고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섣불리 추가 징계를 했다 이 전 대표의 피해자 이미지만 강화시켜주고, 가처분은 인용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이 전 대표를 출당시킨다고 해서 9월 28일에 있을 가처분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추가 징계에 대해 또다시 가처분 신청을 낼 테다. 이렇게 되면,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전쟁’에서 계속 승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 자유한국당 시절 정준길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당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다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된 사례도 있다.

특정 대상에 대해 집착을 보이는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집착은 김건희 여사를 향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영빈관 신축에 대해서도 특검을 하자고 한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영빈관 신축 주장의 배후에 있다고 의심하는 것 같다. 김 여사에 대한 집착이 특검 주장 남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이 근거로 드는 것은 여론조사다.

SBS가 여론조사 기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월 8일부터 9일까지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4.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64.5%에 달했다는 점을 들어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은 국민적 의혹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해당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 아닌 적절한 수사라고 답한 비율도 50.3%에 달한다. 이런 결과는 외면한 채,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문제만 국민적 의혹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다. 여론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려면, 자신에게 불리한 조사 결과도 인정하면서 상대방을 압박해야 한다. 지금처럼 하면 여론 공감을 얻기 힘들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다른 곳에서도 보인다. ‘노란봉투법’이다. 앞서 언급한 SBS-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등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33.2%, 반대하는 비율은 46.5%로 나타났다. 반대 여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더 높은데도,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할 조짐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민주당 논리로 따지면, 노란봉투법을 입법 강행해서는 안 된다.

따지고 보면, 민주당의 이 같은 모습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공개한 6·1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 패배 원인은 “이탈한 지지층을 회복하려는 쇄신 노력 없이 검수완박, 위장 탈당, 최강욱 성비위 처리, 한동훈 인사청문회의 무능, 박지현 혁신안의 수용 거부 등 집토끼 중심의 전략만 고수했다”는 데 있다. 검수완박은 특히 당심과 민심이 다른 대표적 사안이었는데,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결과가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것이 민주연구원 분석이다. 이런 패배의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여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못지않게 국민 눈에는 ‘문제적 존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여당이나 이준석 전 대표 그리고 야당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 강한 집착은 여론을 피로하게 만들어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집착은 때로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런데 정치는 이성적 프로세스일 때, 비로소 그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그런 정치의 주요 주체인 정당 역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일 때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본인들이 비이성적이라고 여론마저 그렇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자신들의 비이성적인 모습을 여론이 따라줄 것이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집착 대신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7호 (2022.09.28~2022.10.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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