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Fed 3연속 자이언트스텝..파월 "물가 잡기 전 금리인하 없다"

뉴욕=조슬기나 2022. 9. 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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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14년 만에 ‘금리 3%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강도 긴축을 이끈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견딜 것(will 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이라고 폴 볼커 전 Fed 의장의 자서전 제목인 ‘인내(Keeping At It)’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써 눈길을 끌었다. 이는 앞서 잭슨홀 포럼에서도 사용됐던 표현이다. 과거 경기침체 우려에 추가 금리 인상을 주저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1970년대 아서 번즈가 아닌, 볼커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재차 명확히 한 셈이다.

◇美 금리 3%시대 열렸다...한국과 금리 재역전

Fed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2.25~2.50%에서 3.0~3.25%로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인 3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의 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약적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추가 긴축 방침을 확인했다. 올해 3월부터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Fed는 최근 3차례의 자이언트스텝을 포함해 금리를 총 3.0%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날 Fed의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재차 한국을 웃돌게 됐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 조치로 같아졌다가, 한 달 만에 다시 격차가 0.75%포인트 벌어진 것이다. 우리 경제에도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원화 약세 등이 우려된다. 또한 원화 약세는 수입 물품 환산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 밟나

이날 Fed의 자이언트스텝은 일찌감치 예고돼 왔다. 시장을 놀라게 한 것은 금리 인상폭이 아닌,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점도표(dot plot)’였다. 연말 금리 중앙값으로 4.4%가 제시되면서 남은 2차례 회의에서 1~1.25%포인트 추가 인상이 가능함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FOMC 참석자 19명 중 9명은 올해 말 금리로 4.25~4.50%를, 8명은 4.00~4.25%를 제시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를 고려할 때 이는 또 한번의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를 연내 1.25%포인트 더 올리기 위해선 올해 예정된 두 차례의 FOMC에서 각각 0.75%포인트와 0.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 만약 11월 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이 결정될 경우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 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 점도표는 11월 0.75%포인트, 12월 0.5%포인트 인상이 거의 확실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시티은행 역시 "점도표가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라며 "11월 0.75%포인트, 12월 0.5%포인트, 2월 0.25%포인트 인상해 최종금리가 4.5~4.75%에 달할 것"이라고 금리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다만 향후 공개될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정점이 확인될 경우 8명의 의견처럼 두 차례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 또는 자이언트-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조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최종금리 5%대?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며 내년 중 최종금리가 5%를 찍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FOMC 참석자 중 6명이 내년 말 금리로 4.75~5%를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동일한 전망을 내놨다.

특히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완전히 확신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향후 고강도 긴축 행보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정책기조를 제약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인플레이션에 의미 있는 하방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파월 의장이 이날 긴축 의지를 밝히기 위해 사용한 ‘keep at it’이라는 표현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한 볼커 전 의장을 소환한 발언이나 다름없다. 쏟아지는 경기침체 우려와 반발에도 22%대까지 가혹한 금리 인상을 이어갔던 볼커 전 의장처럼 고통을 감내하고 긴축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시장 일각에서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된 데 분명한 선을 그으며 아서 전 의장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은 이 과정에서 "연착륙 가능성이 작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적 여파도 인정했다. 1%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이유로는 "하나의 데이터(8월 CPI)에 과민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우려점으로 꼽혀온 주거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한동안 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경제성장률 전망 0.2%로 하향

이날 Fed는 함께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제시하며 6월(5.2%)보다 상향했다. 물가상승률은 내년 말 2.8%, 2024년 말 2.3%로 내려간 뒤 2025년 말 목표치인 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큰 폭 하향됐다. 올해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0.2%로 무려 1.5%포인트 내려갔다. 올 연말 실업률 전망은 3.8%로 6월(3.7%)보다 상향했다. 내년에는 4.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공개된 경제 전망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고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고통이 필요하다고 했던 잭슨홀 포럼과 유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강도 긴축 예고에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1.7%대 낙폭을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4.1%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10년물 금리는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며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 이상 오른 111.34를 기록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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