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책, 라디오..옥상달빛의 끝없는 청춘 위로(慰勞)
"2030, 더 많은 사람 만나고 다양한 경험 하기를"
‘수고했어, 오늘도’ ‘없는게 메리트’ ‘그대로도 아름다운 너에게’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 ‘잘 지내, 어디서든’….
어떤 힘든 날에는 노래 제목들만 주욱 읊어도 코끝이 찡해진다. 청춘들에게 옥상달빛의 음악은 위로 그 자체다.
최근 옥상달빛은 에세이집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를 출간했다. 15년 전 캠퍼스에서 만난 동갑내기 두 친구는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허심탄회한 말들이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사람 사는 건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하다고, 우린 다 걱정했던 것보다 잘 해내고 있다고.
옥상달빛을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12년 간 인디계에서 쌓은 연륜과 갓 데뷔한 신인 작가의 스스럼이 동시에 느껴졌다.
박세진은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었다. ‘우리가 이런 걸 해도 되나’ 싶기도 했지만 처음 한 일 치고는 결과물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명언이 가득 들어있는 멋진 책은 아니다.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만큼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김윤주가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 멋있어 보이긴 했다”고 말하자 두 사람의 웃음보가 터졌다.
김윤주는 “사실 정말 어려웠다. 책 제안을 받았을 땐 신나서 수락했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괜한 일을 하나’ 싶었다”며 “평소에 책을 왜 이렇게 안 읽었을까 후회했다. 글을 쓴다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책을 더 많이 본 것 같다”고 돌이켰다. “줄줄 풀어내는 글을 쓰고 나니 함축해서 ‘꽁꽁 싸매야 하는’ 가사 쓰기가 더 어려워진 거 같기도 하다. 이것도 어렵고 저것도 어려워진 상황이라 음악을 ‘장기하와 얼굴들’같은 스타일로 바꿔하나 싶다”고 김윤주가 말하자 박세진이 “너무 좋다”고 깔깔대며 물개박수를 쳤다.
편지 형식의 책을 냈지만 실제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잘 없다. 매일 만나기 때문에 할 말을 쌓아둘 일이 없는 사이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글 속에서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박세진은 “문자나 전화로 할 얘기도 모았다가 만나서 푼다”며 “할 이야기가 늘 있다. 어떤 때는 얘기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어도 웃긴다”고 했다. 김윤주가 “여기다 편지까지 더하면….”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옥상달빛은 MBC FM4U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의 DJ로도 꽤 오래 활동하고 있다. 다음 달 8일이면 4주년을 맞이한다. 애청자들은 지친 하루 끝에 옥상달빛의 위로를 듣기 위해 매일 밤 10시를 기다린다. 팬층의 연령대가 20~30대에서 10대~60대로 넓어졌다.
김윤주는 “라디오 스케줄이 매일 있으니까 스스로 아주 성실하게 느껴진다. 지각한 적도 없다”면서 “제일 좋은 건 진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 누군가 늘 같은 시간에 라디오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친해진 기분이다. 계속 재밌고, 문득문득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박세진은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렀다. 4년 간 바를 정자 쓰듯 하루하루를 산 느낌”이라며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공감하는 능력을 많이 키우고 있다. 예전에 비해 다른 사람의 입장을 한 번쯤 더 생각해 보게 돼 더 나은 사람이 된 거 같다”고 자평했다.
라디오는 옥상달빛이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창구이지만 가끔은 고민스럽기도 하다. 김윤주는 “재밌기도 하고, 누구한테나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하고 싶다”면서도 “음악에 더 집중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박세진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더 즐겁게 라디오를 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동시에 음악 작업에도 ‘때’가 있을텐데, 그걸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위로’에 대한 고민도 늘었다. 김윤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라디오를 하다보니 힘든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는데, 뻔한 위로밖에 할 수 없을 때도 많았다”며 “깊이 없는 위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가사 쓸 때도 겉돌고 맴도는 느낌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세진이 “고민만 하고 있다기보단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다독이자 김윤주는 “약간은 포기 상태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세진은 “기력이 없어서 그런 거다. 밥을 좀 많이 먹어라. 요새 얘가 밥을 안먹어서 살이 빠졌다”고 애정 어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수고했어, 오늘도’는 옥상달빛에게 참 고마운 노래다. 박세진은 “그 노래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많다. 저희에겐 명함같은 노래”라며 “또 다른 좋은 곡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과 숙제가 있지만 그건 좋은 자극”이라고 말했다. 김윤주는 “그 노래가 유독 좋아서라기보다 그 때 저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이 필요했던 거 같다. 요즘엔 어떤 말들이 필요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요새 조금은 설렁설렁 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책 출간에 이어 지난달 새 싱글 ‘세레머니’를 발표했고, 페스티벌의 계절인만큼 매주 주말엔 야외공연이 있다. 하반기에도 새 앨범을 내려고 계획하고 있다.
김윤주는 “라디오를 하니까 남들 눈에 바쁘게 보이는 것 같다. 바쁠 때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많이 안 바쁘다”며 “남편(그는 십센치의 권정열과 지난 2014년 결혼했다.)이 정말 바쁘게 사는 사람인데, 저한테 ‘피곤하지’라고 물으면 멋쩍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박세진은 통통 튀고 김윤주는 찬찬하다. 박세진은 “MBTI가 윤주는 INFJ, 저는 INTP다.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데 궁합은 잘 맞아 다행”이라며 “라디오를 진행하거나 공연을 할 때 저는 팩트체크와 홍보를 담당하고 윤주는 감동적인 말들을 한다. 서로 역할이 잘 분배돼 있는데 둘 다 입이 안 풀리는 날은 진짜 망친 날”이라고 했다.
2030을 위로하던 옥상달빛은 어느새 마흔을 앞두고 있다. “40대라니. 캬, 진짜 대박”이라고 추임새를 넣는 박세진 옆에서 김윤주는 “주변에 40대를 멋지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대되는 것들이 있다”면서 “20대엔 헤매고, 30대엔 조금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 40대엔 안정 속에서 재밌는 모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세진은 좀 다르다. 그는 “모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윤주의 말에 공감하지만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된다. 결혼, 출산 등 사회에서 이 나이대에 요구하는 일들을 아직 안하고 있어서 숙제가 남은 느낌이기도 하다”며 “가장 서운한 건 노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는 거다. 외모도 그렇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흔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로 박세진은 나쁜 습관 고치기, 운동, 다이어트를 꼽았다. 그는 “가사를 쓰거나 말을 하고, 글을 쓰려면 책도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올해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100일 프로젝트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헬스를 꾸준히 하고 싶다”고 운을 뗀 김윤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냥 이대로 살겠다”고 시크하게 말했다.
2030에겐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박세진은 “젊은층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손절’ 이야기가 종종 들려올 때가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 ‘내게 이득을 주지 않는다’ 등 여러 부정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인간관계는 바이오 리듬같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고, 언제나 변할 수 있다. 나이들수록 인간관계는 자연히 좁아지는데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기에 지금의 감정 때문에 너무 쉽게 인연을 단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김윤주는 “연애 많이 하고, 사람 많이 만나고, 체력이 허락할 때 여행 다니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며 “내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간다면 재밌는 일을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더 해볼 것”이라고 했다.
서로의 40대는 어떻길 바라는지 물었다. 박세진은 “윤주가 원하는 모험들이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 근데 종종 저를 같이 데리고 다녔으면 좋겠다. 좋은 데 갈 거 같다”고 했다. 김윤주는 “세진이가 불안해하는 것들에서 잘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고, 더 편안하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책에 쓴대로 언젠가 선술집 사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세진은 “연희동에 자그마한 좋은 점포가 나온다면”이라고 말하면서 익살스럽게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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