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尹·기시다 만났지만..한·일, 갈 길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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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아 '약식 회담'
회담이 시작된 직후에야 현지 취재진에게 개최 사실이 공지됐고 결국 한국 측 취재진이 없는 상황에서 전속 사진사만 두고 회담이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양국이 현안을 해결해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악수하며 환히 웃고 있었고, 기시다 총리는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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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간담' 표현 논란
일본이 한국과 달리 이날 회담을 '간담'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일본도 공감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대 수준을 낮춰 나가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가겠다는 입장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풀어사이드, 약식회담을 했다고 하면 되지 비공식적이라는 뉘앙스가 강한 '간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외교가에서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라며 "기시다 내각이 최근 하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고려해 국내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내 외교 소식통도 "현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국장과 통일교 등의 문제로 코너에 몰린 기시다 내각이 보수층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극도로 경계하는 것 같다"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없다고 했던 일본 정부가 자칫 한국에 양보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간담'이라는 표현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매체들도 '간담' 용어 사용 관련 "자민당 내 주장이 반영된 것"(지지통신), "보수파 지지를 잃을 우려 때문"(아사히) 등 분석을 내놓았다.
바이든 때문에 헝클어졌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한ㆍ일 회담의 약식 개최 이유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뉴욕 체류 기간이 축소된 것과 연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 변경되면서 모든 양자 일정들이 헝클어졌다"며 "그래서 연쇄 효과가 났고 한ㆍ일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진 가운데 급작스럽게 일정이 잡히다 보니 약식 형식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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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해결 의지 보이지만…
이번 회담 관련 일본 측과 최고위급 접촉면이 넓어졌다는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 논의의 진전은 이루기 쉽지 않았을 거란 평가다. 앞서 정부는 4차례의 민관협의회→ 박진 외교부 장관의 피해자 면담(지난 2일)→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지난 19일) 등을 통해 일본 측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벌어지기 전에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병존적 채무인수' (제3자가 일본 기업의 채무 인수) 등으로 '발등의 불'인 현금화를 막고 한ㆍ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민간 재원으로 피해자에게 최종 대위 변제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일본 측은 아직까지 한국 정부가 검토 및 제안한 해법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문재인 정부 당시 2021년 7월 도쿄올림픽 때처럼 정상회담 개최 여부 자체가 양국 간 기싸움이나 '언론플레이'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 윤석열 정부 들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 측이 피해자 공감 확보 및 실현 가능성이 높은 해법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할 뿐 아니라 일본 또한 기존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이 답안지를 가져오라는 소위 '숙제론'을 계속 고수하며 기선 제압만 시도할 경우 한ㆍ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국내정치적 설득 명분도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회담 전후로 논란이 있지만 큰 흐름 상으론 일본이 한국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만약 이번 회담을 아예 무산시켜 윤석열 정부의 대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건 일본 입장에서도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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