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도 떠났다..눈물의 라스트 댄스

이형석 2022. 9. 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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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버컵 복식 1-2 역전패
35년 간 테니스 인생 마감
역대 최장 1위 등 숱한 기록
"완벽한 여정, 아내 헌신 덕분"
은퇴하는 로저 페더러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코트 위에서 거의 표정 변화가 없었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아내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페더러의 고별사를 지켜보던 라파엘 나달(36·스페인)도 눈물을 훔쳤다. 경기 후엔 양 팀 선수들이 페더러를 헹가래 쳤다. 그렇게 페더러가 35년간의 테니스 인생을 마무리했다.

페더러는 지난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레이버컵 테니스 대회 첫날 복식 경기에 나달과 한 조로 출전, 프랜시스 티아포-잭 속(이상 미국) 조에 1-2(6-4, 6-7〈2-7〉, 9-11)로 역전패했다.

1981년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나 6세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한 페더러는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지난해 7월 윔블던 이후 무릎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페더러는 그는 지난 15일 레이버컵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레이버컵은 2017년 창설된 대회로 '팀 유럽'과 '팀 월드'의 남자 테니스 대항전이다.

은퇴 경기를 '영원한 라이벌' 나달과 힘을 합쳐 뛰었다. 페더러는 나달과 통산 40차례 맞붙어 총 전적 16승 24패, 메이저 대회 결승 맞대결에도 3승 6패로 밀렸다. 메이저 단식 우승 횟수도 나달이 22회, 페더러는 20회다. 하지만 페더러는 "나달과 오래 경쟁한 사이지만 서로 존중하는 관계"라며 "그와 함께 치르는 복식이 은퇴 경기가 된다면 테니스와 팬들에게 재미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달 외에도 '빅4'로 통하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리(영국)가 모두 한 팀으로 출전했다. 조코비치와 머리는 벤치에서 페더러와 나달을 응원했다.

페더러는 매치 타이브레이크로 진행된 이날 3세트 5-5에서 통렬한 서브 에이스를 뽑아냈다. 또 6-7로 뒤진 상황에서는 포핸드 발리로 점수를 따냈다. 하지만 9-8로 앞선 상황에서 연속 3포인트를 뺏겨 무릎을 꿇었다.

페더러가 팀 유럽 선수들과 포옹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페더러는 남자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역대 최장기간인 4년 6개월간(2004년 2월~2008년 8월) 237주 연속으로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1970년대 중반 160주 연속 1위를 수성한 역대 2위 지미 코너스(은퇴·미국)를 크게 앞질렀다. 메이저 대회 최다 369승(2위 조코비치 334승) 기록도 페더러가 갖고 있다. 2003년 윔블던에서 처음 메이저 단식 정상에 오른 그는 2018년 호주오픈에서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단식 20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2009년 프랑스오픈을 제패하며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1999년 앤드리 애거시(미국)에 이은 역대 세 번째로 남자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18년 호주오픈을 통해 최고령 단식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투어 대회 단식 1251승, 우승 103회로 코너스(1274승, 109회)에 이어 각각 역대 2위에 올라있다.

실력과 더불어 인기도 최고였다. ATP 투어가 선정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차지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연간 테니스 선수 수입 순위에선 최근 17년 연속 페더러가 1위였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1년 넘게 코트에 서지 못한 그는 은퇴를 결정했다. 이달 초 US 오픈을 통해 은퇴를 시사한 비너스 윌리엄스(42·미국)에 이어 페더러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슈퍼스타가 동시에 코트를 떠났다.

페더러는 "완벽한 여정이었다"며 "오늘은 행복한 날이지, 슬픈 날이 아니다. 이런 자리에 설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의 헌신이 너무 컸다. 한참 전에 테니스를 그만두려 했는데 아내로 인해 계속 선수 생활을 연장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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