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알레르기 있는 사람.. 독감 백신 맞으면 안된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2. 9. 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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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알레르기 아니라면 접종 권고
중증 계란 알레르기가 아니라면, 유정란 백신도 안전상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접종 전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3년 만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21일부터 생후 6개월 이상~만 9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그런데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걱정이 크다. 백신에 계란 알레르기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계란 알레르기가 있지만 당장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아이,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걱정되는 면역저하자 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란 알레르기 유발 물질 포함할 수밖에 없는 인플루엔자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은 생산방식에 따라 유정란 배양 백신과 세포배양 백신 두 종류로 구분하는데, 유정란 백신은 태생적으로 계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유정란 백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닭 배아 세포에서 배양한 다음, 증식한 바이러스를 추출해 백신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계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항원 단백질 '난알부민(ovalbumin)'이 백신에 포함된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이 유정란 백신을 맞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포배양 백신은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 백신으로 만들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 유통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대부분 유정란 배양 백신이다. 올해 우리나라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도 10개 품목 중 9개 품목이 유정란 백신이다.

◇생각보다 흔한 계란 알레르기
계란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재료 중 하나라 계란 알레르기 때문에 백신을 못 맞는 사람이 어딨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계란 알레르기는 흔하다. 특히 소아에서  계란 알레르기는 가장 흔한 식품 알레르기이다. 순천향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양현종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아 계란 알레르기 유병률은 0.5%~2.5% 수준이다. 40~80%의 아이는 2~5세에 면역관용이 생겨 계란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사라진다는 연구도 있으나, 소아기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의 32%는 16세까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알레르기 반응은 두드러기와 혈관 부종 등 피부 증상, 기관지연축 등 호흡기 증상, 길랑-바레 증후군, 아나필락시스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도 건강한 소아라면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아나필락시스의 경우, 150만 접종당 한 건 정도로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중증 알레르기 아니라면 유정란 백신도 큰 문제 없어
전문가들은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무조건 피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증 계란 알레르기만 아니라면 유정란 백신을 맞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울산대의대 예방의학과 강동윤 교수는 "계란을 섭취하고 나서 전신 발적, 호흡곤란, 심한 구토나 울렁거림 등 중증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면 유정란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유정란 인플루엔자 백신 속 난알부민 잔류량은 매우 소량이다. 양현종 교수의 연구를 보면, 국내 유통 중인 인플루엔자 백신은 대부분 잔류 난알부민을 1μg/mL 이하로 낮췄는데, 이는 계란 알레르기 환자에게서도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덕분에 아나필락시스의 발생률도 0.08% 이하로 매우 낮다. 난알부민 잔류량은 보통 1.2 μg/mL 미만이면 큰 문제가 없다. 난알부민 잔류량이 1.2 μg/mL 미만이면, 피부시험 없이 접종도 가능하다.

강동윤 교수는 "알레르기가 있으면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크게 걱정하는데, 중증 이상반응도 제때 대처하면 후유증 없이 회복이 가능하다"며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피해가 유정란 백신 접종으로 인해 생길 문제보다 더 크기에 적절한 시기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만일 아이의 계란 알레르기 중증도를 판단하기 어렵고, 백신 접종 후 원인 모를 알레르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접종 전 의사와 상담을 반드시 해야 한다. 강동윤 교수는 "아이의 계란 알레르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일반인이 판단할 수 없다"라며, "소아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 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했다.

중증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보건당국은 계란 알레르기 환자를 위해 시퀴러스의 세포배양 백신 '플루셀박스'를 국내에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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