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 소통의 핵심..문해력, 어휘력 공부에 빠지다

이승연 2022. 9. 2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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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동영상 등 더 쉽고, 자극적인 매체를 접하면서 우리는 긴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많이 생략해 왔다. 하지만 어휘력을 길러 문해력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안다는 것에서 나아가, 현대사회의 필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되고 있다.

얼마 전 SNS상에서 ‘심심한 사과’란 단어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한 업체에서 인터넷에 올린 사과문에서 시작된다. 문장 중에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을,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한(甚深한,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이 아닌 지루하다는 의미로 해석, 성의 없는 사과라며 비판을 했고, 이 같은 사실이 퍼지며 문해력 논란이 인 것이다. 보통은 동음이의어로 인한 오해로 넘어갔을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문해력

과거 발생한 ‘사흘과 나흘’, ‘금일과 명일’ 등의 이슈도 마찬가지다. 한자어나 관용어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우려가 커지며 이슈화된 것인데, 이는 세대 간 언어의 역량 차이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휘는 점점 소멸해 간다. 세월이 흘러가며 일부 언어는 사라져가고, 새로운 단어가 생기며 대중화된다. 언어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문제는 따로 있다. 어휘의 차이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 논란이 되고 있는 반지성주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자어나 관용어의 지나친 사용과, 신조어가 대중화되며 세대 간 벌어지는 오해, 나아가 공감의 결여와 갈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세대의 어휘 차이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해야 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어휘력과 문해력을 키우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어휘력을 바탕으로 갖춰지게 되는 문해력의 필요성은 사회를 살아가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미래 변화를 인지하는 능력에서 문해력은 기초 역량으로 꼽히고 있다. 먼저 문해력에 대한 사전적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문해력은 우리가 고루 이해하는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만을 말하지 않는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언어의 영역들을 포괄한다.

유네스코는 ‘문해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하여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 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참고: 유네스코 Education Sector, The Plurality of Literacy and its implications for Policies and Programs: Position Paper 2004, 위키백과) 그리고 최근에는 디지털 영역에서도 문해력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도서 『학교 속 문해력 수업』(박제원 저)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 2030프로젝트에서는 문해력을 시각적, 청각적, 공간적 매체 및 전자 텍스트를 사용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종합적 능력으로 본다. 예컨대 문해력은 컴퓨터 문해력, 미디어 문해력, 정보 문해력, 수 문해력, 과학적 문해력 등 다양한 문해력으로 구분된다. 사회적, 정치적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문해력을 정의하기도 한다. 글이 정치적으로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 윤리적으로 어떤 의도로 쓰였는가 등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곧 문해력이다.’(-p.34) 여기서 컴퓨터, 미디어의 문해력이 일종의 디지털 문해력에 속한다.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능력(미국 교육학자 루블라M.Rubbla, 베일리G.Bailey 정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세분화된 수많은 매체를 통해 얻는 정보 중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식별하고 찾아 이용(창조,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셈이다. 또 『학교 속 문해력 수업』에서는 디지털 문해력이 ‘기술 발전과 정보 홍수로 인해 학습해야 할 필수적인 소통 능력이다. 다양한 매체로부터 쏟아지는 정보 중에 가짜 뉴스 등에 휘둘리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려면 메시지를 이해하고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p.40)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글을 읽지 않고 영상이 주를 이루는 세대에서도 문해력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EBS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사진 EBS)

▶성인의 문해력, 소통을 높이다

EBS에서 지난 2021년 방송된 ‘당신의 문해력’(6부작)이 대한민국에 문해력 열풍을 일으켰다. 첫 방송 이후 방송에 나온 성인 문해력 테스트는 SNS에서 화제가 됐으며, 공개 7시간 만에 1만2000명 이상이 참여를 하는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Per****), ‘요즘 EBS 당신의 문해력이란 프로그램을 엄청 흥미롭게 보고 있다’(@little********) 등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EBS에서는 지난 7월부턴 성인 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당신의 문해력+’(당신의 문해력 플러스)를 새롭게 선보이며, 성인의 문해력을 증진시키는 읽기 전략과 다양한 팁을 제공하고 있다.

에디터는 이번 기사를 준비하며 EBS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 홈페이지에서 제공 중인 ‘성인 문해력 테스트’(2022 버전)와 ‘성인 어휘 능력 검사’(2022 버전)를 해보았다. 두 검사 모두 15가지의 문항, 주로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글과 자료를 위주로 구성돼 있다. ‘어휘 능력 검사’에는 문맥상 올바른 단어의 쓰임, 의미, 유사어, 반의어 등을 골고루 판단하고, 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지 묻는 문제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가 하면 ‘문해력 테스트’의 경우에는 기사문이나, 글을 읽고 상황과 요점,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추론하는 능력, 그래프와 표를 읽고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 등도 포함돼 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전문 용어, 예컨대 거래 명세서, 계약서 등에서 주로 등장하는 법률 용어와 문맥을 제시된 문장을 통해 올바르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문제들도 등장한다. 에디터는 직업상 글을 자주 접할 때가 많지만, 테스트 이후 결과를 살펴보니 문서, 문항 등에 있어서 전문 용어의 해석을 요하는 부분이나, 간단한 실수로 인해 답을 틀린 경우가 많았다. 에디터의 경우 두 테스트에서 문해력(평균 6.19개)과 어휘력(평균 9점)은 평균보다 약간 웃도는 점수를 받았다.

해당 테스트의 경우 EBS ‘당신의 문해력+’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도 이용이 가능한데, 성인들을 중심으로 해당 테스트가 SNS상에서 다시금 화제가 되며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문해력 테스트’ 결과 게시물을 올렸다. 문해력에 대한 이슈와 실태가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다. 사회에서도 다양한 방면에서 문해력을 논하는 순간을 마주하며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생겨난다. 매일 같이 접하는 미디어 정보를 포함해 계약서 및 메일 작성, 데이터 읽기, 가짜 뉴스 파악하기 등 일상 생활 속에서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읽기와 쓰기, 분석을 기본적으로 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최근의 문해력 교육은 어휘나 문장에 담긴 뉘앙스와 말맛을 이해하고, 세대 간 ‘소통’을 원활하게 돕는 동시에,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핵심 역량을 기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상반기 서점가에는 언어적 소양을 길러 공감과 소통 능력을 높이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어휘력·문해력 관련 도서 출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스24가 집계한 결과 올 1~8월까지 교재류를 제외한 어휘력·문해력·글쓰기·맞춤법 관련 인문서 출간 종수는 116종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43.21% 증가했다. 어휘력과 문해력에 대한 관심은 2030 청년층뿐 아니라 4050 중년층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예스24의 관련 도서 구매자의 성연령대 분석 결과, 40대(33.82%) 다음으로 30대(25.98%) 비중이 높았고, 50대(17.39%)와 20대(16.34%) 비중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어휘력·문해력 관련 베스트셀러 순위로는 『우리말 어감사전』(안상순 저 / 유유 펴냄)이 1위를 기록했다. ‘상상과 공상’·‘오해와 곡해’·‘체념과 단념’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들이 지닌 어감의 섬세한 차이를 안내하며 감도 높은 언어 사용을 돕는 책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뜻과 쓰임에 공통점이 있는 낱말들을 찾아 모으고 속뜻을 궁리해서 어감의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도서 『어른의 어휘력』(유선경 저 / 앤의서재 펴냄)은 1993년부터 라디오 방송에서 글을 썼고, 일주일에 5권 이상 책을 읽는 다독가인 저자가 어휘력의 쓸모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에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어른에게 필요한 어휘력은 단순히 낱말을 양적으로 많이 아는 것, 말발이 센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낱말에 대해 잘 알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어휘력을 키우는 일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이자 내 감정을 품위 있게 제어할 수 있는 능력, 공감과 소통능력을 높이는 일이자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EBS, 각 출판사 참고 및 자료발췌 EBS ‘당신의 문해력+’, 『학교 속 문해력 수업』(박제원 저 / EBS한국교육방송공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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