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이란 여성들의 히잡이 불타고 있다 #Mahsa_Amini

라효진 2022. 9. 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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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은 이슬람권 여성들의 상징입니다. 이외에도 니캅, 부르카, 차도르 등 천으로 신체를 가린 여성을 볼 때 그가 무슬림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죠. 왜 몸을 가려야 하냐고요? 이슬람 경전 코란에 알라를 믿는 여성들은 '가슴을 가리는 수건' 혹은 '가리개' 같은 걸 착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거든요. 이에 따르면 여성은 가족인 남성이나 어린이 말고는 신체를 보여주면 안됩니다. 이들에게 여성이 몸, 특히 머리카락을 드러낸다는 건 정숙하지 못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지금 이란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며 '도덕 경찰'에 붙잡힌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 때문입니다. 그는 체포된 후 의식 불명 상태로 3일을 보내다가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이란에는 '가쉬테 에르셔드'라는 도덕 경찰이 존재하는데,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단속의 대상이 되죠. 경찰은 아미니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다며 사인은 심장마비로 보인다고 했지만, 유족은 고인이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어요.

아미니의 의문사는 이란 국민들의 공분을 불렀습니다. 여성들은 아미니의 사진을 들고 거리로 나서 히잡을 불태웠습니다. 이들의 구호는 '여성, 삶, 자유'입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사진에 커다란 'X' 표시를 하거나 발로 밟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죠. 이들과 함께 일부 남성들도 반정부 시위를 통해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촉구했어요. 이란 당국은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 9명의 시민이 경찰의 발포로 사망했습니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사망자는 없었다'라고 주장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었습니다. 격화하는 시위에 결국 대통령은 재조사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이번 사건을 이용해 정권을 약화시키려는 거짓 주장을 퍼뜨리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차단해 버렸어요. 이 두 SNS는 이란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해외 메신저였습니다. 시위 관련 민심이 통제 없이 해외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로 보입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항상 나타나는 해킹 그룹 어나니머스는 이란 중앙은행 등 국가 주요 기관의 웹사이트에 사이버 공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현재, 이란은 외국인을 포함해 여성이 외출할 때는 무조건 히잡을 써야 하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알고 계셨나요? 약 40년 전만 해도 이란의 여성들은 히잡 없이 외출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여느 비이슬람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란 여성들도 히잡을 쓰지 않고 대학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일으킨 이슬람 혁명 이후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팔라비 왕정이 지향하던 세속국가는 무너지고, 말만 공화국이지 사실상 신정이 일치된 이슬람 주의 국가가 탄생했죠. 만 9세 이상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무조건 히잡을 착용해야 합니다. 교육권과 참정권도 제한당했고요. 아직도 히잡 류의 가리개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그냥 일반 남성에게도 염산 테러를 당하는 상황입니다. 이란의 상황은 예멘 같은 진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 비하면 오히려 나은 편입니다.

한 여성의 죽음이 이 같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건 10여 년 만입니다. 국제사회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두고 공정하게 진상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어요. 나다 알나시프 OHCHR 부대표는 20일(현지시각)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고문에 대한 이번 의혹은 신속하고 공정하며, 효과적으로 조사돼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여성 인권 관련 시위가 있었습니다. 탈레반 치하의 여성들은 남성 없이 외출을 할 수 없고, 히잡보다 더 몸을 가리는 부르카나 니캅을 입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전통 의상을 부르카와 니캅으로 여깁니다. 이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부르카와 니캅을 벗고 색색깔의 전통 의상을 입는 SNS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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