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문빈의 진가인가?

2022. 9. 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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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찰나가 모여 억겁의 시간이 되듯, 수없이 많은 고민의 순간이 모여 문빈이 됐다.

Q :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워터밤 페스티벌 때 문빈 씨가 엄청난 화제였죠. 특히나 상의를 벗은 채 공연해서요.(웃음)

A : 워터밤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벗게 될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는데 그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죠. 사실 무대 자체는 아쉬움이 많았어요. 춤도 제대로 못 췄고, 인이어가 도중에 빠지는 바람에….

Q : 그래도 분위기를 즐기는 게 워터밤의 묘미잖아요.

A : 그렇긴 하죠. 워터밤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내년에도 열린다면 또 가고 싶어요.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노래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따라 하기 쉽고, 심장박동 소리에 맞춘 리듬으로요.

Q : 아스트로 공연 때와는 다른 뭔가를 느꼈나요?

A : 콘서트는 저희를 보러 오시는 팬이 대다수인데, 페스티벌에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있으니 아무래도 더 긴장하게 되죠. 그랬는데 무대 올라가자마자 긴장이 풀어졌어요.

재킷 7백10만원, 시스루 톱 1백40만원, 팬츠 5백40만원 모두 발렌티노.

Q : 무대 체질인가요?

A : 무대 체질인 것 같아요. 무대 준비할 때 상당히 예민하고, 특히 뭔가를 처음 선보일 때는 엄청 떨어요. 주변에서는 항상 티가 안 난다고 하지만요. 근데 무대를 시작하면 긴장이나 불안이 싹 사라져요.

Q : 워터밤 영상 댓글에 “잔근육이 다 보이니까 춤선이 더 디테일해 보여 좋다”는 말이 많았어요. 대체 어느 정도로 연습을 하나요?

A :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죠. 천천히 시뮬레이션 복습해보고, 거울로 제 모습을 보며 정확하게 박자 맞춰 다시 빠르게 해보고, 그다음에는 노래에 맞춰 해보고요.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요. 사실 시간이 지나면 처음 익힌 디테일이 조금씩 무너지기 마련이거든요. 가끔은 의상 때문에 동작에 제약이 생길 때도 있고요. 그래서 활동하면서도 중간에 한 번씩 ‘아차’ 싶을 때 디테일을 다시 잡아줘요.

Q : 인스타그램을 보니 얼마 전 해외 공연 다녀오는 참에 겸사겸사 쉰 것 같던데요.

A : 시드니 갔을 때 하루 정도 여유가 생겨 산하랑 머드크랩도 먹고 스테이크도 먹고 바다도 보고 그랬어요.

Q : 해외여행은 좋아해요?

A : 여행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뭔가를 하는 편이에요. 생각해보니 혼자 여행을 간 적은 없네요.

Q : 혼자 여행하는 걸 싫어하나요?

A : 싫어한다기보다 혼자 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혼자 운동은 자주 하는데….

Q :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편이에요?

A : 음, 보통은 유튜브를 많이 보죠. 춤 영상, 노래 영상도 보고. 다른 뮤지션 것들도 보고 제 것도 모니터링하고요. 가끔 멍때릴 때도 있고요. 게임도 하고, 웹툰도 보고, 너무 집에 오래 있었다 싶으면 밖에 나가 러닝하며 분위기를 환기해요. 거리를 달리다 보면 ‘그래, 세상엔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 싶죠. 살아 있음을 느끼고요.

Q : 멍때릴 때는 정말 멍때려요?

A : 보통은 이것저것 상상을 많이 하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져요. 예를 들어 이번 노래가 이러저러한 스타일이라 하면 콘셉트는 어떻게 잡을지, 안무를 이렇게 가면 반응이 어떨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봐요.

Q : 잡생각도 온통 일 얘기네요.(웃음)

A : 그렇죠.(웃음)

Q : 사실 그런 문빈 씨의 공상 세계를 대강 알고 있기에 이런 화보 콘셉트를 잡은 거예요. 타락 천사 느낌?(웃음)

A : 오, 좋아요.

Q : 사람은 선하게 태어나는 것 같아요, 악하게 태어나는 것 같아요?

A : 그거 옛날에 독서 토론 때 얘기한 적 있어요. 연습생 때, 16살이었나? 그때는 성선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잖아요.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기도 하죠. 그런 걸 생각하면 생존은 본능적으로 악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 커가는 과정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되는 거겠죠

Q : 그럼, 인과응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A : 있다고 생각해요. 불교에서 카르마를 얘기하잖아요. 제가 종교는 없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고 믿어요. 권선징악이 주제인 영화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취향도 있죠.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결국에는 승리하는 히어로물 같은 거요.

시스루 톱 6백90만원 발렌티노.

Q : 인과응보를 믿는다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뭘 잘못해서 벌을 받나?’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워요.

A : 그렇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하고 뒤돌아 생각해본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기억은 하되 과거에 너무 잡혀 있으면 안 되는데, 현재에서 해결을 못 하니까 자꾸 과거로 가서 어떠한 사건을 찾고 ‘내가 그래서 이랬을 거야’ 하고 합리화하려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 뜬금없지만, 이번 촬영을 위해 소품으로 검을 준비하면서 문빈 씨 최근 인터뷰 생각이 났어요. 어렸을 때 꿈이 ‘검사’였다고요.

A : 어릴 때 칼싸움을 엄청 좋아했어요. 장난감 칼이 항상 집에 있었거든요.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그림일기에 꿈에 대해 써보라 하면 검을 찬 제 모습을 그렸어요.

Q : 진짜 그런 직업이 있다고 믿은 거예요?

A : 모르겠어요.(웃음) 그때 아마 한창 유행하던 드라마 〈주몽〉을 보면서 활 쏘는 거나 검 쓰는 거에 관심을 갖지 않았나 싶어요.

Q : 칼싸움은 누구랑 했어요?

A : 동생이랑요. 한 살 차이니까 같이 잘 놀았죠. 어렴풋하지만 항상 좀 격하게 했던 것 같아요. 누구 한 명은 울어야 끝이 났어요.(웃음)

Q : 장래 희망은 그래서 언제까지 검사였어요?

A : 아동복 모델을 시작하면서 장래 희망란에 ‘연예인’을 쓰곤 했죠.

Q : 그러다가 연예 기획사에 들어오게 된 거군요.

A :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너무 어렸죠. 진짜로 운이 좋아 뽑힌 건데 이렇게 될 줄 몰랐네요. 그래도 제가 업을 잘 쌓았나 봐요.

Q :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엔, 아주 긴 연습생 생활을 버텼잖아요.

A :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 악착같이 열심히 했죠. 좀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늘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Q : 반대로 말하면 스스로의 기준이 너무 높은 거겠죠.

A : 그럴 수도 있죠. 연습생 때 무척 엄하게 훈련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아스트로가 데뷔했을 때 “실력 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거겠죠. 방송 프로그램 나갈 때도 준비할 시간이 2~3일밖에 없을 때도 있어요. 연습생 때부터 일주일에 안무 몇 개씩 만들어오는 훈련을 했으니까 이만큼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Q : 최근에 방탄소년단의 RM이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사람을 숙성하게 두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죠.

A : 데뷔 초반에는 쉬지 않고 달려야 하고, 어느 순간에는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거든요.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시간이 별로 없죠.

Q : 인생이라는 자체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갑자기 세상에 떨어지는 것이기도 하죠.

A : 그래서 확신이 안 들 때는 그냥 질러요.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나를 믿는 거죠. 작년에 ‘호랑이’ 무대 할 때도 부상 때문에 몸이 옛날 같지 않았는데 ‘어쩌겠어, 지금은 지금이고 최선을 다해서 나중에 후회하지는 말자’ 생각했어요.

Q : 문빈 씨 팬이 아닌 사람들도 ‘1일 1호랑이’ 하러 온다는 그 전설의 영상이요?

A : 당시 몸이 너무 무거웠고,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춤추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 무대에서 제가 하고 있으니까….

베스트 가격미정 송지오. 팬츠 가격미정 본봄.

Q : 팬들은 부상 투혼이라 더 감동했을 거예요.

A : 그래도 일생을 통틀어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무대였고, 기록으로 남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해요. 내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많은 사람이 담아주죠.

Q : 얼마 전엔 개인 화보집도 냈죠. 스스로의 기록을 다시 찾아보기도 해요?

A : 약간 그런…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웃음) 취하고 싶을 때 있잖아요. 나 스스로도 진짜 ‘잘했다’ 싶은 레전드 영상이 있거든요.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옛날 무대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것 같아요.

Q : 최근에 힘이 됐던 말이 있다면요? 영화 대사라거나.

A :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하나였는데, 여주인공이 혼란스러워하는 걸 보고 남자 주인공이 손을 잡은 다음 이렇게 해줘요(손과 손목이 이어지는 지점 가운데서 중지 끝까지 한 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한 번 선택한 이상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직진하면 된다는 의미 같았어요.

Q : 마지막으로, 문빈 씨가 정말 천사라서 선한 일을 딱 하나 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나요?

A :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어요. 사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우리가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는 않죠. 그저 오늘 뭐 먹을지, 내일 뭐 입을지 그런 행복한 생각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라는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아까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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