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나도 롯데타워 건물주

정다운 2022. 9.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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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조각투자 해볼까

뉴스를 통해 모 자산가가 수십억, 수백억원짜리 빌딩을 사서 두세 배씩 수익을 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도 빌딩에 투자했어야 하나 싶어진다. 하지만 빌딩에 투자하려 해도 일단 큰돈이 없어 시작부터 쉽지 않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최근에는 남 얘기 같던 빌딩 투자에도 단돈 5000원, 1만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일명 ‘조각투자’가 부동산 소액 투자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하나의 건물을 증권 여러 개로 쪼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500억원짜리 서울의 A꼬마빌딩을 개인이 매입하기는 힘들지만 투자 펀드에 참여해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이나 매각 시 시세 차익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디지털 자산 유동화증권’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데 1주당 가격은 5000원이다. 앞의 A꼬마빌딩의 경우 1000만 단위로 쪼개 구매하는 셈이다.

투자 방법은 주식과 비슷하다. 스마트폰으로 조각투자 플랫폼 앱을 다운로드해 투자 계좌를 개설한 뒤 공모에 참여하거나 상장된 부동산 수익증권을 사고팔면 된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부동산 조각투자자들이 부동산의 직접적인 소유주가 되는 건 아니다.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투자자들은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 증권을 소유하는 개념이다. 부동산 주인이 신탁사에 부동산 처분 신탁을 하면 신탁사는 이를 바탕으로 수익증권을 발행한다. 발행된 증권의 공모는 플랫폼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고 공모금이 부동산 매각 대금으로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장점이 있다면 투자자가 직접 소유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보유세, 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다만 매매 차익과 배당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15.4%의 세율이 부과된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는 지난 7월 말 부티크호텔 ‘르릿’ 투자자들에게 첫 배당금을 지급했다. 연 환산 배당률은 5% 수준이었다.

▶카사·소유·펀블 등 플랫폼 속속

▷국내서 20만명이 600억원 조각투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을 벌여온 ‘카사’에서는 수익률 10% 이상 기록한 사례가 두 차례나 나왔다. 지난해 9월 카사를 통해 상장된 ‘역삼 한국기술센터’는 공모가가 84억5000만원이었다. 이후 매수자가 나타나자 지난 2월 투자자들은 전자투표(수익자총회)를 통해 매각 여부를 결정했다. 기업으로 따지면 주주총회인 셈. 총 169만주 중 96.3%가 투표에 참여했고 98%가 찬성했다. 매각 금액은 93억원으로 공모가 대비 매각 차익은 10.16%, 공모 참여자들의 배당을 포함한 누적 수익률은 12.24%(수수료 등 비용 차감 후, 세전)를 기록했다.

앞서 2020년 12월 101억8000만원에 공모를 진행한 ‘역삼 런던빌’ 역시 지난 5월 수익자총회를 열고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가는 117억원. 공모 시점부터 투자한 사람이라면 누적 수익률이 14.76%(세전)다. 통상 배당 수익은 연 환산 3~5% 수준이다.

앞의 2개 부동산을 포함해 현재까지 카사가 상장을 마친 부동산은 총 6개다. 서울 강남 오피스 빌딩부터 국제학교 캠퍼스, 부티크호텔, 물류센터까지 다양하다. 최근 공모한 천안 TE 물류센터의 경우 공모가액 120억원, 240만주(댑스) 모집이 한 시간도 안 돼 완판됐다.

이외에도 조각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여럿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은 ‘카사’ ‘소유’ ‘펀블’이다. 세종텔레콤 컨소시엄이 선보인 ‘비브릭’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시범사업으로 지정받았다. 이들 플랫폼이 선보이는 건물은 규모부터, 외관, 성격, 위치까지 각양각색이다. 투자 대상도 단순 빌딩뿐 아니라 대형 물류센터, 레지던스, 식음료 매장이나 업무용 오피스로 넓어지는 추세다.

소유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를 주요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입점한 상가 건물에 투자하는 식이다.

소유가 제1호로 상장한 부동산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수제버거집 ‘다운타우너’가 입점한 상가 건물. 다운타우너는 소유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가게 건물을 매각한 뒤 이를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택했다. 다운타우너를 운영하는 외식 업체 GFFG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도넛 브랜드 ‘노티드’ 운영 업체다.

건물주가 돼보는 것 외에 소소한 재미도 있다. 소유는 임차인인 다운타우너와 손잡고 매장을 방문하는 공모 투자자에게 매달 한 번씩 탄산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20주(공모가 기준 10만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는 다운타우너 모든 매장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의 안명숙 부동산 총괄이사는 “단순 투자 상품을 넘어 부동산의 사용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며 “보유하고도 이용 못하는 공간보다는, 보유하면서 이용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투자자 만족도를 높이고 ‘팬덤’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펀블은 지난 6월 국내 랜드마크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타워동 45층에 위치한 시그니엘 레지던스 1개 호실을 조각투자 상품으로 선보여 화제가 됐다. 통건물이 아니라 호수로 구분된 상품을 공모한 것이 특징. 일부기는 하지만 랜드마크 건물에 투자할 수 있고 부동산 개발 업체 ‘씨에스엔피엘’이 3년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을 겨냥했다.

우리자산신탁이 진행한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 청약은 공모 첫날이었던 지난 8월 16일 조기 마감됐다. 5000원 단위로 쪼개진 디지털자산증서(DAS) 129만6000개, 금액으로 치면 64억8000만원 규모의 물량이 조기 완판됐다. 이번에 발행되는 DAS는 9월 5일부터 펀블에 상장돼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게 됐다. 펀블은 앞으로도 강남 위주 건물을 선보이면서 선박, 항공기 등으로 상품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부동산 조각투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목돈이 필요했던 부동산 상품 투자의 진입장벽이 확 낮아진 덕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각투자 플랫폼 회원 수는 최소 20만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이들 플랫폼을 통해 그동안 상장된 부동산들의 누적 공모가액은 600억원 이상이다. 과거 ‘젊은 층의 이색 투자’ 정도에 그쳤던 시선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카사의 경우 2020년 9월 66%였던 2030 투자자 비중이 최근 53%로 줄어든 반면, 4050 투자자 비중은 32%에서 44%로 늘었다.

물론 부동산 조각투자가 안정성과 수익을 모두 보장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증권 가격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매도가 늦어질 경우 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최근 큰 폭으로 인상된 금리 인상도 변수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비용 등이 늘어날 경우 부동산 매수세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주택에 비해 개별성이 강한 만큼 임차인 구성, 입지, 주변 임대료 시세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6호 (2022.09.21~2022.09.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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