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박질 야당 됐다"..민주당 내 김건희 특검법 속도조절론

김효성 2022. 9. 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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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내 한 연회장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윤석열 대통령 뒤를 이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에 맞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 발의했지만 내부적으론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검법을 밀어붙였다가 정기국회 파행이 빚어지면 ‘이재명표’ 민생 법안마저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민생 우선주의’가 가려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민생을 살피지 못하는 정부·여당과 차별화가 돼야하는데, 김건희 특검법 추진으로 국민들이 ‘야당은 싸움박질만 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옳지만, 영부인을 겨냥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일 수 있다”며 “현재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여론 주목도가 높지만 한두 달만 지나면 대다수 국민들이 피곤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경록 기자


현재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대통령실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의혹을 밝힐 국정조사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일부 중진 의원들은 “국정조사를 먼저하고 특검법은 나중에 하자”는 ‘선(先)국조·후(後)특검’ 의견을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야당 일각에선 절충안으로 현재 공석인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이 거론된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은 여당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할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정도로 여당과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며 “대신 여당이 추진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진 임명에 민주당이 협조하는 형식으로 타협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설립됐지만, 이사진 12명 자리는 6년째 공석이다. 이사진을 뽑으려면 여야가 5명씩 총 10명을, 통일부가 2명을 추천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협조를 거부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당내에선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다가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거나 불발되면 이 대표가 난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소위 ‘7대 민생법안’을 추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65세 이상 전원에게 기초연금 40만원(기존 30만원)을 주는 기초연금 확대법, 정부가 초과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등이다. 이밖에도 ▶출산보육수당·아동수당 확대법 ▶노란봉투법 ▶가계부채대책 3법▶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 ▶장애인 국가책임제법도 이 대표의 추진과제다.

이에 대해 여당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포퓰리즘 만능주의’라는 미몽에서 깨어나라”(박정하 수석대변인)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7대 민생법안 처리는 과반의석으로 강행 처리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2020년 임대차3법 통과 때처럼 ‘입법독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강행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 대표의 한 측근은 “김건희 특검법보다는 민생법안 처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라며 “성과를 내는 것이 자신을 향한 (사법리스크 등의) 논란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2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최대 다수당으로서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며 “초(超)부자감세, 특권 예산에 대해서 우리가 야당이자 다수당으로서 국민의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법이 후순위로 밀릴 경우 당내 강경파가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소위 ‘개딸(이재명 지지자)’들은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김건희 특검법을 강력하게 추진하라”, “추진 시 역풍이 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프락치”라며 공세를 폈다.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강한 야당과 성과를 내는 야당 중에서 선택지를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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