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첫 여성총리 유력..'시민소득 정책' 3년만에 폐지되나

박병희 2022. 9. 2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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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1위' 이탈리아형제들 대표, 시민소득 폐지 공약..난민 유입·무슬림 이민 반대
시민소득 2019년 도입 '일자리 없는 150만가구 수령'..부채비율 133→152% 증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탈리아가 2019년 도입한 기본소득 정책인 ‘시민 소득(citizens’ income)’이 3년 만에 폐지될 운명에 처했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치러질 총선에서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사진)가 이탈리아 최초 여성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멜로니 대표는 성 소수자(LGBT) 권리 반대, 아프리카 난민 유입 원천 봉쇄, 무슬림 이민 반대를 주장한다. 그는 또 현 집권 정당인 오성운동이 도입했던 시민 소득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 7일 마지막으로 공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FdI는 25.1%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엔리코 레타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PD·20.5%)과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이끄는 오성운동(14.5%)이 뒤를 이었다.

◆부채비율 급증…오성운동 지지율 반토막= 오성운동의 콘테 대표는 "시민 소득 정책을 폐지하면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이를 쟁점화시키고 있다.

시민 소득 정책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국가 부채를 크게 늘려 이탈리아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기업 구인난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받는다.

시민 소득은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한 소득 지급을 목표로 한다. 올해 현재까지 약 150만 가구가 시민 소득을 수령했으며 월평균 지급액은 582유로(약 81만1874원) 수준이다. 이탈리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수령 대상자의 3분의 2는 빈곤한 남부 지역에 집중됐다. 북부에 비해 빈곤한 남부 지역 유권자들은 2018년 3월 총선에서 오성운동의 기본소득 도입 공약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시민 소득 정책 도입 1년 만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시민 소득 정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의 부채 비율이 크게 늘면서 위기감도 그만큼 커졌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탯에 따르면 지난 총선 직후인 2018년 1분기 말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33.4%였으나 올해 1분기 말 기준 152.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그리스 부채 비율은 180.4%에서 189.3%, 포르투갈은 126.4%에서 127%로 느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의 부채 비율이 150%를 넘어가면서 디폴트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에서는 시민 소득 정책 때문에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이탈리아 건설업계 임금 상승률이 지난해 21%를 기록했다며 일하려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첫 여성 총리 탄생 임박=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로 유력시되는 멜로니는 극우당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와 함께 우파 연정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입소스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동맹과 전진이탈리아의 지지율은 각각 12.5%, 8%로 4, 5위를 차지했다. 우파 연합은 공공지출 확대와 대폭적인 감세를 공약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멜로니 대표와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우파 연정이 출범하더라도 내부 갈등이 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를루스코니 대표와 살비니 대표가 친러시아적인 인물인 반면 멜로니 대표는 적극적인 대러 제재를 주장한다.

특히 살비니 대표는 201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로 꼽힌다. 다만 그는 지난 1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며 푸틴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멜로니가 속한 FdI는 베니토 무솔리니가 사망한 이듬해 설립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뿌리를 두고 있어 파시즘을 계승한 극우 정당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멜로니가 집권하더라도 우려와 달리 기존 체제를 뒤엎는 극단적인 노선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멜로니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나는 조르자(I Am Giorgia)’에서 자신은 파시스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8년 총선 뒤 오성운동과 동맹이 연정을 꾸렸을 때 큰 불안감을 느꼈던 유럽연합(EU) 집행부도 멜로니 연정에 대해서는 덜 불안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멜로니 대표는 과감한 재정지출을 하더라도 EU의 재정준칙을 지킬 것이라며 이탈리아 재정이 파탄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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