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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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많은 사람이 어떤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면 이에 대비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하면 설령 나중에 위기를 맞더라도 그만큼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경험칙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 경제를 덮칠지 모를 위기가 어디서 올지, 어떤 경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렇게 '예고된 위기'라야 아슬하게라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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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낙관론 경계하고 시스템 위기 대비해야
[아시아경제 남승률 기자]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많은 사람이 어떤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면 이에 대비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하면 설령 나중에 위기를 맞더라도 그만큼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경험칙에서 나온 말이다. ‘위기는 예고하고 오지 않는다’는 표현도 흔히 쓴다. 모두가 방심한 사이 허를 찌르는 위기의 속성을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위기가 많았다.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딱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이 호황에 취해 임박한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는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가. 세계 경제는 짙은 먹구름에 뒤덮여 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했던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딛고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여겨지던 세계 경제는 미·중 갈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와 강달러, 인플레이션 등 온갖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대상 부분적 동원령까지 내린 우크라이나 전쟁의 암운은 더욱 짙어질 확률이 높다. 인플레 파이터로 방향을 잡은 Fed는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고도 금리를 더 올릴 참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은 경고음을 울리지 못하고 있다. 공포를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낙관론만 펼쳐서는 곤란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Fed가 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국내 증시·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린 22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 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면서도 "과거 금융위기 등과 비교해 현재 우리의 대외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6월 "달러화 강세로 다른 주요국 통화가치도 내려가고 있어 위기 징후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정부의 ‘9월 말 10월 초 물가 정점론’도 지나친 낙관론으로 판별날 공산이 크다. 겨울철 에너지 수급 불안,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의 변수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1월 런던정경대(LSE)를 방문해 "신용경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왜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당시 똑 부러지는 답을 못한 영국의 경제학자들은 얼마 후 "많은 사람이 금융위기를 예상했지만, 정확히 어떤 형태로, 언제 시작하며 어떤 속도로 확산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시스템을 위협하는 커다란 위기 예측에 취약한 배경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한국 경제를 덮칠지 모를 위기가 어디서 올지, 어떤 경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민심 눈치를 보며 낙관론만 펼 게 아니라 민간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 위기를 가늠해보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짜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예고된 위기’라야 아슬하게라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남승률 이슈탐사부장
남승률 기자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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