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 자영업자 올해 45% 증가..정부, 코로나 대출 또 연장
코로나19 이후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가 올해 들어 반년 사이 45% 급증했다. 이들의 평균 대출액도 5억원에 이른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의 빚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또다시 연장하고, 채무를 조정하는 등 각종 지원에 나섰다.
2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받은 개인사업자대출은 지난 6월 말 기준 688조263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637조4783억원)보다 7.9% 늘었다.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수는 325만327명으로 지난해 말(279만10명)보다 16.5% 늘었다.
문제는 자영업을 하면서 3개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번 연체하면 연쇄 부실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지난 6월 말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28만6839명)과 비교해 44.7%나 늘었다. 대출액도 같은 기간 162조4311억원에서 195조3839억원으로 반년 사이 20.2%가 늘었다. 다중채무를 지닌 자영업자가 전체 대출(자영업)에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월 말 인원 기준 12.8%, 대출액 기준 28.4%를 차지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6992만원이다.
실제 다중채무를 지닌 자영업자에 대한 부실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의 지표금리로 사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지난해 말 1.29%에서 이달 23일 3.07%로 뛰었다.
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저소득ㆍ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0.56%포인트 오른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ㆍ저신용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808%포인트 치솟는다. 같은 조건에서 가계대출 다중채무자의 연체율 증가 속도(0.966%포인트)보다 눈에 띄게 빠르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는 개인사업대출 외에도 개인 자격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까지 끌어다 쓴다는 점도 부실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최근 늘어난 (자영업자의) 대출은 대부분 생계형 자금일 수밖에 없다”며 “다중채무자는 금리가 낮은 은행에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내몰린 경우가 많은 만큼 부실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자영업자의 빚 폭탄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중소기업ㆍ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조치는 사실상 ‘재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5일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해주는 연착륙 방안을 10월부터 시행한다고 결정했다.
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의 대출 금리를 깎아주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 등 지원책도 이달 말부터 시동을 켠다. 자영업자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은 다음 달 4일 출범에 앞서 이달 27일부터 온라인 사전신청을 받는다.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는 순부채에 한해 원금의 60~80%를 감면해주는 게 특징이다.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상환 능력이 거의 없는 취약계층은 감면율이 최대 90%다. 연체 30일 이하인 부실우려차주는 9% 초과 금리를 9%로 낮춰준다. 채무 조정 한도는 총 15억원(담보 10억원, 무담보 5억원)이다.
자영업자의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 대출은 이달 30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연 7% 이상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연 6.5% 이하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상환 기간은 총 5년으로 2년 거치 후 3년간 분할 상환하면 된다. 대출 한도는 개인 사업자는 5000만원, 중소 법인은 1억원이다.
윤창현 의원은 “다중채무자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런 취약 차주들의 고금리 대출을 재조정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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