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핫라인] 북한이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을 늘린 이유

최유찬 입력 2022. 9. 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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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는 매일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정도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들을 집중 편성해 방송하고 있습니다. 보통 5시 뉴스 이후에 "아동방송시간"이라는 제목을 내 건 브릿지타이틀을 시작으로 아이들을 위한 만화영화는 물론 만화로 보는 발명의 역사, 답을 맞춰 보자요, 어린이 공연 등 흥미 위주의 코너부터 학부모들을 위한 가정교육방법 소개 프로그램 등까지 다양한 코너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들어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 방송하고, 방송 분량도 늘리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아이들을 위한 건강관리나 먹거리, 의류 등을 국가 차원에서 모두 무상으로 지원해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린이 방송 시간대가 아닌 메인 8시 뉴스에서도 최근 3일에 걸쳐 소년단원들의 야영활동 모습도 집중 부각합니다.

3년만에 소년단 야영 보도‥"뜨거운 후대 사랑"

북한 방송은 19일과 20일, 21일 메인 뉴스에서 만경대, 장자산, 남포 등 각지에 있는 소년단야영소에서 올해 첫 소년들의 야영이 시작됐다는 소식과 활동 모습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북한에는 만경대와 묘향산, 송도원, 연풍호, 장자산 등 모두 11개 지역에 소년단야영소가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야영소에는 식당, 회관, 체육관, 운동장, 수영장, 오락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야영소들은 보통 해마다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지난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북한 매체를 통해 야영 행사 소식이 전해진 건 약 3년만입니다. 북한은 소년단원들을 이 야영소에 입소시켜 체육, 예술, 등산, 오락 등을 통해 단체활동을 익히게 하고, 또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사상 교육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야영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7세에서 13세의 어린이들이 가입하는 북한 조선소년단은 약 3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서도 학교 생활에서 모범이 되거나 조직생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선발해 포상 개념으로 야영소 입소 자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9일 8시 보도에 따르면 '모범적이고 학습과 조직생활을 잘하는' 평양시 학생들 1천여명이 선발돼 만경대소년단 야영소에 입소했다고 합니다.

방송에서는 소년들의 야영 활동이 "자라나는 새세대들을 앞날의 조국을 떠받는 믿음직한 역군으로 세상에 부러움을 모르는 행복동이들로 키우려는 우리 당의 뜨거운 후대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뉴스를 통해 방송된 야영소 소년단원들은 입소 당시에는 소년단의 상징인 '빨간 넥타이'를 달린 교복을 입었다가, 활동에 나설때는 가슴에 인공기가 크게 새겨진 티셔츠로 갈아입는 등 애국심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 옷에서도 엿보입니다.

특히 최신식으로 꾸려진 야영소 시설도 눈길을 끕니다.

각지에 야영소를 새롭게 건설하고, 개건하는 작업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요, 지난 2016년 김 위원장은 개건 작업중이던 만경대소년야영소를 직접 찾아 작업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이런 활동을 애민, 후대 사랑의 본보기로 선전해오고 있습니다.

"조국의 믿음직한 후비대로"

북한 방송은 소년단원들의 야영 활동이 시작된 9월 18일부터 야영 소식 뿐 아니라 소년단과 관련된 다른 프로그램도 잇따라 편성해 방송했습니다. 소년단의 상징인 '붉은넥타이'를 소재로 한 <소개편집물>도 신규 방송됐는데, 소년단원들과 소년단 학부모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소년단원들이 하는일이 무엇인지, 또 어떤일을 해야하는지를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리주경 어린이가 소년단원으로서 하는 일은 '나무심기'와 '공부 잘하기'입니다. 나무를 심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설명했고, 공부를 열심히 해 최우등생이 된 것도 소년단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징표라고 자랑합니다. 이에 더해 리주경 어머니는 공부 뿐 아니라 '애국심'을 기르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합니다.

만경대구역 팔골소학교 박연정 소년단원이 잘하고 있는 일은 '위문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7살 때 처음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해 삼지연, 송화지구, 화성지구, 보통강주택 등 주택 건설에 나선 인민군대원들, 농장원, 열차 운전사 등 지금까지 약 500통의 편지를 썼다고 방송은 소개합니다. 사실상 소년단원의 역할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다른 어린이들이 이를 본받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 "난 조선소년단에 입당하며 모범소년단원이 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이 맹세로 언제나 붉은 넥타이를 휘날리고 있습니다."

"교복도 음식도 모두 지원"‥고아들에 대한 은혜 부각

1) "평양초등학원 (고아 보육시설) 은 천국" 선전

북한에서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연령대에 따라 육아원, 애육원, 그리고 초등학원(초등학교), 중등학원(중,고등학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방송에서는 평양초등학원과 평양육아원, 평양애육원의 모습을 조명하는 프로그램들도 나왔습니다.

지난 9월 10일에는 20분 분량의 <우리들의 집이야기-평양초등학원>이라는 소개편집물이 방송됐는데, 평양초등학원은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가르치기 위해 지난 2017년 2월 개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 학생의 내레이션을 통해 실제 평양초등학원 생활이 어떤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에서처럼 초등학원이 마치 자신의 집처럼 느껴질 정도로 안락함과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는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교복부터 학용품, 신발 등 모든 생활 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평양초등학원에 온 날부터 삶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교복과 학용품, 신발, 체육복, 아니 글쎄 저런 솜옷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졸랐던 그 솜옷까지 나에게 다 차례(일정한 차례에 따라 몫으로 배당되다) 졌습니다."

또 최근엔 코로나 최대비상방역체제에서도 고아원 학생들은 풍족한 식량을 지원 받았다고 강조합니다. 도심에 차량 통행이 대부분 중단됐지만, 고아원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랑으로 빵과 고기, 알을 실은 차들이 배달에 나서면서 먹거리 걱정없이 지낼 수 있었다고 자랑합니다.

2) 평양 육아원, 애육원에 교육도서도 지원

'[혁명일화] 거듭 찾아보신 지능교육도서'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평양육아원, 애육원의 이야기를 통해 교육 도서까지 모두 지원해주는 김정은 위원장의 은혜를 선전합니다. 지난 2015년 김위원장이 이곳을 직접 찾아 책꽂이를 채울 수 많은 책을 직접 보내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어린이들의 연령과 심리적 특성에 맞는 지능형 도서들을 잘 만들어야한다고도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고 선전합니다. 또다른 평양애육원에 들려서는 지능교육용 그림책을 보내주기로 했다는 사연도 소개합니다. 원아들을 잘 교육해 이름난 과학자, 체육인, 예술인, 인민군대 영웅이 많이 나오게 해야 한다는 게 이유입니다.

[최송란/평양애육원 원장]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은 나라의 꽃봉오리들이 우리 어린이들을 잘 키우는 것에서부터 높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의 고아들이 외부세계에 알려진 것처럼 방치된 '꽃제비'가 아니라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겁니다. 김정은 시대 이후 고아들에 대한 당과 국가의 배려를 부쩍 강조하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무상치료 부각‥"아이들 건강도 끄덕없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강조하는 체제선전물도 눈에 띱니다. 북한 방송에서는 아이들의 건강 관리에 나서는 모습, 즉 북한의 무상의료 체제 내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부각합니다. 지난 9월 18일 방송된 '[수기] 의성이는 학교로 간다' 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지금은 13살인 심의성 학생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2016년 심의성 어린이는 간에 복수가 차는 등 불치병에 걸렸고, 평양의대 의사들도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회의를 여는 등 머리를 맞댄 결과 마침내 치료의 실마리를 찾아냈다고 설명합니다.

북한의 의료 기술로도 충분의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무상 치료를 통해 누구나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그뿐 아니라 노동당 육아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과업 중 하나인 아이들에게 먹일 먹거리에 대한 충분한 보장도 선전합니다. 지난 9월 15일 첫 방송된 '[혁명일화] 거듭 걸어오신 전화'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모습을 조명했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여러 축사에서 생산된 젖을 모아 아이들이 먹을 유제품으로 가공해 매일매일 공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공장에도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는데요, 지난 2021년 9월 새벽 김 위원장이 직접 이곳 일군에게 전화를 걸어 유제품 생산과정에 대한 조언을 했다는 겁니다.

"총비서동지께서는 평양시에서 시험 생산한 젖가루(분유)를 맛보았는데 우리 맛과 색이 정말 잘 살아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그 질적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무엇인가를 하나하나 지적해주셨습니다"

북한은 보통 6월 6일 소년단 창립일을 전후로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들을 대거 쏟아내지만, 최근들어 부쩍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는 건 현재의 북한 상황과도 관련돼 있어보입니다. 심각한 경제난 등 어려움 속에서도 어린이들에 대한 먹거리나 의료, 의류 등 국가 차원의 무상 지원을 강조하면서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목적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대외적으로 북한 내 아동 인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어보입니다.

(최유찬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410703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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