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홈런-10도루' 달성 김하성, 규정타석도 충족

양형석 2022. 9. 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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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21일 웨인라이트 상대로 시즌 10호 홈런 작렬, 규정타석은 이미 충족

[양형석 기자]

▲ 세인트루이스전서 10호 홈런 친 김하성…10-10클럽 가입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유격수 김하성(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 4회에 홈런을 친 뒤 동료 매니 마차도와 기뻐하고 있다. 4타수 2안타(1홈런)를 친 김하성은 아시아인으로는 6번째로 한 시즌에 홈런과 도루를 10개 이상 기록한 '10-10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됐다.
ⓒ 로이터/USA TODAY=연합뉴스
 
김하성이 통산 195승의 대투수 웨인라이트를 상대로 시즌 10호 홈런을 터트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하성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샌디에이고의 5-0 완승에 기여한 김하성의 시즌성적은 타율 .249 10홈런 54타점 53득점 10도루가 됐다.

작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김하성은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117경기를 소화했지만 타율 .202 8홈런 34타점 27득점으로 타격성적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을 틈 타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김하성은 골드글러브급 수비와 함께 타격 성적까지 향상되면서 타티스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역시 김하성에게 필요했던 건 '충분한 기회'였던 모양이다.

추신수에게만 허락됐던 빅리그 규정타석

1994년 '코리안특급' 박찬호부터 작년 박효준(피츠버그 파이리츠)까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총 25명이었다(백차승은 2005년 미국시민권 취득). 그리고 그중에서 절반이 넘는 15명이 투수에 집중돼 있다. 빅리그 진출에 성공한 야수는 모두 10명이었는데 그중 메이저리그의 규정타석을 채웠던 선수는 작년까지 빅리그 16년 동안 9번이나 규정타석을 채웠던 '추추트레인' 추신수(SG랜더스)가 유일했다.

지난 2002년 야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빅초이' 최희섭(KIA타이거즈 타격코치)은 2003년 시카고 컵스의 주전 1루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해 6월 수비 도중 팀 동료 케리 우드와 충돌해 뇌진탕 증세를 일으켰고 결국 2003 시즌이 끝나고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다. 결국 최희섭은 LA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2005년 368타석에 선 후 빅리그 생활을 마감했다.

최희섭과 추신수 이후 한동안 끊어졌던 코리안 빅리거 타자의 명맥은 2015년 피츠버그에 입단한 '킹캉' 강정호가 이었다. 강정호는 루키 시즌부터 126경기에서 467타석을 소화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고 2016년에는 어깨부상으로 103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21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빅리그에서 승승장구하던 강정호는 2016년 3번째 음주운전에 적발됐고 메이저리그에서도, KBO리그에서도 끝내 재기하지 못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강정호의 성공 이후 한국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인식이 달라졌고 이는 2010년대 중반 한국 타자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붐으로 이어졌다. '빅뱅' 박병호(KT위즈)와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타격기계' 김현수, '마동탁' 황재균(KT)이 대표적이었다. 모두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었지만 아쉽게도 이들 중 빅리그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KBO리그 스타들이 차례로 빅리그의 벽을 깨닫는 사이, 조용히 마이너리그의 힘든 과정을 거쳐 2016년 빅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가 있었다. 어느덧 빅리그 7년차의 중견선수가 된 최지만이다. LA 에인절스와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를 거쳐 2018년부터 템파베이 레이스에 정착한 최지만은 지난 2019년 487타석을 소화했다. 하지만 '플래툰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최지만은 단 15타석이 부족해 한국인 두 번째 빅리그 규정타석 진입에 실패했다.

공수주 겸비한 리그 평균 이상의 유격수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타율 .199에 허덕이는 조나단 스쿱(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같은 선수를 보면 규정타석이 뭐가 중요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규정타석을 채웠다는 것은 그 선수가 그해 소속팀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일까지 527타석을 소화한 김하성은 잔여경기 출전에 상관 없이 이미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웠다. 추신수를 제외한 그 어떤 선배 빅리거들도 해내지 못한 것을 김하성이 2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물론 김하성의 규정타석 진입은 작년 내셔널리그 홈런왕(42개)이자 MVP 투표 3위에 올랐던 샌디에이고의 슈퍼스타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과 약물스캔들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손목골절 부상으로 시즌 개막을 함께 하지 못했던 타티스 주니어는 복귀가 임박했던 지난 8월 금지약물사용이 적발되면서 80경기 출전정지징계를 받았다. 샌디에이고에게는 비극이었지만 김하성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다.

물론 타티스 주니어의 이탈로 김하성이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만약 김하성의 활약이 미덥지 못했다면 샌디에이고는 분명 다른 대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시즌 후반까지 김하성에게 유격수 자리를 맡기고 있다. 전반기 타율 .242 5홈런 31타점 5도루를 기록했던 김하성은 후반기에도 타율 .261 5홈런 23타점 5도루로 고른 활약을 하면서 올 시즌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7월 타율 .314, 8월 .294로 좋은 타격감을 자랑하던 김하성은 9월 들어 16경기에서 타율 .193에 그치며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16경기에서 3개의 아치를 그려내면서 홈런을 몰아치고 있고 21일에는 세인트루이스의 베테랑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를 상대로 빅리그 진출 2년 만에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10홈런-10도루 역시 추신수를 제외하면 그 어떤 한국인 선수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만약 내년 시즌 징계가 끝나고 복귀하는 14년 3억 4000만 달러의 타티스 주니어가 유격수 포지션을 고집한다면 4+1년 최대 3900만 달러의 김하성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내줘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 메이저리그 풀타임 유격수로서 충분한 가치를 증명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살펴 봐도 김하성처럼 공수주를 두루 겸비한 유격수 자원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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