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궁지에 몰린 푸틴 가장 위험해..서방과 '벼랑 끝 게임'"

조유진 2022. 9. 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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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궁지에 몰린 푸틴'은 '가장 위험한 푸틴'이다. 어릴 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빈민가 아파트 계단에서 코너에 몰린 쥐가 작대기를 든 어린 푸틴에게 덤벼든 일화는 아직도 그의 인생에 큰 교훈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개월이 넘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동한 것을 두고 '반격을 위한 전환점 마련에 나선 것'이라며 이 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황이 불리해졌다고 깨달은 푸틴 대통령이 위기 모면을 위해 자국민 징집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대의 반격으로 전쟁이 새국면에 들어섰다. 하르키우주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은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점령지인 루한스크주의 빌로호리우카 마을 등 북부 대부분을 탈환했고, 러시아는 돈바스 점령에서 치명타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 강행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러시아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동원령을 전격 발동했고, 서방이 러시아에 ‘핵 협박’(nuclear blackmail)을 가한다고 주장하며 유사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전쟁은) 한 사람이 선택한 매우 노골적인 전쟁"이라고 직격하면서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국가로서 존재할 권리와 우크라이나 국민으로서 존재할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라며 "(그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믿든, 피를 식혀야 할 것"이라고 맞받으며 맹공을 가했다.

NYT는 아마도 60년 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로 미국과 러시아 지도자들이 핵전쟁의 위험에 이렇게 노골적이고 날카롭게 대립한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전쟁으로 곪아터진 미국과 러시아 지도자들의 벼랑 끝 게임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현재 전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그 우위는 결코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은 동제할 수 없는 고조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자고 했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발언을 인용했다.

일각에서는 다만 동원령이라는 초강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석도 나온다. 예비역을 훈련하고 조직하는 과정이 오래 걸릴뿐더러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한테까지 손을 뻗을만큼 군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전장에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효과가 있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 CNN방송은 군 동원령은 푸틴 대통령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정치적 입지를 바로잡으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봤다. 푸틴 대통령이 발표에서 서방 위협을 부각하고 '확전'이 아닌 '보호'라는 목표로 포장한 것은 군 동원령의 정당성을 피력할뿐만 아니라 러시아 애국주의 여론을 고취하려는 심리라고 풀이했다.

이는 러시아가 점령지 전역에서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급하게 추진하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매슈 슈미트 미 뉴헤이븐대 국가안보·정치학 부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 본토로 나쁜 소식이 흘러들어간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중의 사기는 곧 군대의 사기"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머릿속'이라는 책을 쓴 프랑스 작가 미셸 엘트샤니노프는 "과거 러시아는 나폴레옹과 히틀러에 저항하는 방어전에서 승리했다"며 "심리적 관점에서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한 가장 중요한 일은 (우크라이나전) 역시 방어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엘트샤니노프는 "한때는 침공 전쟁이었지만 이젠 서방의 분열 시도에 맞서 방어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있다. 슈미트 부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면 나토가 개입하게 되고 러시아군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현실화할 위험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실비 베르만 전 주러시아 프랑스 대사는 "핵위협은 엄포라고 생각되지만 일부는 이를 매우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겁먹게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과 관련한 분열을 부각할 수단은 된다"고 분석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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