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대명사' 백화점이 '입던 옷' 판다

신선미 기자 2022. 9. 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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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한층이 '중고관'
가치소비 'MZ' 맞춰 파격 변신

[한국경제TV 신선미 기자]
<앵커>

백화점하면 바로 `럭셔리`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고급상품이나 브랜드 `신상품`을 보여주고 판매하는 곳이죠.

하지만 앞서 보신 영상처럼 이젠 중고품 수요까지 대응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의 파격 혹은 변신으로 해석되는데,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고가 명품 판매에 힘을 주던 백화점이 중고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사이에서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젊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백화점업계의 전략 중 하나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친환경 소비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도 커졌습니다

지난해에만 24조원입니다. 2008년 4조원과 비교하면 6배나 성장했습니다.

<앵커>

백화점이 한 층 전부를 중고 상품 전문관으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품도 다양할 거 같은데, 어떤 제품들을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가장 많은 상품 수를 판매하는 건 의류입니다.

해외에서 직수입된 6000여벌의 옷들을 세탁해 전시해놨는데요. 블라우스와 스웨터 맨투맨 티 등 다양합니다.

특히 빈티지 청바지와 가죽재킷 코너는 따로 구성돼 있었는데, 제품들은 모두 전문 세탁업체에 맡겨 세탁과 살균을 거친 후 판매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입던 옷`이기 때문에 깨끗하게 관리해서 판매하는 게 중요하겠죠.

때문에 특히 더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요.

철저한 관리를 위해 지분투자를 한 전문 세탁업체 맡기고 있고, 향후 전문 세탁업체 운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중고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중고명품이잖아요

<기자>

그렇죠.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부터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디올, 셀린느 등 100여 개 이상의 중고명품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2030, MZ세대부터 중장년층 어른들까지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인 곳이기도 합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의 감정을 받은 상품들만 선별해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좋은 제품들로 갖추기 위해, 현대백화점 VIP 멤버십이죠. 자스민 회원들에게 중고 명품 매장을 소개하면서 안 쓰는 명품 가방이나 지갑 갖고 오셔서 팔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촬영하는 날, 중고 명품을 보고 계신 자스민 회원이 있었는데요. "현대백화점의 시도가 신선하고 재밌다며 일부러 보러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밖에도 해외 각지에서 가져온 주얼리와 테이블웨어, 향수, 생활소품 등 다양한 빈티지 아이템들과 중고 명품 시계도 구입할 수 있었는데요.

200여 피스의 빈티지 시계들은 모두 1960년대~2000년대에 출시된 제품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편으로는 중고품 전문관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가야 하는 백화점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특히 중고 명품을 팔면 기존에 입점해 있는 명품매장의 판매가 감소하는 현상,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요?

<기자>

장기적으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만 당장 중고 명품이 신상 명품의 판매량이나 수익성 감소를 야기하진 않을 거라는 게 업계 관측입니다.

구매 고객층도 다르고, 구매 목적도 다르다는 겁니다. 현대백화점 측은 "둘은 별개"라며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가 크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중고품 전문관을 오픈한 것에 대해 백화점의 고육지책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오히려 중고거래에 거부감이 없는 MZ세대를 잡기 위한 좋은 전략으로 해석되는 거 같습니다.

백화점에서 누가 중고 옷을 살까 싶었지만 오픈 이후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인데요.

첫 주말 3일 동안 1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하루에만 1000명의 고객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30 세대가 90% 이상을 차지해서, 확실히 MZ세대들의 반응이 좋았단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중고 시장에 관심을 갖는 건 현대백화점뿐만이 아닙니다.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업계 모두 중고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어떤 전략인가요

<앵커>

롯데쇼핑은 사모펀드와 함께 2003년 문을 연 국내 최장수 중고 커뮤니티인 중고나라의 지분 93.9%를 인수했습니다.

협업의 일환으로 롯데 계열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비대면 중고거래 장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해 11월 서비스를 개시한단 목표 아래 현재 시스템을 개발중입니다.

이 외에도 조만간 롯데온을 통한 중고 명품 거래 서비스도 오픈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세계는 지난 1월 그룹의 벤처 캐피탈사를 통해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했는데요.

이에 따라 신세계의 이커머스 업체인 SSG닷컴에 번개장터를 입점시켜 리셀(되팔기) 상품이나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리셀 시장이 확대되면서 SSG닷컴의 중고 명품 매출도 늘었는데요.

올 7월 기준으로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220% 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의 얼굴이라 불리는 백화점 1층에도 중고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라면서요?

<기자>

네, 9월 안으로 미아점 1층에 중고 명품 매장을 열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는데요.

현대백화점 측은 "더현대서울에 중고 매장을 운영해 본 결과, 전체 고객 10명 중 9명이 20~30대일 만큼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컸다"며 백화점 1층에 명품 대신 중고를 넣기로 결정했단 설명입니다.

<앵커>

백화점업계가 중고에 눈독을 들이는 건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면서요.

중고 열풍이 글로벌 현상이 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백화점인 노드스트롬, 메이시스 등에는 이미 중고 의류 매장이 입점해 있습니다.

월마트도 지난해부터 스레드업과 제휴해 중고 의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중고 경제가 일상화돼 있는데요.

지난해 유럽인 10명 중 7명은 중고제품을 구매했고, 가장 큰 소비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도 MZ세대입니다.

18~ 34세에 해당하는 이들이 주 구매층인데, 10명 중 4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중고품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일본과 중국도 중고 시장 거래 규모가 큰데요. 중국은 2020년 기준 175조원에 달했고, 일본도 중고 시장이 올해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상 전 세계가 선형경제에서 자원을 재사용하는 순환경제로 바뀌고 있는 건데요.

2028년이면 새 옷 시장보다 헌 옷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신선미 기자 ss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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