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 함정' 무릅쓴 아시아 동맹국과 미국의 선택 [글로벌 포커스]
무역 정책, 방산 기술 이전 등
동맹 진화해야 지속력도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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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맹국 의존도 훨씬 커져
무역 정책, 방산 기술 이전 등
동맹 진화해야 지속력도 생겨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 국민이 아시아 동맹국들과 다시 사랑에 빠졌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은 동맹국에 반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미국의 미래 아시아 전략의 핵심으로 보지도 않았다. 2012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정부 정책이 중국과 전통 아시아 동맹국 중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하느냐'는 질문에 중국을 선택한 응답이 이전보다 20%p가 올라 동맹국을 꼽은 비율과 맞먹었다. 이듬해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과 다른 동맹국들의 우려를 무시하며 시진핑 중국 주석이 주창한 '신형 대국관계'를 받아들이고 아시아 역내 미∙중 사이 전략적 문제를 협의해 나갈 것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부정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원한다고 밝혀 보좌진을 아연실색게 했다.
이제 동맹이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 2월 나온 백악관의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엔 '동맹'이 적어도 36차례 언급됐다. CCGA 설문조사에선 미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중국보다 동맹과의 협력을 더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은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강화에 기여한다고 확신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동맹에 더 우호적이었다. 아시아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과 일본·호주에서 각각 90% 안팎의 국민이 미국과의 동맹을 지지했다.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의 딜레마를 다뤘다. 약소국이 강국 아테네·스파르타 중 하나와 너무 가까워지면 둘 사이 힘 싸움에 휘말리게 되지만 거리를 너무 두면 힘 있는 동맹으로부터 버림받을 위험이 따른다는 얘기다. 안보 환경이 위험할수록 더하다. 중국의 패권 장악 야망이 세지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계속되면서 역내 동맹국들의 안보 환경은 더 첨예해졌다.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동맹국들은 위험을 감수한다. 일본은 헌법 해석을 달리해 미국과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했고, 호주는 미국·영국과 오커스(AUKUS) 협정을 맺고 핵잠수함 건조는 물론 미군이 호주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과 연합 작전통제 시스템을 갖춘 한국은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안보 및 안정에 기여하는 동맹의 모습을 구상 중이다. 현재 미국이 동맹에 의존하고 있다는 미국 내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동맹국에 분쟁이 생기면 미국이 덫에 빠지는 위험을 감내할 의지가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미국은 동맹국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그들과의 관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먼저 이들이 대 중국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주시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면서도 장기적인 미·중의 모습은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호주 등 동맹국은 대중 강경자세는 명확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다 건설적인 관계로 회복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무역 정책의 경우 미국의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는 역내 경제 리더십에 큰 공백을 초래했고, 중국이 이를 메우겠다고 자처한 상황이다. 갓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공백을 일부 메우겠지만 아직 무역 협정으로서의 구속력은 없다. 동맹국들의 목소리를 귀담아야 할 이유다.
다음은 동맹들과의 지휘∙통제 관계 현대화다. 한미연합사와 유엔사가 있는 한미동맹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미국이 호주와 맺은 태평양안전보장 조약(ANZUS)은 전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조약이다. 유사시 누가 지휘권을 잡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일본군과의 관계에선 주한미군과 비견되는 수준의 작전 지휘 권한을 미군은 갖고 있지 않다.
끝으로 동맹국과의 기술 이전이다. 미국의 동맹국 안보지원계획인 대외군사판매(FMS)제도와 기술 수출 통제는 냉전 사고에 뿌리를 둔데다 동맹국들이 고도의 시스템을 공동 개발할 역량이 없을 때 만들어졌다. 오늘날 나토·한국·일본·호주 같은 주요 동맹국들과 미국의 방위산업은 원활한 통합이 가능하다.
미국 당국자와 의회는 이런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보다 평등한 동맹으로의 전환이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의 도전이 더 급박한 상황이 되고 미국민이 아시아 동맹국들을 강력히 지지할 때 미 정부도 움직일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 CSIS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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