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주에 결국 '김치 대란'..마트·온라인도 '품절 사태'(종합)

송승윤 2022. 9. 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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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서 포장김치 '품귀'
채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작황 부진 겹쳐 공급 불안정
가격 인상 소식에 사재기까지
중국산 김치 '반사 이익'..수입량 늘어
배추, 무 등 김장 채소 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판매대에 폭우와 태풍 등 영향으로 인한 일부 제품 품절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전진영 기자] "마트에 김치가 없는 경우는 처음이네요."

22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대형마트. 이곳에선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김치 매대에 일부 브랜드 배추김치가 자취를 감췄다. 열무김치와 총각김치, 갓김치 등 배추를 사용하지 않은 종류의 김치를 제외하곤 배추김치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뒤늦게 김치 코너를 찾은 이들은 아쉬운 듯 다른 제품만 매만지며 돌아섰다. 이날 마트를 찾은 가정주부 오인아씨(34·여)는 "김치 가격이 비싸진다고 해서 많이 사두려고 마트를 찾았는데 하나도 사지 못했다"면서 "채소 가격이 많이 올라 김장을 할 바엔 사먹는게 나을 것 같았는데 사는 것조차 쉽지 않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대형마트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다른 코너는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으나 유독 포장 김치를 판매하는 김치 매대에 사람이 몰렸다. 미리 김치를 사두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김치를 구매하지 못한 이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우려하던 ‘김치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김장 채소 가격이 폭등해 포장김치 수요가 늘어났으나 작황이 좋지 않은 탓에 공급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선 이미 품귀현상이 일어났고, 일부 대형마트에선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곳까지 생겼다. 포장김치 가격이 추가로 오를 조짐이 보이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사재기 현상마저 나타났다.

23일 기준 대상 청정원의 온라인몰 ‘정원 e샵’에선 일부 품목에 이어 대부분의 대부분의 배추김치 제품이 일시품절됐다. 캔 맛김치와 볶음김치, 열무김치 등을 제외하면 어린이 김치까지 모든 제품의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CJ제일제당 공식 온라인몰인 더마켓에서도 ‘썰은 배추김치’와 ‘여수 돌산 갓김치’ 등이 품절된 상태다. 풀무원의 온라인몰 샵풀무원도 마찬가지로 ‘무&배추김치’와 ‘아이김치’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일시품절됐다.

오프라인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찾은 서울과 인천의 대형마트를 비롯해 인근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모두 김치를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심지어 주택가가 몰려있는 일부 지역에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소포장 김치까지 동이 나기도 했다.

대형마트들은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다만 대형마트 3사는 아직 구매제한 조치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는 점포별로 차이가 있으나 평균 오후 5시 전후로 입고 물량이 완판되는 것으로 보고 아직은 구매 제한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도 대표상품을 비롯해 협력업체를 통해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마트도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김치를 만드는 채소 가격이 폭등한 것에서 촉발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김장 재료 가격은 2017년 11월 24만원에서 4년 만인 지난해 12월 32만4000원으로 35% 올랐다. 현재 기준으로는 가격 상승이 더 실감난다. 전날 기준 배추 10㎏의 평균 도매 가격은 3만4080원으로 1년 전(1만4900원)과 비교해 128% 이상 상승했다. 다른 김장 채소도 마찬가지다. 무는 1년 전 20㎏ 1만2365원에서 현재 3만760원으로 148% 이상 가격이 뛰었고 양파는 15㎏에 2만3100원으로 전년(1만4591원) 대비 58% 비싸졌다. 쪽파 1㎏도 7176월에서 8498원으로 18% 가격이 상승했고 대서종 기준 마늘 20㎏도 15만6000원에서 16만6200원으로 6% 이상 가격이 올랐다.

배추, 무 등 김장 채소 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상황이 이렇자 김장을 하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더 나은 지경이 됐고, 포장김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반면 올해 여름 폭우 등으로 인한 병해충 피해로 배추 작황이 예년보다 좋지 않아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생겼다. 이에 더해 올해 초 이미 오른 포장김치 가격이 한 번 더 오를 것으로 예고됐거나 이미 오른 탓에 구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포장 김치 업계 1위인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부터 비비고 김치 가격을 평균 11% 올렸고, 농협중앙회도 한국농협김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업체들이 속속 김치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 수입도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1억986만2000달러로 전년 동기간 8609만9000달러보다 27.6%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김치 수입액은 1337만6000달러로 지난해 8월보다 41.1% 넘게 많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배추 수확이 부진한 데다가 수요도 갑자기 늘면서 일시적으로 김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달 말부터는 이런 현상이 해소되고 연말에는 가격도 다소 안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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