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 인상 카드 꺼낸 정부..OECD와 비교해보니

손해용 2022. 9. 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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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에 전기요금을 더 내게 하는 식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전망이다. 주택용(가정용)ㆍ일반용(업소용)보다 산업용 전기료를 더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에너지 수급 리스크가 커진 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국전력의 적자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23일 산업계 간담회에서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더이상 미룰 수 없고, 원가회수율과 현실적인 부담능력을 고려할 때 대용량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사실상 산업용 전기료의 차등 인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는 전력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한전의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재부가 전기료 대폭 인상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에서 산업용은 국민이 느끼는 체감 인상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용은 계약 단위 수로는 전체의 0.2%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전기 사용 비중은 전체의 55%로 일반용(22%)ㆍ주택용(15%)ㆍ농사용(4%)보다도 많다. 그러나 판매단가는 산업용은 ㎾h당 105.48원으로 주택용(109.16원)ㆍ일반용(128.47원)보다 싸다.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싸게 공급한 것인데, 그로 인해 전력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박 차관은 “과거에는 저렴한 요금을 적용받더라도 원가회수율(한전의 전기공급 원가 대비 수익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대용량 사용자들의 원가회수율이 70%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용만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의 생산과 수출 경쟁력을 해치는 데다, 도금ㆍ주물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영세한 뿌리산업 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산업계에서는 한국의 산업용 전기료가 싸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h당 103.9달러로 관련 수치가 있는 34개 회원국 중 4번째로 저렴했다(31위). OECD 평균(170.1달러)의 61%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94.3달러로 33개국 중 22위다. OECD 평균의 88% 수준으로, 다른 국가와의 상대적 비교에선 산업용이 더 비싸다는 의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산업용은 원가회수율도 높다. 단순히 판매단가만 비교하면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저렴하지만, 한전에 돌아가는 원가 대비 수익은 산업용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 산업용은 고압전력을 받기 때문에 배전 투자비가 싸고 배전손실률이 낮다.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폭과 시기를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 중이다. 석유ㆍ화학, 철강, 전자, 자동차,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8대 업종과 3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사용 전기 등 각종 전기요금 특례 제도도 손질한다. 농사용은 판매 단가가 ㎾h당 45.95원으로 원가회수율이 25%밖에 되지 않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농어촌 분들이 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농어업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람들이나 일부 기업이 농사용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라며 “산업용 전기료 인상 문제는 현재 확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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