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하면 10년간 거래제한..'부당이득 환수' 법개정 추진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앞으로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한 사람은 최대 10년간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수 없고, 상장사 직원인 경우 임원에 선임할 수 없도록 관련 제도가 강화된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 실효성을 높이고, 부당하게 얻은 이득을 환수하고, 실효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법안 마련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 주가조작 걸려도 55.8%는 '불기소'…부당이득 환수 기준도 없어
금융위원회는 25일 다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과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역량 강화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 시세조정 등 범죄 행위가 이뤄지더라도 현행 법 체계에서 형사상 책임을 묻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실제 처벌금액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보완하려는 조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결한 불공정거래 사건은 모두 274건으로 연 평균 54.8건이 발생했는데, 직접 처벌없이 고발·통보한 경우가 전체의 93.6%에 달했다.
위반행위 유형별로 지난 5년간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적발된 사례는 119건(43.4%), 시세조종 64건(23.4%), 부정거래 81건(29.6%) 등으로 불공정거래 3대 사건이 지속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로 적발된 1,075명 가운데 행정조치를 포함해 제재가 이뤄진 사례는 22명에 그쳤고 나머지 1,006명은 형사상 제재인 고발·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진행할 경우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평균 2~3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재판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위법 행위자가 자본시장 교란에 나서도 제재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
현행 제재 체계상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주를 이루는 3대 불공정거래의 경우 형사처벌(징역, 벌금 등) 위주로 규정하고 있다보니 이들은 상당기간 마땅한 제재 없이 시장에 남아있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또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위반 행위에 대한 엄격한 입증 책임이 요구됨에 따라 고발·통보된 사건 중 55.8%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재판을 받은 경우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은 비중은 59.4%에 그쳤다.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 이득에 대해서도 현행 법체계에서 법상 이를 산정할 기준이 없다. 2019년 바른전자 회장 A씨는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고 속여 18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도 재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 부과에 그쳤다.
이외에도 2014년부터 5년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을 거쳐간 불공정거래 사건 중 부당이득 산정이 어려워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74명에 달했다. 시장질서교란에 따른 과징금을 매길 제도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효적인 범죄 억제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홍콩, 캐나다 등은 자본시장 범죄에 대해 형사 처벌 외에도 금융감독 당국이 금전적 민사상 제재금을 부과해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2018년 미국 바이오스타트업인 테라노스(Theranos)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피 한 방울로 수천 개의 의학실험을 할 수 있다는 거짓말로 7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모집한 사실이 들통나, SEC로부터 50만 달러의 과징금과 1,900만주에 달하는 보유주식 처분, 10년간 임원 선임 금지등의 조치를 받았다.
미국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민사제재로 14억 5,600만 달러(약 2조 원), 부당이득 환수로 23억 9600만 달러(약 3조 3천억 원)를 구과하는 등 강력한 금전적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
● 제재 실효성 강화…최대 10년간 거래 제한·임원인 경우 '퇴출'
정부는 불공정거래 제재 실효성 제고를 통한 자본시장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해 제재 수단을 미국 등 다른 나라 수준으로 높이고, 실효적인 수단을 다양화해 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금융투자 상품의 거래와 계좌 개설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상장회사에서 임원 선임 제한 등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당국은 또 증권선물위원회가 최대 10년 범위에서 개별 사안에에 따라 거래 제한 기준을 마련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 제한 사실을 홈페이지 등에 공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불공정거래로 적발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조치 심의에 대한 이의제기, 재심의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주 상환을 위한 매수나 기존의 보유한 상품의 매도 등 불가피한 거래는 허용할 방침이다.
불공정거래로 적발된 사람의 상장사 또는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선임할 수 없고, 재직 중인 경우엔 자리를 박탈하도록 제도가 강화된다.
증선위는 최대 10년 범위에서 선임 제한 기간을 결정하고, 이를 어기고 임원을 선임한 상장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행 법으로 환수하기 어려운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2020년 6월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부당이득 법제화, 같은 해 9월 윤관석 의원의 과징금 도입안 등 국회계 계류된 법안 통과를 지원해 제재 수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보완을 통해 갈수록 다양화·복잡화되는 불공정거래에 탄력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예방하고 불법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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