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객석에서]가자, 음악제의 도시 대구와 부산으로

2022. 9. 22. 16: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니벨룽의 반지 중 '지그프리트'. 사진 = maximilian borchardt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난 지역의 클래식 음악계에도 청량한 가을바람이 분다. 대구와 부산의 축제가 특히 눈에 띈다. 보기 드문 오페라의 향연을 준비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정상급 연주자들의 실내악 앙상블을 맛볼 수 있는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를 소개한다. 올가을 클래식 음악 들으러 대구행과 부산행 계획해도 좋을 것 같다.

58일간의 오페라 성찬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9월 23일에서 11월19일까지 총 58일간 펼쳐질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주제는 ‘연대와 다양성’이다. 화려한 개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합작한 오페라 ‘투란도트’(9.23-24)다. 2014년 이후 축제 무대에서 8년 만에 만난다.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장 플라멘 카르탈로프가 연출을 맡고,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포디움에 선다.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참여해 대구의 음악적 역량을 보여준다. 국내 최고 ‘투란도트’로 손꼽히는 소프라노 이윤정과 김라희가,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 역에는 테너 윤병길과 이정환이 노래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합작, 오는 11월 25일과 26일에는 광주에서 관객들을 만나 영호남의 화합도 도모한다.

니벨룽의 반지 중 '라인의 황금'. 사진 = christiankleiner

두 번째 작품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10.7~8)다. 아름다운 음악과 높은 예술성으로 뉴욕타임스로부터 ‘가장 위대한 오페라’로 선정된 작품이다. 바람둥이 돈 후안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손에 손 맞잡고’, ‘카탈로그의 노래’ 등 명 아리아가 즐비하다.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페라라시립오페라극장과 합작한 프로덕션으로, 현지에서 제작한 최신 프로덕션과 무대 의상, 주요 출연진들을 초청해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상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 대구오페라콰이어와 함께 공연한다.

개막 훨씬 전부터 이번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다. 지금껏 ‘라인의 황금’, ‘발퀴레’ 등 반지 시리즈 작품 중 한 편만을 공연하거나 콘서트로 선보이는 경우는 있었으나, 작품 네 편을 한 번에 선보이는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다.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사진제공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특히 독일 만하임극장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주역까지 총 230여명을 초청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Opernwelt)’가 선정한 ‘올해의 연출가’인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의 연출작이자 독일 만하임국립극장에서 올해 7월에 공연된 최신 프로덕션이다. ‘라인의 황금’(10.16), ‘발퀴레’(10.17), ‘지그프리트’(10.19), ‘신들의 황혼’(10.23)까지 총 네 편의 오페라가 현지에서 제작된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 해외 공연도 나가는 국내 바그네리안들이 대구로 모일 기세다.

이어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베르디의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10.28~29)가 무대에 오른다. 아르노 베르나르의 2014년 연출작으로, 소프라노 김성은과 김순영, 테너 김동원과 이범주, 바리톤 양준모와 이승왕 등이 출연한다.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장면. 사진제공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11월 4일과 5일에는 30년 이상의 관록을 자랑하는 영남오페라단이 아름다운 선율, 재치있는 유머가 가득한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가 공연된다. 샤를 페로 동화 ‘신데렐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천재 작곡가 로시니가 단 3주 만에 완성한 희극 오페라다. 이번 ‘신데렐라’는 원작의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며, 우리말 각색이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윤이상 오페라 ‘심청’(11.18~19)이 축제를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했다. 대본은 독일 극작가 하랄드 쿤츠가 판소리 ‘심청가’에 영감을 받아 작성했다. 1999년 공연 당시 지휘를 맡았던 최승한과 연출가 정갑균이 21세기 초연을 준비한다. 소프라노 윤정난과 김정아가 주역인 ‘심청’을, 바리톤 제상철과 김병길이 ‘심봉사’ 역을 맡는다. 이밖에도 다양한 콘서트와 행사들이 마련된다.

한수진 수석예술부감독. 사진제공 =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

대전환과 포용-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

11월 16일부터 25일까지 부산 각지에서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BICmf : Busan International Classic Music Festival) 프리콘서트가 개최된다. 부제는 ‘대전환 그리고 포용’이다.

유럽 콘서트홀 무대에 서온 오충근 예술감독을 필두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한국인 최초 비에니아프스키 국제콩쿠르 최연소 2위 입상)이 수석예술부감독을 맡는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제2악장), 비올리스트 김규현(노부스콰르텟 비올리스트), 클라리네티스트 백동훈(유라시아오션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 등이 예술부감독으로 참여하고 이경선(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 송영훈(첼로), 손정범(피아노), 송지원(바이올린) 외에도 임윤찬의 스승 손민수(피아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이 부산에 모인다.

이번 축제는 16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시작된다. 클래식 현악계를 이끌어온 스승들이 펼치는 오프닝 무대로 BICmf챔버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이다. 백재진(바이올린?동의대교수), 이경선(바이올린?서울대교수)과 김상진(비올라?연세대교수), 이명진(첼로?동아대교수)의 협연으로 엘가 ‘현을 위한 서주와 알레그로’를 연주하며 문을 열고 황세희가 헨델 하프 협주곡을 협연한다. 2부에는 이경선과 김상진이 아테르베리의 바이올린, 비올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3번을 협연하고 브리튼 ‘단순교향곡’으로 첫날의 대미를 장식한다.

17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는 피아니스트 손민수(한예종 교수)의 리스트 12개 초절기교 연습곡 리사이틀이 열리고 19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는 가을을 만끽하는 실내악 공연이 펼쳐진다. 손정범(피아노?한국인 최초 뮌헨ARD 국제콩쿠르 우승), 송지원(바이올린?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 이정현(첼로?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이 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1번을 연주하고 2부에는 신경식(비올라?요하네스 브람스 국제콩쿠르 우승)이 가세해 브람스 피아노 4중주를 해석한다.

22일에는 부감독들이 함께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무대에 선다. BICmf 솔로이스츠가 슈베르트의 대곡 8중주 D.803을 연주한다. 백동훈의 클라리넷, 장현성의 바순, 김형주의 호른 등 관악기에 한수진과 이우일의 바이올린, 김규현의 비올라, 이원해의 첼로와 조용우의 더블베이스가 가세한다. 클라리넷이 바이올린, 호른과 함께 노래하듯 사랑스런 멜로디를 연주하는 2악장을 들으면 더욱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25일 부산의 특별한 명소인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내년을 기약하는 스페셜 콘서트가 열린다. 송영훈과 심준호, 김대연, 이경준으로 구성된 4첼로 송영훈과 친구들이 인간의 목소리를 닮은 4대의 첼로로 특별한 앙상블을 펼친다.

이번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 프리콘서트는 더 큰 꿈을 향한 시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 어느 페스티벌보다 더 멋진 바다가 함께하는 내년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의 탄생을 예고한다. 오충근 예술감독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며 부산에 들어서는 부산국제아트센터, 부산오페라하우스에서 하이엔드의 품격과 함께할 부산 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보는, ‘예술도시 부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