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비영어권 1위 신드롬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2. 9. 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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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9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시청시간 1위를 차지했다.

간혹 중반부까지 몰입도가 높은 드라마가 결말에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가 있지만 '수리남'은 막판 액션까지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과거 같았으면 수리남 정부가 한국인들이 만드는 드라마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리남에서 실제로 마약 문제가 심각했다면 드라마가 그런 내용을 담는 것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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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9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시청시간 1위를 차지했다. 또 하나의 한류 히트작 탄생이다.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시청자 평점 93%까지 받았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 매체인 디사이더는 “‘오징어게임’ 이후 본 최고의 한국드라마”라고 썼다.


세계 각국의 시청자 반응도 매우 호의적이다. 대체로 한국드라마가 또다시 역작을 내놨다는 반응이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호평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하정우, 황정민, 조우진 등이 놀라운 에너지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서구인들이 보기엔 한국식 마약조직 액션물이 신선할 것이다. 서구엔 이미 마약조직을 소재로 한 액션대작이 많은데, 한국인이 주역으로 나선 것이 그들에게 새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 적당히 새로운 게 성공하는 법이다. 마약조직 이야기는 익숙한데 그걸 한국인이 한다는 점에서 적당히 새로웠다.


우리가 보기엔 경이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우린 오랫동안 서구의 영상과 한국의 영상을 확실하게 구분하면서 살았다. 한국 작품은 제작비가 적기 때문에 서구 대작에 비해 규모가 적고, 한국 내에서의 오밀조밀한 이야기 위주였다. 그래서 우리에겐 서구 영상의 느낌과 한국 영상을 느낌이 분명히 구분되는데, 그런 가운데 서구 영상의 느낌을 주는 한국 영상이 나오면 국내에서 호평이 터진다.


바로 ‘수리남’이 그렇다. 우리 배우들이 나와 한국어로 대사를 하긴 하는데, 영상의 느낌은 마치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흔히 대작들이 규모에만 치중해 작품의 밀도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수리남’은 그렇지 않다.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마약 사건에 연루된 후부터 긴장감이 풀어지지 않는다. 후반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반전도 충격적이다. 간혹 중반부까지 몰입도가 높은 드라마가 결말에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가 있지만 ‘수리남’은 막판 액션까지 유종의 미를 거뒀다. 거기다가, 이 이야기가 실화 기반이라는 점이 알려져 더욱 몰입도가 높아졌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이 미국드라마와 같은 ‘때깔’의 장르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앞으로 이런 정도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면 한류의 상업적 기반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수리남 정부가 한국 정부에 ‘수리남’ 제작 단계부터 항의했다는 것이 한류의 위상을 말해주기도 한다. 과거 같았으면 수리남 정부가 한국인들이 만드는 드라마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 드라마 제작단계부터 해외 정부가 항의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드라마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주목을 받기 때문에 좀 더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인다. 우리는 과거 외국 작품들이 한국을 비하한다고 비난했었다. 그런 사례 중에 특히 문제가 된 건 아예 사실관계가 틀린 것들이었다. 반면에 수리남에선 과거에 실제로 마약 문제가 심각했었다고 한다. 중남미의 마약조직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이미 여러 편이 국제적으로 흥행했다. 그러므로 수리남에서 실제로 마약 문제가 심각했다면 드라마가 그런 내용을 담는 것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문제는 ‘제목을 꼭 나라 이름으로 했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부정적인 내용의 작품에 자기 나라 이름이 걸렸을 때 반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국에서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부정적인 작품을 만든다면 우린 어떻겠는가? 이젠 한국 작품이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심성도 필요해 보인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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