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기도로, 환대로, 사역으로 나아간다"

우성규 2022. 9.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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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 신학부 교수직을 버리고 페루의 빈민가로 향했다.

하버드대 신학부 교수직 역시 3년 만에 그만두고 캐나다 장애인 공동체로 들어가 섬김의 삶을 살았다.

코로나19로 더욱 파편화되고 원자화된 개인이 어떻게 하면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고독 속에서 자아를 깨닫고 이 고독은 기도로 이어지며, 이어 타인을 향한 환대로 공동체를 이루고 그다음에야 사역으로 나아간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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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의 공동체/윤종석 옮김/두란노
아담/헨리 나우웬 지음/김명희 옮김/IVP
영적 발돋움/헨리 나우웬 지음/이상미 옮김/두란노
내려놓음과 영적 발돋움. 20세기를 대표하는 영성가 헨리 나우웬의 삶을 압축하는 키워드다. 나우웬이 생전에 자신의 책상에서 저술에 몰두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미국 예일대 신학부 교수직을 버리고 페루의 빈민가로 향했다. 하버드대 신학부 교수직 역시 3년 만에 그만두고 캐나다 장애인 공동체로 들어가 섬김의 삶을 살았다. 지식과 명예를 모두 내려놓고 오직 영성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을 지극히 섬세하고도 쉬운 용어로 눈 앞에 펼쳐지듯 보여준다. 내려놓음과 영적 발돋움, 20세기를 대표하는 영성가 헨리 나우웬(1932~1996)의 책들이 사후 사반세기가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다. 예수회 사제 출신이면서도 개신교 복음주의권과 폭넓은 교류를 펼쳤던, 실천하는 신학자 나우웬을 다시 만나도록 돕는 책들을 살펴본다.


‘헨리 나우웬의 공동체’(두란노)는 올해 주목할 만한 외서이다. 헨리 나우웬 유작 센터(Henri Nouwen Legacy Trust)가 나우웬의 교회 설교, 청소년 봉사단 강연, 신학대학원 강의 등의 녹취록을 입수해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원고들을 중심에 두고 월간지 기고 등을 모아 ‘공동체’란 주제로 엮어냈다. 코로나19로 더욱 파편화되고 원자화된 개인이 어떻게 하면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나우웬은 누가복음 6장 12~19절 예수님의 평지설교 직전 이야기로 시작한다. 먼저 예수님이 고독 속에서 하나님과 더불어 밤이 새도록 기도하고 아침이 되자 사도들을 불러 공동체를 이루시고 오후에는 사도들과 함께 나가 말씀을 전하고 아픈 이들을 치유한 이야기. 여기서 나우웬은 “순서를 잘 보라”며 “고독이 먼저고, 공동체가 그다음, 사역은 나중”이라고 말한다. 고독 속에서 자아를 깨닫고 이 고독은 기도로 이어지며, 이어 타인을 향한 환대로 공동체를 이루고 그다음에야 사역으로 나아간다고 전한다.

공동체는 나우웬에게 서로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고 인애와 겸손, 경청과 발언, 지적과 성찰, 무엇보다 순종이 필요한 삶의 방식이었다. 교회 외에도 가족과 친구, 독서와 기도 모임도 공동체다. 그는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는 자기 고백과 용서의 과정을 통해 서로 가까워질 때 비로소 하나님의 처음 사랑을 접하게 된다”고 말한다.

‘아담-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IVP)는 24년 만에 개정판으로 선보인 책이다. 나우웬이 신학 교수직을 버리고 향했던 지적 장애인 공동체,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에서 함께 지낸 친구 아담에 관한 이야기다. 혼자서는 서지도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아담을 대신해 그를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보살피며 나우웬은 신앙을 다시 발견한다. 대부분 사람이 아담을 불구자로 보지만, 그를 그저 존재 자체로 사랑하는 아담의 부모를 보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이와 같다고 느낀다. 아담과의 가슴 저릿한 우정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린 이 책은 나우웬이 1996년 9월 심장마비로 별세함에 따라 사후에 주변의 보충 취재가 더해져 출간된 유작이다. 가장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속삭인다.


‘영적 발돋움’은 두란노 리커버 시리즈의 최종 편이다. 앞서 ‘상처입은 치유자’도 시리즈 첫째 편으로 올해 새롭게 출간됐다. 외로움에서 고독으로 이어지는 자아를 향한 발돋움, 적대감에서 따뜻한 환대로 움직이는 타인을 향한 발돋움, 기도를 통해 깊어가는 하나님을 향한 발돋움을 소개하고 있다.

IVP는 2023년 나우웬의 ‘돌봄인을 위한 희망’(가제)의 번역 출간을 또다시 준비 중이다. 정재경 IVP 간사는 “지적 설교의 존 스토트, 목회의 유진 피터슨이라면, 헨리 나우웬은 시대의 영성가로 부를 만하다”며 “이전 책들도 단종하지 말고 계속 발행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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