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이 "우즈벡이 연령대 최강, 주눅들면 안 된다" 말한 이유는

김정용 기자 2022. 9. 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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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화성] 김정용 기자=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이 얼마나 잘 준비된 팀인지, 동시에 부랴부랴 선수단을 꾸렸던 한국은 얼마나 준비가 미흡했는지 잘 확인했다. 이제 황 감독에게도 팀을 구축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 우즈벡을 상대하는 이번 평가전이 장기 프로젝트의 첫 발이다.


20일 경기도 화성시의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올림픽 대표팀 훈련이 진행됐다. 황선홍 감독은 약 2년 뒤 열릴 2024 파리 올림픽을 위해 21세 이하 선수단을 선발했다. 지난 18일 소집된 멤버들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비공개 친선경기를 가진 뒤 26일 평가전까지 진행한다.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부랴부랴 준비해 나갔다가 일본에 0-3으로 대패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던 황 감독은 이번 소집부터 올림픽에 초점을 두고 차근차근 팀을 만들 기회를 잡았다.


▲ 팀 훈련은 수비부터, 개인 교습은 공격수부터


훈련 전 잠시 기자들 앞에 선 황 감독은 이번 훈련의 키워드로 밸런스와 콤팩트를 꼽았다. 황 감독은 U21 선수 상당수와 처음 만났다. 자신이 원하는 축구의 기본 요소를 선수들에게 소개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화려하고 좋은 축구를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밸런스가 갖춰져야만 가능하다. 밸런스와 콤팩트함을 갖추는 데 이번 소집의 중점을 뒀다. 그 한 가지 테마로만 훈련한다. 마지막 우즈벡 평가전을 통해서 그 결과를 확인할 것이다."


훈련 중에도 황 감독은 압박의 강도, 대형 유지를 신경 썼다. 훈련 중 불호령이 떨어질 때는 대부분 "네 자리에 있어야지 어디 가서 두리번거리냐" "빨리 빨리" 등 압박을 위한 대형과 탈압박을 위한 속도를 강조할 때였다. 이날 훈련은 가벼운 부상이 있는 홍윤상(뉘른베르크)을 제외한 소집 멤버 전원이 합류했다.


수비 조직에 중점을 둔 훈련 중에서도 선수들은 개인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바이에른뮌헨 2군 소속 미드필더 이현주는 재빠른 발놀림으로 상대 압박 속에서 공을 지키고 패스를 순환시켜 눈길을 끌었다.


황 감독은 개인 교습도 잊지 않았다. 황 감독은 부산아이파크에서 감독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공격자원의 역량을 살려주고 성장시키는 능력을 발휘해 왔다. 부산 시절 이미 29세였던 공격수 정성훈에게 기본 요령부터 가르쳐 국가대표로 성장시킨 성공사례가 유명하다. 이날도 황 감독은 짬이 날 때 스트라이커 오현규에게 다가가 직접 등지는 시늉을 하며 공격 요령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 갈팡질팡하다 실패한 6월의 기억… 이번 우즈벡전은 어떨까


황 감독은 이번에 만날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이 연령대에서는 아시아 최강"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6월 U23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8강에서 탈락한 반면 개최국 우즈벡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을 3-0으로 꺾었던 일본이 4강에서 우즈벡에 0-2로 패배하는 걸 보면서 황 감독은 우즈벡의 실력을 간접 체험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집중 육성했기 때문에 한국과는 준비 상태가 다르다.


예전 같으면 우즈벡 대표팀 상대로 쓰지 않을 "주눅 들면 안 된다. 앞으로 10년, 15년 경쟁해야 하는 세대다. 승패를 떠나 용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표현까지 쓴 것도 현재 우즈벡의 완성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올림픽 준비가 늦은 점에 대해 황 감독은 "아쉽긴 하다. 많이 늦은 건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병역 헤택이 걸려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진심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올림픽을 내다보고 21세 이하 선수단을 운영 중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23세까지 선발해야 했다. 이 점이 지난 6월 U23 아시안컵에서 실패를 맛본 이유로 꼽혔다. 올해 9월 예정이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동기부여가 떨어진 22~23세 선수들을 얼마나 중용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다 애매한 상태로 대회를 치렀다.


▲ U23과 U21 '동시에 두 대 운전'하는 황선홍의 묘기는 계속된다


앞으로도 황 감독은 U23 감독 신분이면서도 두 가지 연령대를 동시에 지휘해야 한다. 내년으로 연기된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가 참가한다. 대회 방침에 따라 올해 23세인 1999년생까지 포함될 수도 있고, 내년 23세인 2000년생까지 참가할 수도 있다. 한편 아시안게임과 비슷한 시기에 올림픽 예선도 시작된다. 내년 하반기 AFC U23 아시안컵 예선, 후년 1월 AFC U23 아시안컵 본선이 예정돼 있는데 이 대회가 올림픽 예선을 겸한다. 여기에는 2001년생 선수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두 개 연령대를 '투 트랙'으로 운영해야 하는 황 감독의 머리도 복잡하다. 두 연령대 사이를 오가며 선수를 뽑아야 하는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선수풀은 이미 구축돼 있다. 지난 6월에 겪었던 선수들도 있고, 이미 프로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많다. 그래서 지금은 올림픽을 위한 21세 이하 선수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황 감독은 "K리그가 워낙 타이트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그래서 예비 엔트리도 어느 정도 확보를 해야 한다. 이 연령대의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 아시안게임에도 추가 발탁이 가능하고, 이 시기의 성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21세 이하 선수 중 원석을 찾기 위해 오는 10월 소집 훈련도 준비 중이다. 프로와 해외파 등은 소집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학 선수 위주로 불러들여 직접 훈련시키며 추후 활용할 만한 인재를 찾는 과정이다.


두 연령대가 아예 분리돼 있다면 복잡하지 않지만, 내년 아시안게임 즈음에는 2001년생 최고 유망주들을 어느 쪽에 집중시킬지 또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차 두 대를 동시에 운전하는 것 같은 '황선홍의 기묘한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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