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자제하던 이재명 "행동하라" 독려..강한 야당 신호탄?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외교를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펴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의(義)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는 문구를 SNS에 올려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24일 밤 페이스북에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며 이같은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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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층에 ‘행동’ 독려…납치됐던 DJ 인용까지
무엇이 불의인지는 명시하진 않았으나, 이 대표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지지층의 비판 행동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측근인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 글에 “다 바이든 좋겠다”라는 댓글을 달아, 대통령실 해명을 비꼬았다. 대통령실이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부른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걸 고려하면, ‘다 날리면 좋겠다’고 해석될 수 있는 문구다.
또 한 지지자가 “오늘 불의를 참을 수가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는 댓글을 달자, 이 대표는 “수고했다.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독려 답글을 달았다. 이날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요구하는 ‘제7차 촛불 행동’ 집회가 열리는 등 서울 곳곳에서 대정부 비판 시위가 열렸다.
이 대표는 직후 트위터에도 “할 수만 있다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라고 하셨던 김대중(DJ) 선생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 했다”고 썼다. 이 말은 DJ가 박정희 정부 시절 유신 반대 운동을 주도하다 일본에서 납치돼 살해 위기를 겪은 후 처음으로 연 대중연설(1975년 4월)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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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침묵 깨자…당도 “김은혜 등 경질하라” 맹공
그간 정부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하던 이 대표가 운을 띄우자 지도부도 가세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지45분 만에 페이스북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같은 글을 올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튿날인 25일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으나, 당초 2명 근무 예정이던 당직 대변인을 4명으로 늘려 화력을 강화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순방은 총체적 무능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줬다”며 “윤 대통령은 실패한 순방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라. 그리고 외교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를 추진하라”는 논평을 냈다. 임오경 대변인 역시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는 욕설 논란과 국민의 청력 테스트뿐이었다”며 “부디 국민의 조롱을 받는 벌거숭이 임금님이 아닌 국민께서 자랑스러워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또 윤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각) 캐나다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페이스북에 “캐나다의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AMAT는 용인에 대규모 R&D 센터 투자를 결정했다”고 썼다가 수정한 해프닝도 쟁점으로 삼았다. AMAT는 캐나다가 아닌 미국 회사고, 국내 R&D 센터 건립 계획은 지난 7월 공식화돼 경기도와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페이스북 글을 1시간 만에 수정해 해당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영국 조문취소 외교 결례와 욕설만 남은 국제 망신, 캐나다 실적 부풀리기 거짓 홍보까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는 삼진아웃”이라며 “민주당은 박진 외교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그리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경질을 요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강경 드라이브로 정국주도권 노려…사법 리스크 방어 효과도
이 대표까지 나서며 정부를 연일 압박하는 건 순방 외교를 여권의 ‘약한 고리’로 잡고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순방 외교로 국민은 분노의 임계점을 넘었다”며 “이 대표를 포함해 우리 당이 민심을 받들어 국회의 입법권을 잘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 개정안) ▲기초연금확대법 등 7대 입법과제를 선정해 통과시키겠단 방침을 갖고 있다. 당장 오는 26일엔 쌀값정상화법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논의되는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농민을 위해 법을 처리하겠다”(농해수위 소속 의원)는 기류가 많다.
아울러 검찰 기소(공직선거법 위반)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DJ처럼 ‘탄압받는 야당 지도자’ 이미지를 챙기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불공정 수사와 부당한 공안정국 조성에 대해 좌시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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