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교회가 하는 일 요즘 안 좋게 보인다는데..

임보혁 2022. 9.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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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한 대형교회를 다녔다.

"교회 자체에 대한 혐오가 커서 교회가 하는 일부 행동이 더 안 좋게 보이는 것 같다." "목사 되기가 너무 쉬운 것 같다." "교회 내부의 문제는 쉬쉬하면서 외부의 적을 찾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

올 초 다음세대를 일컫는 'MZ세대'와 나눈 대화 속에서 접한 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다.

예전 어느 대학가의 한 교회를 취재차 찾았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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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리남’에서 목사로 위장한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왼쪽 두 번째)과 그가 거느리는 부하들 모습. 넷플릭스 제공


어렸을 적 한 대형교회를 다녔다. 주일예배가 끝나고 나면 교회 근처 정류장은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성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럴 때마다 마주한 건 질서정연하게 버스에 오르는 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밀치며 먼저 타겠다고 새치기하는 어르신 성도들의 모습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회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사의 설교에 “아멘”을 외쳤던 신실한 성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교회 자체에 대한 혐오가 커서 교회가 하는 일부 행동이 더 안 좋게 보이는 것 같다.” “목사 되기가 너무 쉬운 것 같다.” “교회 내부의 문제는 쉬쉬하면서 외부의 적을 찾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

올 초 다음세대를 일컫는 ‘MZ세대’와 나눈 대화 속에서 접한 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다. 기독교를 향한 혐오에 가까울 정도의 비난이 쏟아진 건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갈수록 그 비난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교회의 기부 소식에도 ‘악성 댓글’이 달린다. 교회가 하는 모든 일을 색안경 끼고 보는 듯하다.

이는 현시대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평가받는 문화에도 그대로 투영돼 나타난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끈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이기적인 교인의 모습이 나타나고, 최근 드라마 ‘수리남’에서는 목사의 탈을 쓰고는 모든 걸 ‘하나님의 뜻’으로 치부하며 제 뜻에만 순종하기를 강요하는 마약왕의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사사건건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자신의 악행을 합리화하고, 신도들의 손에 총과 주먹을 쥐여준다. 이런 모습들이 작품에 투영돼 사실인 양 그려질 수 있었던 것도, 또 이를 보는 이들이 으레 한번쯤 봤을 법한 기시감을 느끼는 것도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리라.

예전 어느 대학가의 한 교회를 취재차 찾았던 적이 있다. 교회를 찾은 이유와 신분을 밝혔음에도 행사 장소를 묻는 말에 교회 직원은 “다른 데로 가봐라”며 인상을 쓰며 퉁명스러운 말로 답했다. 코로나19로 외부인의 방문이 예민했을 법했지만, 교회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맞는 이가 보여준 행동은 일순간에 교회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또 한 번은 교회에서 봉사하며 몇 번 이야기를 주고받은 한 분이 계셨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그의 따스한 성품과 배려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야 그가 목회자의 사모였단 걸 알게 됐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들이 과연 위의 둘 중 누구를 더 많이 만나게 될까를 생각했다. 지금 교회를 향한 인식이 안 좋은 건 전자를 더 많이 마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코로나19로 교회가 문을 닫아야만 했을 때 교회 입장을 항변하는 내게 비신자인 친구는 “맞불을 놓고 반발하며 교회의 뜻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불안을 수용하고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성경도 같은 말을 한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38~44)

예배를 드리고 차를 몰고 집에 오는 길, 갑자기 뛰어든 차에 화를 냈다. 순간 부끄러움도 몰려왔다. 앞서 퉁명스러웠던 교회 직원도 어떤 사연이 있었으리라.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경이 말하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참 쉽지 않다. 아는 것이 힘이라지만 ‘정도’를 알기에 힘이 드는 것도 있다. 그리스도인도 나름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성경에 따른 삶을 살아내려는 이들이다.

최근 어느 한 목사가 드라마 ‘수리남’을 보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는 이 말이 그래서 뭔가 애처롭다. “당신들이 더 잘 알듯 기독교는 더는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 아니다. 성역도 아니다. 공격하거나 비판할수록 뿌듯한 자부심이 살아나는 철옹성도 아니다. 그저 위로와 배려, 따뜻한 사랑이 필요한 집단이다. 작은 불씨 하나 화로에 담아 가슴에 품고 길고 긴 겨울밤을 견디는 사람들이다. 이제 비판 좀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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