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아동 비자지원, 여전히 높은 문턱 [이주아동 양육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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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사실상 오직 대한민국만을 그 지역적·사회적 터전으로 삼아 살아 온 사람을 무작정 다른 나라로 나가라고 내쫓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문명국가의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는 "아동의 교육 등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목적에 체류 기간과 나이, 출생 국가 등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아동들은 자신의 판단과 결론으로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미등록이라는 굴레를 쓰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이 같은 잣대로 행정 처리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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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사실상 오직 대한민국만을 그 지역적·사회적 터전으로 삼아 살아 온 사람을 무작정 다른 나라로 나가라고 내쫓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문명국가의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2018년 5월17일. 청주지법 행정부(당시 재판장 신우정)는 출입국 당국을 상대로 제기된 강제퇴거명령 취소소송에서 19세 나이지리아 청년의 손을 들어줬다. 청년은 우리나라에서 적법하게 태어났지만, 8살 때 아버지가 강제출국 돼 체류자격을 함께 잃었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된 그는 한국에 남아 초·중·고교를 졸업했고,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가 적발돼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청년의 승소는 사실상 한국인으로 성장하고도 추방 공포에 노출된 미등록 아동을 구제한 첫 판결이 됐다.
이후 4년이 지났지만, '미등록 아동'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들은 부모를 따라 국내에 입국한 후 체류자격을 상실하거나, 국내에서 태어나고 보니 부모에게 체류자격이 없는 상황을 겪는다. 외국인등록번호도 없어 의료·교육·복지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미등록 아동을 3400여명으로 추산했다. 미등록 부모가 낳은 아동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관련 단체는 '2만명 이상'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4월 법무부는 이들이 제도권 안에서 교육권 등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체류자격 부여 대상 한시적 확대 방안'을 내놨다. '15년 이상 국내 거주' 등 신청 조건을 바늘구멍보다 좁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제도가 시행되고 10개월간 신청자는 아동과 부모를 포함해 80여명에 불과했다.
법무부는 지난 1월 '국내에서 출생하지 않은 이주 아동'이 영·유아기(6세 미만)에 입국한 경우는 6년 이상, '영?유아기를 지나 입국한 아동'이 7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며 공교육을 이수한 경우로 대상을 확대했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출입국 기관에서 관련 제도를 통해 체류자격을 신청한 아동은 지난달 31일까지 총 501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324명(지난 6일 기준)이 체류자격을 받았다. 미등록 아동을 2만명으로 놓고 보면, 0.162%만 혜택을 받은 셈이다. 법무부의 보완 방안 역시 한참 미흡한 조치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는 "아동의 교육 등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목적에 체류 기간과 나이, 출생 국가 등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아동들은 자신의 판단과 결론으로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미등록이라는 굴레를 쓰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이 같은 잣대로 행정 처리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보완된 대책 역시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므로, 종료 후 체류자격을 받지 못하는 아동이 발생하게 된다"며 "다자녀 가정은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체류자격 부여 기회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인이 되고 대학이나 회사에 다니지 못하면, '임시체류자격 1년'만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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