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포지오티닙' 코너 몰리나.. FDA 자문위 "위험 > 혜택"

이춘희 2022. 9. 2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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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항암제자문위, 9대 4로 권고
"승인 시 가장 효과 낮은 치료법" 우려
ORR 28%지만 부작용은 85%에서 나타나
한미 "이상반응, 다른 항암제도 나타나"
"다양한 치료 옵션 필요"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의 분자구조 이미지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자문위원회인 항암제자문위(ODAC)가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에 대해 혜택이 위험보다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FDA 승인을 받으면서 2연속 FDA 신약 출시를 노렸던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한미약품은 FDA ODAC 공청회 결과 포지오티닙의 신속허가와 관련한 권고 의견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ODAC는 전날(현지시간) 포지오티닙의 혜택이 위험보다 크지 않다고 9대 4로 표결했다. ODAC는 항암제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한 데이터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자문위원회다.

이는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ODAC 회의에 앞서 공개된 관련 자료에서 ODAC가 포지오티닙의 효능에 대해 "만약 가속 승인이 이뤄진다면 지금껏 승인된 폐암에 대한 표적 치료법 중 가장 효과가 낮은 치료법이 될 것(If granted accelerated approval, this would be the least effective targeted therapy for lung cancer approved to date)"이라며 강력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우려됐던 결과기도 하다.

ODAC는 전체 환자 대비 종양 크기 감소 등의 객관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을 뜻하는 객관적 반응률(ORR)이 28% 수준으로 낮다며 포지오티닙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승인받은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투칸)'의 ORR 58%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와 비교하기도 했다. 반응 지속 기간 중앙값(mDoR) 역시 포지오티닙이 5.1개월로 엔허투의 8.7개월 대비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ODAC는 포지오티닙의 안전성 면에서도 부작용 우려가 크다고 봤다. 포지오티닙의 1일 1회 16㎎ 투약군 368명 중 3~4급 부작용이 85%, 투약 용량 감소가 57%에 달하는 등 안전성 프로파일 면에서 약물 내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자문위는 이 같은 부작용 등이 대체 투여군에서는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해당 용량의 효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미 "부작용, 예측·관리 가능… 혜택이 분명히 위험보다 크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앞서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한 바 있는 미국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Spectrum Pharmaceuticals)에 2015년 기술이전 한 pan-HER2 항암제다. 아직 정식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HER2 엑손20(exon 20) 변이 폐암 환자의 2차 치료요법으로 개발됐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12월 FDA에 신약시판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른 시판 허가 여부 결정 시한은 오는 11월24일로 정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FDA의 포지오티닙 조건부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한미약품은 이에 대해 포지오티닙이 1차 치료제가 아닌 2·3차 치료제이고, 항암제의 특성상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험(risk) 대비 혜택(benefit)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 반응들은 다른 약물에서도 나타나는 사례"라며 "충분히 예측·관리할 수 있고, 포지오티닙이 환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위험보다 분명히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용성 면에서도 "폐암은 다른 암종 대비 치사율이 대단히 높아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이 제공돼야 한다"며 "기존 치료제에 반응이 없는 환자들에게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 투약할 수 있고, 정맥주사(IV) 방식이 아닌 경구용 제제로 투약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포지오티닙의 유용성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ODAC의 자문 내용이 곧 FDA의 승인 여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미약품 측은 "ODAC의 논의 후 권고는 FDA의 최종 승인 여부에 대한 구속력은 없다"며 "FDA가 ODAC 권고를 포함한 모든 상황을 검토한 후 오는 11월24일까지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톰 리가 스펙트럼 사장 역시 "“HER2 엑손20 삽입 돌연변이를 가진 치료 경험이 있는 폐암 환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는 치료법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ODAC의 결과는 실망스럽다”며 “PUDFA 기일인 11월24일에 맞춰 포지오티닙에 대한 우리의 옵션들을 면밀히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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