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셰일가스 생산 위해 프래킹 금지 3년만에 해제 '논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정부가 셰일가스 생산을 위해 프래킹(수압파쇄법) 금지 조치를 3년 만에 해제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영국인 절대다수가 프래킹을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보수당 내에서도 여론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프래킹은 암석 속 셰일가스를 추출하기 위해 물, 화학물질, 모래를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 암석을 파쇄하는 기술을 뜻한다. 전임 보리스 존슨 정부는 2019년 11월 프래킹 금지 규제를 도입됐다. 당시 프래킹이 이뤄지던 랭커셔 지역에서 최고 2.9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200채에 가까운 주택이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러스 정부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차단한 상황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려면 셰일가스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 9일 프래킹 금지를 해제하면 빠르면 6개월 안에 가스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러스 정부는 2040년 에너지 순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프래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이컵 리스모그 산업장관은 "2040년까지 영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 되려면 에너지 확보를 강화해야 하며 모든 방안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확보 노력은 절대적인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리스모그 장관은 프래킹을 반대하는 이들은 러시아 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에드 밀리반드 전 노동당 대표는 러시아 자금설과 관련해 뚜렷한 근거도 없는, 수치스럽고 역겨운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랭커셔를 지역구로 하는 보수당 소속 마크 멘지스 하원의원은 "프래킹이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은 명백히 증명됐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현 트러스 내각 각료 중에서도 과거 프래킹을 비판한 인사들이 있다. 쿼지 콰텡 재무장관은 지난 2월 프래킹이 에너지 가격 안정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충분한 양의 셰일가스를 얻는 데 10년이 걸리는 반면 지역사회는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자치정부도 프래킹에 반대한다.
여론도 프래킹에 부정적이다. 유거브 5월 설문에서 셰일가스 추출을 찬성한다는 응답률은 그나마 조금 올라 27%를 기록했다. 에너지 위기 전 찬성률은 19%에 불과했다.
보수당은 그동안 프래킹은 지역민들의 지지가 있는 곳에서만 실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도 당 대표 선거 유세 기간 중 이 원칙을 지킬 것임을 약속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러스 정부가 여론을 무시하고 프래킹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이 충분한 셰일가스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는 이날 영국에 기술적으로 추출이 가능하고 경제적 가치도 있는 셰일가스가 얼마나 많이 매장돼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워윅 비즈니스스쿨은 2020년 셰일가스가 2020~2050년 영국 에너지 소비에서 17~22%의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가 프래킹 금지 조치를 해제했지만 향후 관계 기관의 승인 과정도 이뤄져야 한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불가리아, 아일랜드 등 여러 유럽 국가는 프래킹을 금지한다. 다만 독일에서도 최근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프래킹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러스 정부는 이날 북해 석유·가스 탐사 계획을 허가할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탐사 허가는 10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20년을 마지막으로 북해 연안에서의 석유·가스 탐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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