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쇼트 시네마⑥] 누구 마음대로? '판타스틱 플라토닉 러브'

류지윤 2022. 9. 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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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창수를 불러 세워 다그친 후,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빼앗았다.

마지막 영준은 "난 잘못한 게 없다. 옆에서 행복하게 해주는 거다. 내 마음은 그 새끼랑 다르다"라면서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판타스틱 플라토닉 러브'는 제목부터 눈에 띈다.

얼마나 순수한 사랑이길래 플라토닉 러브라는 단어 앞에 판타스틱이라는 형용사를 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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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원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한 고등학교의 시끌벅적한 쉬는 시간. 창수(정윤기 분)는 카메라로 교실 안의 풍경을 이곳저곳 찍는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의 마지막 종착지는 친구들과 함께 웃고 있는 혜진(정아영 분)이다.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 숨어 혜진의 모습을 담아왔다.


혜진은 매일 자신의 사물함과 집 우편함 속에 들어있는 빨간 리본이 달린 선물 때문에 소름이 끼친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아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다. 밤길을 다니는 일도 두려워졌다.


혜진을 좋아하는 또 다른 남학생 영준(이강한 분)은 창수의 행동이 예전부터 의심스러웠다. 창수를 불러 세워 다그친 후,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빼앗았다. 메모리 카드 속은 혜진으로 가득했다. 다음 날, 영준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창수가 찍은 혜진의 사진들을 흩뿌리며 망신을 준다.


그렇게 혜진은 자신이 의문을 품었던 일들의 퍼즐을 완성했다. 영준은 분명 자신의 행동에 혜진이 고마워할 줄 알았지만 빨간 리본이 달린 선물을 내던지며 "내가 뭘 잘못했느냐"라며 눈물을 흘리고 화를 낸다. 그리고 영준에게는 "너도 똑같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날 밤, 영준은 혜진에게 "널 지켜줄게"라는 음성사서함을 남긴 후 주머니에서 빨간 리본이 달린 선물을 꺼낸다. 마지막 영준은 "난 잘못한 게 없다. 옆에서 행복하게 해주는 거다. 내 마음은 그 새끼랑 다르다"라면서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판타스틱 플라토닉 러브'는 제목부터 눈에 띈다. 얼마나 순수한 사랑이길래 플라토닉 러브라는 단어 앞에 판타스틱이라는 형용사를 붙였을까. 영화를 본 후에 이 제목은 조롱 혹은 반어법으로 들려온다.


창수는 혼자 혜진을 간직했을 뿐이고 영준은 선물을 주고, 혜진을 지켜주려 한 것 뿐이다. 두 사람의 의도가 어떻든 혜진에게 사진과 리본이 달린 선물은 자신의 일상을 흔드는 끔찍한 것들이다. 창수와 영준 모두 좋아한다는 감정 아래 범죄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정말 순수하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또한 창수의 행동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공개하며 치욕을 주는 영준의 행동은 혜진에게 2차 피해를 가한다. 바란 적도 없는 관심과 호의는 당하는 사람에게는 폭력이라고 강조한다. 스토킹 범죄가 끊이질 않고 보도되고 있는 현재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혜진을 연기한 정아영의 연기가 신선하다. 말간 얼굴을 하고 밝게 웃는 모습부터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눈물 연기까지 실제 여학생의 얼굴을 하고 있다. 러닝타임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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