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은 필수, 아이방을 청소하며 내가 알게 된 것들

청소, 그 특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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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정 기자]

▲ 침대시트(자료사진) ⓒ pixabay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섰건 아니건, 삶이 내 뜻대로 흘러가건 아니건, 언제나 내가 거의 매일 해야하는 일이 있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청소다. 

분류하자면 '청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류에 속하지만 나는 매일 청소를 한다. 두 아이가 차례로 학교를 향해 나가고, 남편마저 출근하고 나면 나도 여러가지 나만의 루틴들이 이어진다. 커피머신의 캡슐을 내려 커피를 마시고,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치운 다음, 빨랫거리를 세탁기에 넣고 락스물에 담궈놓았던 물걸레를 빨아서 대걸레질을 한다.

청소기 청소는 귀찮아서 못하고, 바보같은 로봇청소기를 몇번 겪고나서는 나는 그냥 대걸레로 쓱쓱 먼지를 모아 버리는 방법을 쭉 해오고 있다.

일단 안방의 이불과 요를 탁탁 털고, 바닥을 닦고, 거칠 것 없이 거실로 진출한다. 식탁 아래를 꼼꼼히 닦고, 복도를 쭉쭉 닦아온 다음 심호흡을 한다.

약간의 난이도가 예상되는 큰 아이 방. 몇몇 장애물들이 있다. 바닥에 널브러진 거북이밥이라든지 책, 수건 등을 치우고 이불과 요를 털고 닦아낸다. 바닥에 놓인 것들을 침대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내려놓는 것의 반복일지도 모르지만.

침대 위 컵들도 싱크대로 가져다놓고, 가끔 기분이 내키면 책상위의 책들도 가지런히 꽂아주고 지우개 찌꺼기들도 쓸어준다. 왜냐하면, 이건 다음 코스에 비해서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작은 아이의 방으로 진입한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작은 아이의 방바닥에는 껌껍질과 사탕껍질, 그리다 만 종이들과 연필, 지우개와 지우개가루, 분해된 샤프와 위험한 레고 조각, 책들이 가득하다.

수많은 동식물 또한 가득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달팽이들이 서식하고 있고, 엄마가 버려놓은 마늘하나를 심어 싹이 쑥 나있는 화분이라기엔 그냥 플라스틱컵이 있고, 탈출해서 내가 먼지와 쓰레기봉투 하나를 다 쓰도록 침대밑을 수색하게 만들었던 거북이가 있다. 그녀는 달팽이들이 알을 낳아 수고했다며 당근이며 두부를 삶아서 주기도 했다. 나도 너희 낳느라 힘들었는데, 혼잣말을 해본다.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들어가도, 막상 치우다 보면 사실 그냥 나오고 싶어지고, 너희 방은 너희가 치우라고 수없이 듣고 자란 말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나는 이렇게 청소해주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문 너머로 알 수 없었던, 그 작은 세계를 짐작하고 그 방의 주인을 복기한다. 이 초콜렛을 먹었구나, 이 책을 읽다가 내버려두었구나.

그렇게 빈 방의 거북이와 함께 방에 오롯이 남아 잠시 부재한 방의 주인을 그리워하는 찰나를 누린다. 대체로 나의 청소는, 사람을 생각해보는 방법이 된다.

그렇게 누군가의 방을 청소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특권이다. 마치 결혼 초 먼저 곤히 잠든 남편의 얼굴을 생경하게 보면서, 잠든 얼굴을 그대로 보이는 이 무방비한 사이란 무엇인가 했던 것처럼, 이렇게 내맡겨진 어떤 공간을 청소를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노동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일이 '위대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 일을 위해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나는 덧붙여, 그 일을 사랑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면 그 일은 의미 있어지고 특별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청소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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