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스토킹 범죄
1998년 1월 경기도 광명시의 한 주택가에서 결혼한 지 8개월 된 30대 여성이 손도끼로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범인은 결혼 전 결별한 전 남자친구. 그는 이별 직후 과도로 한 차례 그녀를 찔렀다가 상해죄로 구속됐다. 그러나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기어이 범행했다.
스토킹 범죄의 원조로 불리는 ‘광명 살인사건’이다. 과도한 집착→선행(先行) 범죄→살인으로 이어진 정황이 지난 14일 벌어진 신당역 살인사건과 똑같다. 그동안 숱한 스토킹 범죄가 공론화됐다. 그래도 24년째 비극이 반복된다. 여전한 ‘법 사각지대’와 남녀 대결 구도에 갇힌 ‘인식 사각지대’가 스토킹 근절을 막는 양대 요소로 지목된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이 불과 1년 6개월 전 제정됐다. 그 전까지는 2013년 개정한 경범죄처벌법으로 1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 게 전부였다. 경찰청이 이동주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1일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올 6월까지 9달간 5434건을 처벌했다. 시행 첫 달(7건)을 빼면 하루 평균 20건이 넘는다.
이렇게 일상적 범죄인데도 ‘무엇이 스토킹이고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수사 현장에서조차 스토킹을 일상적 구애나 관심의 연장선상으로 보려는 관성이 혐의 불성립 논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시형 박사는 1998년 2월 본지 인터뷰에서 “20대 여성의 10% 정도가 스토킹에 시달린 적이 있을 것”이라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80%가 남성”이라고 진단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집계된 피해자(7715명)의 80.7%가 여전히 여성(6228명)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적잖은 남성(1289명) 역시 스토킹 피해를 봤다. 성별 신고율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토킹은 결코 여성혐오 범죄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앞다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야당 의원들의 국정감사 자료 공개가 이어지고 22일 당·정이 모여 긴급 협의회를 열었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성별과 정파를 벗어나 스토킹 범죄를 멈출 실질적 방법을 한마음으로 강구할 때다.
심새롬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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