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일 회담한 尹, 美와는 유동성 논의..野는 "빈껍데기" 혹평
“일본과는 2년 9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해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 한ㆍ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 인플레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유동성 공급장치 포함), 대북 확장 억제 관련 정상 차원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대통령실이 25일 오후에 내놓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 주요 성과 자료 가운데 일부다. 윤 대통령의 취임 첫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변환기 국제문제 해법으로 자유와 연대를 제시하고, 에너지ㆍ기후ㆍ보건위기ㆍ디지털 격차 등 주요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 기여 의사를 표명했다.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연설이 유엔의 전략과 가치를 충실히 반영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18일부터 시작한 5박 7일간의 순방을 마치고 24일 밤 귀국했다. 지난 6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에 다녀온 데 이어 두 번째 해외 순방이다. 비행시간만 40시간에 이르는 강행군으로, 영국 여왕 국장(國葬) 참석, 유엔 총회 기조연설, 취임 첫 한ㆍ일 약식 정상회담, 한ㆍ독 정상회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차례 환담, 한ㆍ캐나다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의제와 범위를 사전에 정해놓지 않았고, 다자외교 무대에서의 양자 회담이라 ‘약식’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두 정상은 양국의 최대 현안인 강제 징용 문제를 언급하며 풀어갈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가속화할 것을 지시했고, 정상 차원에서도 소통을 이어가기로 한 것도 성과로 평가받는다. 한국 정부가 전문가들과 민관협의회를 통해 검토한 민간 재원 조성 방안이 논의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한ㆍ미 정상회담이라고 표현했지만,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는 장면은 없었다. 두 정상은 18일 영국 런던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개최한 리셉션, 21일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와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개최한 리셉션 등에서 세 번 ‘환담’했다. 이를 통해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유동성 공급장치 포함), 대북 확장 억제 관련 정상 차원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특히 잇따른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달러 수요가 치솟는 상황에서 양 정상이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 간에 협의할 문제지만, 이 또한 ‘유동성 공급 장치’에 포함된다”(최상목 경제수석)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1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한ㆍ독 정상회담에선 공급망 교란 등의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키로 합의했다. 23일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의 정상 회담에선 세계적인 자원 부국인 캐나다와 반도체ㆍ배터리 강국인 한국의 핵심 광물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다.
이번 순방을 통해 경제적 성과도 적잖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뉴욕에서 반도체ㆍ전기차 등 첨단산업 분야의 7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11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2002년 이후 대통령 순방 시 유치한 신고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런 정상 외교 성과에도 불구하고, 출국 전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도 일부 나온다. 출국 전, 대통령실은 “유동적이긴 하지만, 한ㆍ미와 한ㆍ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뉴욕 일정을 줄이면서 예정됐던 양자 회담들이 줄줄이 조정된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ㆍ미 정상이 공식 양자 회담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 한·일 정상회담도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긴 했지만 약식에 그쳤다.
특히 갑자기 튀어나온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때문에 순방 자체의 의미가 퇴색하고 국내 정쟁만 부각된 게 대통령실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국격을 무너뜨린 희대의 순방이었고, 알맹이 빠진 ‘빈 껍데기’ 순방이었다”(임오경 대변인)고 혹평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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