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샴페인 잔 든 美빅테크 2년 만에 수술칼

조유진 2022. 9. 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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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행보로 타격을 입은 빅테크들이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의 고삐를 죄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타고 급팽창하며 사상 최대 실적 행보를 이어가던 빅테크들이 고강도 긴축 정책과 인플레이션 타격으로 성장 정체에 직면하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에 이어 메타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들이 채용과 비용 축소에 착수했다고 주요 외신들은 최근 보도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소셜미디어 거물인 메타가 성장 정체와 경쟁 심화에 직면하자 직원 감축을 통해 향후 수개월 간 비용을 최소 10% 이상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현직 관리직 직원들은 메타가 인력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서를 재편성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조직 개편의 대상이 되는 직원들을 다른 부서에 재배치 해 근무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시기와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인력 재배치가 사실상 '총량 감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이내에 내부에서 새 역할을 찾지 못한 직원은 고용계약 종료 대상이 되는 것이 메타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WSJ은 설명했다.

메타의 대변인인 트레이시 클레이튼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직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밝힌 대로 회사가 우선순위에 리소스를 재할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지난 6월 말 직원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회사의 공격적인 성과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솎아내겠다고 공언한 뒤 저성과자를 색출해 퇴출시키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구글도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부서 재배치를 통한 감원을 유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주 사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에어리어 120' 소속 직원 100여명 중 절반을 전근 대상으로 지목하고 90일 이내에 회사 내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으라고 명령했다.

구글은 해고 대상 직원이 회사 내부에서 새 역할을 찾을 기간으로 60일을 제공하지만, 에어리어 120 소속 직원의 경우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의 제약이 더 크다고 내부 직원은 전했다.

앞서 애플도 경기 침체 우려로 채용과 지출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부서별 내년 예산을 기존 대비 줄이고, 일부 부서에는 퇴사자 자리를 채우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 감소'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애플은 지난달에는 채용 담당자 1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애플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등 부품) 공급 제약으로 올 2분기 40억~80억달러 규모의 매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팀 쿡 애플 CEO는 "인플레이션 영향을 점점 더 많은 분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MS도 지난 7월 일찍이 '전략적 재정비'에 따른 것이라며 각 사업 부문별로 전체 직원의 1% 미만을 감축하는 정리해고 조치를 단행했다.

2020년부터 최근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을 타고 애플을 비롯한 미 빅테크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광고 수요가 온라인에 집중되면서 빅테크 기업의 핵심 사업 수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빠르게 불어나는 몸집에 빅테크들은 채용을 크게 늘렸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정부 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고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번 감원은 더 센 구조조정 한파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빅테크 기업들의 본격적인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3% 올라 시장 예상치(8.0%)를 웃돌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6.3%, 전월 대비 0.6% 올랐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수준이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21일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올해 3월부터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Fed는 최근 3차례의 자이언트스텝을 포함해 금리를 총 3.0%포인트 끌어올렸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약적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추가 긴축 방침을 확인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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