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폭탄 맞은 부동산PF.. 시행사도 금융사도 '부실' 공포

임송수 2022. 9. 24.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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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안돼 신규사업 꿈도 못꾸는데
미분양마저 늘어 기존대출 못 갚아
부동산PF 연체율 작년말의 2~4배
게티이미지


“대출이 안 되니까 웬만한 자금력이 없으면 개발 건은 들여다보지도 못해요. 자금 조달을 해도 문제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미분양이 아니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거든요.”

한 대형 부동산 개발사 관계자 A씨는 금리 인상 여파를 이같이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 시장에선 모든 사업 주체가 ‘비상시국’에 돌입했다. 시행사들은 대출이 어려워진 탓에 신규 사업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다. 이미 진행되는 사업에선 미분양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금융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내년까지도 부동산 개발 시장엔 혹독한 겨울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리 인상기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신호가 맞물리면서 주택 분양시장에는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1284가구로 전월 대비 12.1%(3374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0~11월 1만4000가구 규모를 기록한 뒤 올해 들어 매달 증가하는 추세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4529가구)은 지난해 말(1509가구) 대비 3배 급증했다. 지방 물량도 1만 가구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쌓이고 있다. 7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7388가구로 전월 대비 3.6% 늘었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권에 있는 건설사가 공급한 단지 중 3분의 1 이상이 미분양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이 늘면서 부동산PF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PF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조성하는 대출이다. 금융사는 이 과정에서 채무보증 또는 직접 대출을 제공하고 보증 수수료와 이자 등을 얻는 구조다. 그러나 미분양이 대거 발생해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시행사 등의 대출 상환 여력이 떨어지게 되고 대출을 제공한 금융사도 덩달아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금융사들은 신규 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PF 대출금리는 선순위 기준 연 10% 수준까지 치솟았다.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에 머물렀던 약 1년 전에 비해 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개발업체들은 새로운 사업 추진을 꿈도 꾸기 어렵다. 치솟은 금융비용을 상쇄하려면 분양수익이나 임대수익이 마찬가지로 올라야 하지만 아무리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임대료 등을 배로 인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A씨는 “대형 시행사 이름을 걸어도 금융사들이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며 “신규 개발사업은 전혀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부동산 투자사 관계자 B씨는 “그나마 대형사들은 그동안 쌓은 신뢰도 덕에 꽤 펀딩이 되는 편이지만 이마저도 수도권 아니면 아예 쳐다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금융사 부실도 커진다


금융사들이 취급하는 부동산PF 대출 연체 잔액은 불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42조247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부동산PF 연체 잔액은 1298억원으로 지난해 말 305억원에서 4.3배 급증했다. 부동산PF 연체율은 0.31%로 지난해 말(0.07%)보다 0.24% 포인트 올랐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PF 연체 잔액은 3월 말 기준 1968억원으로 지난해 말 1691억원보다 1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1.0% 포인트 늘어 4.7%에 달했다. 카드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2289억원으로 지난해 말(917억원)보다 2.5배가량 증가했으며 연체율은 0.5%에서 0.9%로 늘었다.

특히 중소형 금융사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중소형사는 고수익을 추구하고 제한된 자본력 등을 이유로 부동산 금융 전반에서 위험 감수 성향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들은 채무변제 순위가 중·후순위로 배치된 경우가 많아 사업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면 타격이 더 커진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증권사의 중·후순위 위험 노출 비중은 70%로 1조~4조원 규모의 증권사(57%), 4조원 이상인 초대형 증권사(30%)를 크게 웃돌았다.

‘브리지론’이 부실 뇌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리지론은 시공 이전 토지 매입이나 인허가, 시공사 보증에 필요한 자금 대출을 뜻한다. 이후 본PF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는 시공이 결정된 뒤 자금을 공여하는 대출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금융사의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증권사, 캐피털사 등 금융사는 브리지론에 후순위로 참여한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브리지론 이후 본PF로의 전환 여부가 건전성 지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 압박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2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부동산PF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한 손실흡수능력 제고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적용되는 건설업·부동산업에 대한 여신한도 규제를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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