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예능프로그램의 불편한 '리얼함' [박정선의 엔터리셋]

박정선 2022. 9. 2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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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5명이 '단체 포경수술'을 받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들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이 있는 포경수술을 비뇨기과 전문의가 방송에서 권장해 받게 한 것뿐 아니라 그것을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 소재로 이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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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남2' 미성년자 포경수술 장면 노출 논란
"성(性) 대화 편하게 나누는 가족의 모습 담고자 했던 의도"
무분별한 선정성, 자극성 경쟁 자제 필요

중학생 5명이 ‘단체 포경수술’을 받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들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이 있는 포경수술을 비뇨기과 전문의가 방송에서 권장해 받게 한 것뿐 아니라 그것을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 소재로 이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KBS2

지난 17일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에서는 프로야구선수 출신 홍성흔이 아들 홍화철과 그의 친구들을 데리고 비뇨기과를 방문한 모습이 담겼다. 유튜버 ‘꽈추형’으로 알려진 비뇨의학과 전문의 홍성우는 “포경수술은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시행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성기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후 홍화철과 친구들은 방송에서 가위바위보로 수술 순서를 정했고 아이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모습과 수술하는 의료진의 모습도 그대로 방송을 탔다. ‘살림남2’는 ‘세계 최초 5인 릴레이 포경수술’ 등 자막을 MC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넣으면서 아이들이 수술 과정과 수술 후에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을 웃음 소재로 사용했다.


‘수술 전반에 대한 안내 후 부모님과 아이들의 동의를 받아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라는 자막을 넣는 방식으로 제작진은 강제로 진행된 수술은 아님을 알렸지만 방송 이후 불편함을 내비치는 의견이 잇따랐다.


더 큰 문제는 ‘살림남2’에서 이러한 장면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지난달 13일 방송된 ‘살림남2’에서는 홍성흔과 아들 홍화철이 포경수술을 놓고 대립하는 장면이 방송됐는데, 당시 홍성흔과 아이들이 홍성우를 찾아가 포경수술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 오간 대화들 중 자위를 몇 번 하는지 물었고 그에 대한 대답이 웃음거리로 활용되는 등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리얼한 일상을 담는 관찰 예능은 다른 예능과 달리 출연진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자칫 방송에 부적절한 소재나 상황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도 높다. 당초 아이들이나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담는 관찰 카메라 형식의 ‘관찰 예능’으로 접근했다면, 현재는 대부분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자극적인 장면을 모아 편집하는 ‘리얼리티쇼’로 변질됐다.


오히려 제작진이 부적절한 소재, 상황을 숨기지 않고 의도적으로 노출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많은 관찰 예능이 더 많은 재미를 위해 관찰예능은 말초적인 관음증과 저급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아내의 맛’을 비롯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채널A와 SKY채널이 공동 제작한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JTBC ‘1호가 될 순 없어’ 등 부부를 소재로 한 관찰 예능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은 외도와 도박 사실을 폭로하고, 부부 사이 내밀한 성생활도 가감 없이 다루면서 방송 내내 논란과 함께였다.


이번 홍성흔 가족의 ‘단체 포경수술’ 장면은 “가족들이 성에 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는 입장과 달리 사실상 자극적인 소재를 담기 위한 제작진의 노림수에 지나지 않는다. 관찰 예능은 무분별한 선정성, 자극성 경쟁을 자제하고 수위 조절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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