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B컷] '아바타 리마스터링' 10년 동안 발전 없는 건 3D 안경뿐이었나

정진영 2022. 9. 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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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를 보는 내내 3D 안경과 싸움을 했다. 안경 위로 3D 안경을 얹으면 너무 무거워 코허리가 내려앉는 것 같았고, 어떻게 잘 걸쳐 두면 그럭저럭 볼만했는데 그 잘 걸쳐진 상태로는 5분을 채 채우지 못 했다. 자세를 조금 바꿀 때마다 흘러내리는 안경을 양손으로 허겁지겁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지난 13년 동안 영화계에서 전혀 발전하지 않은 건 이 3D 안경뿐인 것 아닐까.’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 리마스터링’이 21일 베일을 벗었다. 2009년 개봉해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바타’를 4K HDR(High Dynamic Range)로 리마스터링한 것이다. 처음 개봉했을 때보다 한층 더 선명해진 화질로 재탄생한 ‘아바타 리마스터링’은 아이맥스, 4DX, 슈퍼 4D, 돌비 시네마 등 다양한 포맷으로 관람할 수 있는데, 기본은 3D다.

3D 상영에선 기본적으로 3D 안경이 필요하다. 상영관 앞에 마련된 3D 안경 전시대에는 ‘안경 겸용’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내심 ‘안경을 이미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편안하게 만들었나 보다’라며 흐뭇해했다. 아쉽게도 그 생각은 1분도 가지 않았지만.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제이크 설리 역을 맡은 샘 워싱턴의 내레이션을 들으며 안경을 착용하자마자 늘 겪어야 했던 지루한 문제가 다시 시작됐다. 안경 위에 겹쳐 쓴 3D 안경의 불편함이다. 어떻게 해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 하는 이 안경… 170여분의 러닝타임에서 100분 정도는 손으로 안경을 받치고 있었다고 하면 과장이려나.

영화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다. 13년여 전에 나온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2022년에 봐도 여전히 훌륭한 그래픽과 사실감에 놀라게 된다. 4K HDR로 다시 태어났기에 올해 만들어져 개봉한 영화라고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놀랍도록 선명하고 깨끗하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나비족들이 사는 판도라 행성 역시 다시 봐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판도라 행성만의 색감은 오묘한 빛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들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게 한다. 제이크 설리의 내레이션에 기댄 영화의 전개 방식은 다소 올드하고 촌스럽게도 느껴지긴 하지만 압도적인 스케일과 풍경이 곧 잡생각을 날려버린다.

자 이제 남은 건 3D 안경뿐이다. 안경족들도 마음 편히 판도라 행성의 아름다움과 나비족의 용맹함을 즐길 수 있도록 부디 누군가가 이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줬으면 한다. 실감 나는 화면이 3D 영화의 핵심인데, 안경과 씨름하느라 2D 영화보다 화면에 몰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바타 리마스터링’ 12세 관람가. 170분.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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