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 피해자는 환자와 국민이다 [환자샤우팅] 

이영수 2022. 9. 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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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JTBC 탐사보도 ‘트리거'에서 경보제약에 근무했던 내부제보자가 제공한 내부 문건과 관련 녹취를 근거로 제약사가 약값의 약 20%을 의사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고 약 9년간 추정금액만 최소 4백억 원 이상이 된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제약사가 의약품 리베이트 의혹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모의하는 정황까지 공개되었다. 

출처: JTBC 탐사보도 ‘트리거' 캡처

의약품 리베이트란?

의약품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의약품 처방 및 판매를 증대할 목적으로 의료기관(의사), 약국(약사) 등에게 현금, 상품권, 물품, 수금 할인, 접대, 시판 후 조사(PMS)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말한다. 

2012년 10월 감사원이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 관리실태 성과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경찰, 국세청이 2007년~2011년까지 5년 동안 무려 1조 1,418억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의료기관 또는 의사, 약사에게 제공한 제약사와 도매상들을 적발했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료법(제23조의5), 약사법(제47조)에 의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징역·벌금)과 행정처분(면허취소·면허정지)을 받는다. 2010년 11월부터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어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함께 제공받는 의료인·약사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리베이트 쌍벌죄 시행과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 강화로 의약품 리베이트가 예전에 비하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경보제약 사례처럼 거래는 더욱 은밀하게, 수법은 더욱 교묘하게, 은폐는 더욱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약사는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의료법·약사법 위반 사실을 부인하고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행위로 몰아 책임을 회피한다. 그러나 엄청난 액수의 리베이트 규모와 제약사 담당자·임원들의 결제까지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이는 영업사원 개인의 영역을 넘어 제약사 차원의 조직적이고 은밀한 불법적 영업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의약품 리베이트와 약값 인상, 고가약·과잉 처방

의약품 리베이트는 약값 인상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에 치료받는 환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만일 제약사가 의사에게 의약품 처방 대가로 약값의 20%를 리베이트로 제공했다면 제약사는 이에 비례해 20% 더 높은 약값을 책정할 것이고, 그 피해는 약값을 지불하는 환자나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3년 1월 의약품 리베이트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5개 제약사 8개 의약품을 대상으로 환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했었다. 비록 민사소송에서는 최종 패소했지만 “제약사와 의료기관 모두에게 환자와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요구해서도 안 되고 제공해서도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던 민사소송 제기 환자들의 바람은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다. 

2013년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소송 기자회견. 출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또한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료기관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구매하도록 하기보다는 리베이트가 많이 제공되는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구매하게 만들고, 이는 필연적으로 고가약 처방과 과잉처방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발행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의 손해로 귀결된다. 건강보험공단의 약제비 지불도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부담이므로,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제약사와 의료기관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는 것이다.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위한 특단의 조치 필요

JTBC에서 보도한 경보제약의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 사건은 2013년 이후 약 9년간의 리베이트 관련 내부 자료와 경보제약 관련자들의 녹음 자료를 확보한 내부제보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뿐만 아니라 받은 의료인도 형사처벌을 받고 면허취소 또는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 제약사와 의료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에 있어서 내부자 고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내부자 고발 시 공익신고자의 형사처벌을 현행 임의적 감면에서 필요적 감면으로 변경해야 하고, 공익신고 보상금의 액수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주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익을 더 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리베이트 적발 시 제약사의 경제적 손해가 더 커지도록 과징금 액수를 크게 올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의약품 리베이트는 형사처벌·행정처분 강화, 내부자 고발 활성화 등의 조치만으로 근절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제약시장이 제약사 간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이 되지 않는다면 리베이트로 인한 약값 거품이나 의사의 고가약·과잉 처방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도 이제는 학계에서 논의 중인 ’보험자 입찰제‘ 도입이나 미국의 ’선샤인액트‘ 등과 같이 의료현장에서 의약품 리베이트가 없어도 제약사가 의사 눈치 보지 않고 의약품 가격이나 품질로 다른 제약사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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